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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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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병 없이 살아갈 수는 없을까?”(p.6) 신경과 의사인 올리버 색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의사로서 평생을 병든 사람들과 함께 보내며, 병과 씨름하는 살아있는 인간, 현실적인 환자 개인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환자들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깨어남>, <편두통>, <환각> 10여권의 책을 냈다. 인간의 뇌와 정신활동에 대해 쉽고 감동적으로 글을 써서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 불렸다.

 

그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1985년에 발표되자마자 큰 호응을 받았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어느 날 갑자기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사람, 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 후각이 예민해진 사람, 투렛증후군 등 신체()의 이상으로 인해 기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책은 총 4부로 24편의 이야기로 담겨있다. 기존의 신경학에서는 뇌손상으로 인한 기능의 상실, 결핍에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 책은 1,2부에서 상실뿐만 아니라 과잉을 다룬다. 3부에서는 신경학과 의학에서는 주목하지 않던 회상을 다루고, 4부는 지적장애인들의 마음의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법을 돕기 위해 신체적인 증상만이 아니라 내면세계에 관심을 기울인다. 환자가 이 병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생활 속으로 들어가 관찰하고, 환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 병이 한사람의 인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병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기존의 신경학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환자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그들의 삶을 이야기로 그려낸다. 기억력이 뛰어난 쌍둥이 형제에 대해 표면적인 접근만 하는 기존의 연구에 대해 그들의 심층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무엇보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함을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고자 해야 한다. 개방된 마음으로 조용히 관찰해야한다. 설령 그 모든 것이 기묘하게 여겨질지라도 오히려 공감하는 마음의 자세로 지켜보아야 할 따름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겠지만, 거기에는 비할 데 없이 신기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그건 필시 근원적이라 해도 좋을 만한 어떤 힘이요, 심연이다.”(p.274) 라고 한다. 아마 이런 자세는 의사와 환자 사이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생 사이, 사랑하는 연인 사이, 상대를 깊이 알고자 하는 관계에는 언제나 기본이 되는 것이리라.

 

그는 정신지체인 여성에게서 시인의 감성을 읽어낸다. 글은 읽을 수 없지만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내 속의 어딘가가 할머니와 함께 죽고 말았어요.” (p.257)라고 표현하는 소녀를 보며 슬픔에 젖은 완전한 인간, 인생을 이해하는 인간을 발견한다. 또한 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여인에게서 병마와 싸우는 용감한 여장부를 찾아낸다. 수수께끼 같은 몇 마디 진단만 내리는 의사들과 달리, 그들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해석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세계이기에 오늘날의 사회에는 그런 상태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으며 따라서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p.86)고 한다. 그는 환자들에 대해 상상을 뛰어넘는 나라를 여행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어쩌면 올리버 색스는 그 세계를 함께 여행하고 온 것 같다. 그러니 기이하고 낯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환자의 가족, 의료진, 교사, 사회복지사, 그들의 이웃이라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병을 통해 신비롭고도 질문투성이인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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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코필리아 - 김중만 사진 Ⅹ 황인찬 헌시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헌정 특별판(300부 한정 판매)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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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음악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날 갑자기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닥칠지 조금은 짐작할 수가 있다. 청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다고 해서 삶이 많이 흔들릴까? 음악은 너무 흔하게 우리 곁에 있어서,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신경과 의사인 올리버 색스(Oiver Sacks)는 이 책 <뮤지코필리아>(알마)에서 음악은 인간 존재의 일부”(p.455)라고 하며,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음악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려준다. 책 제목인 뮤지코필리아(Musicophilia)’음악’(music)필리아’(philia)를 결합해 음악사랑’ ‘음악 애호란 뜻이 담겼다.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생명사랑 biophilia’을 선천적인 것으로 간주하듯이, 음악적 성향은 인간의 본성 속에 워낙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선천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p.8)고 한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색맹의 섬> 등 다양한 저술을 통해 인간의 뇌와 정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저자는 이 책에서 음악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면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간다. 저자가 음악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처음 마음먹은 것은 1966년이었다고 한다. 심한 파킨슨병 환자에게 음악이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격하고 <깨어남>에서 그 이야기를 쓴다. 그 뒤 1980년대 까지는 음악에 관한 신경학적 연구가 거의 없었지만, 새로운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음악을 들을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엄청난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 책은 방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음악과 인간의 삶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1, 2부에서는 음악이 차고 넘치거나, 혹은 사라져버린 세계를 다룬다. 번개 맞고 갑자기 음악을 사랑하게 된 경우, 혹은 갑자기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 실음악증, 2000편의 오페라를 부르는 음악 서번트, 음악과 함께 다양한 감각을 느끼는 공감각 에 대해 이야기한다. 3,4부에서는 특별한 치료의 힘을 지닌 음악에 대해 서술한다. 파킨슨병, 치매, 자폐, 정신질환, 윌리엄스증후군 등에 있어서 음악이 어떻게 사람들을 깨우고, 생생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음악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보여준다. “음악은 감정과 상상력, 유머 감각, 창조력 그리고 정체성을 자극한다. 한 사람을 살아 있게 하고, 차분하게 안정시키고, 집중할 수 있는 일을 마련해준다. 그리고 음악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놀라움과 경탄을 끌어낼 수 있다. 정신이 드는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비극적인 병세를 고통스럽게 인식하고 가끔 속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위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더없이 필요하다고 한다.

 

29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음악으로 인해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 음악이 삶의 중심이었던 연주가들이 겪는 사례도 흥미롭다. 연주할 때면 갑자기 손이 움직이지 않는 근이상긴장증이라는 증세가 있다. 음악가들은 연습을 더 열심히 해서 극복해보려 하지만 증세가 심해져서 연주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음악 연주자들은 이런 증세를 숨기려했고, 의학적으로도 주목한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뉴욕타임즈>에 문제의 증상을 상세히 털어놓은 후, 의학계와 과학계는 이 문제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 의학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이 등장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지장을 겪은 에스트린이라는 음악가는 연주를 그만둔다. 대신 같은 증세를 겪는 음악가들을 위해 일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려 모임을 만들고 질병을 널리 알린다. 한편 플라이셔라는 피아니스트는 오른손에 근긴장이상증을 겪은 후 연주를 그만두고 지휘자로 활동하다가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된다.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손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것을요.”(p.359). 질병을 통해 새로운 삶의 길을 헤쳐가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책에는 수많은 사례와 연구 자료가 등장한다. 증세에 따른 신체변화의 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신경생리학에 관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알 수 있도록 기술함으로써 신비한 인체의 세계로 이끈다. 또한 환자를 대할 때 의학적 접근과 함께 질병이 환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눔으로써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초판이 발행된 후 수많은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비슷한 질병의 사례를 나누며 좀 더 좋은 치료법을 찾기 바라는 환자들, 의료진들의 교류를 담고 있다. 질병치료의 역사와 의학적 사례뿐만 아니라 다윈,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성 아우구스티누스 등의 자서전을 통해 그들의 삶에서 음악적 사례를 나누고, 슈만, 베토벤, 모차르트, 베를리오즈 등 음악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흥미로운 음악의 세계로 안내한다.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얼마나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 음악을 만들어내고 노래하는 인간의 신체는 얼마나 신비로운지. 우리가 애도하고 기뻐하는 순간마다 음악은 어떻게 더 깊은 감정의 세계로 인도하는지. 올리버 색스가 안내하는 29편의 이야기를 통해 음악사랑(Musicophilia)의 세계로 빠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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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무브 - 올리버 색스 자서전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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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사람의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던 의학도가 어떻게 환자들의 마음을 생생한 글로 전달해주는 독특한 글을 쓰는 작가이자, 수많은 환자들에게 친구 같은 신경과 의사가 되었을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뮤지코필리아> 의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십 여 권의 저서를 통해, 독특한 환자들의 삶의 이야기를 그려왔다. 저자는 여든이 넘어 암이 재발하자 삶의 여운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 책 <온 더 무브>를 썼다. 그리고 이듬해 여름(20158)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떠났다.

 

저자는 1933년 영국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모, 삼촌, 사촌 모두 의사인 집에서 태어나 열여덟 살에 의대에 입학한다. 옥스퍼드 의대에서 신경생리학을 공부하던 첫 학기에 나 자신의 전기 에세이집을 쓰고 싶었다” (p.24)고 한다. “, 의학적으로 약간 비틀어서, 흔치 않은 결함이나 장점을 지닌 개인들을 다루되 그런 특성이 그들 삶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요컨대 임상적 전기 말하자면 일종의 병례사를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스물 일곱에 미국으로 떠나 50여년을 뉴욕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며 환자들의 병례사를 책으로 남긴다. 이 책은 열 여덟 살에 품었던 소망을 평생을 통해 하나씩 완성해가는 이야기이다. 또한 저자의 삶에 비친 빛과 그림자를 솔직하게 대면하는 고백이기도 하다.

 

<온 더 무브>(나아가는 삶) 라는 제목은 친구인 톰 건의 시에서 가져왔다. “열두 살 때 한 통찰력 있는 교사가 생활기록부에 색스는 멀리 갈 것이다. 너무 멀리 가지만 않는다면이라고 적었다고”(p.16) 한다. 모터사이클을 타다가 몇 번의 사고를 당하고, 역도를 하면 신기록을 세우다 허리 신경통을 얻고, 파도타기를 하다가 죽을 고비를 맞이하는 등, 그의 삶은 늘 끝까지 밀고 나아가는 삶이다. 편두통 클리닉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첫 책 <편두통>의 초고를 쓰지만, 병원 원장은 책을 출간하면 미국 내 신경과에는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며 경고를 한다. 책을 출간하면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는 갈등 속에서도 그는 출판을 결심하고,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아간다. 대중의 좋은 평가와는 달리 의학계에서는 냉랭한 반응뿐이지만, 환자들의 삶 전반을 비추는 새로운 접근법으로서 병례사가 꼭 필요하다고 여겨 <깨어남>,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었다> 등을 펴낸다. 그리고 198350세 때 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26주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크게 알려지게 된다.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증세를 묻는 편지를 보내오면서, 저자는 진료실을 넘어 다양한 환자들과 관련 전문가들과 교류하게 된다.

 

올리버 색스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인생 이야기, 내면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며 그 이야기가 곧 자신의 정체성이기도 하다”(p.349)고 말한다. 어린 시절 제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기숙학교에 무력하게 갇혀 있던 경험 때문에 초자연적인 힘을 추구하는 한편, 유대감, 소속감, 사랑받는 문제에 있어서 평생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한 정신분열증을 앓던 형으로 인한 혼돈과 괴로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미국으로 향했지만, 형에 대한 연민은 환자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또한 십대 시절,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성정체성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라는 어머니의 말에 그는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았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마약에 빠져들기도 한다. 4년간 암페타민에 빠져 지내다 죽음을 느끼며 스스로 마약을 끊겠다는 결심을 한다. 만날 그렇게 도를 넘는다는 친구의 지적을 듣고, 중독과 자기파괴 성향을 해결하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환자들을 진료하며 상태가 호전된다. 환자들에게 매료되고, 환자를 치료하는데서 기쁨을 느끼자 마약은 덜 찾고 정신과 상담 때는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된다. “정신과 상담과 좋은 친구들, 임상과 글쓰기 활동이 주는 충족감, 그리고 무엇보다 행운이 나를 만인의 예상을 뒤엎고 여든이 넘도록 살아 있게 해주었다”(p.188)고 한다. 수영을 할 때도 작은 공책을 준비해 글을 쓸 정도로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기록하며, 글쓰기에 몰두하는 순간의 기쁨은 황홀할 정도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온 크고 작은 사건들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노르웨이 산에서 다리를 다친 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었다>란 책을 쓸 때는 9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자신의 체험을 글로 쓴다는 것은 그때 느꼈던 공포를 다시 체험하는 것이라 그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80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는 이 책을 쓸 때는 어떤 기분이었까? 저자가 자신의 슬픔과 고통의 밑바닥을 보여주고, 기쁨과 환희의 순간들 또한 생생하게 묘사하는 만큼, 독자는 올리버 색스와 함께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총 480페이지에 달한다. 이전 책에 비해 두껍지만, 신경생리학에 관한 전문적인 용어는 많이 생략되고, 일화 중심으로 구성되어 쉽게 읽힌다. 올리버 색스의 가족뿐만 아니라 그와 교류한 많은 학자, 예술가, 영화인 로버트 드니로, 로빈 윌리암스 등에 대한 일화도 만날 수 있다. 책 사이에는 올리버 색스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다. 라이딩 자켓을 입고 BMW 모터사이클에 탄 모습, 역도를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 기차역에서 수첩에 글을 쓰고 있는 모습 등, 진료실 밖의 모습도 만나게 된다.

 

그동안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고 매료된 독자라면 책 이면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자서전을 먼저 접한다면, 아마 그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질 것이다. 자신을 경계에 선 이방인처럼 느끼는 청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남다른 그의 정체성이 경계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간 것처럼, 자신만의 길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아끼며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읽혀도 참 좋겠다. 과학과 문학의 만남, 과학적 글쓰기를 지향하는 독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환자들의 삶에 있어서 결핍의 문제 보다는 삶을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보살핌의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올리버 색스의 이야기에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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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7-29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를 어찌나 감명깊게 읽었던지요. <온더무브>가 480페이지의 두께라도 꼭 읽어야겠군요. 모터사이클에 탄 올리버 색스 교수의 모습, 상상이 안 갑니다^^ 이래저래 매력적인 지성인이시죠

세뽀 2017-07-30 11:51   좋아요 1 | URL
댓글 감사해요. 리뷰를 올리는 일도, 이렇게 나누는 일도, 수줍음이 많아서 한참 망설였어요. 그런데!! 댓글을 보니 엄청 기쁘네요. 매력적인 올리버 색스. <온더무브>와 함께 이 여름나기! 추천합니다^^

얄라알라 2017-07-3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 세뽀님 꼭 읽어보겠습니다
 
내 아이와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 아이와 부모를 변화시키는 대화의 심리학
율리아 기펜레이테르 지음, 지인혜.임 나탈리야 옮김 / 써네스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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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땐 그랬다. 고집 불통 일곱살 딸아이와 어떻게 대화 할 것인가? 화를 내지 않고,  아이에게 상처주지 않고 어떻게 대화 할 것인가? 늘 되풀이되는 이 지긋지긋한 패턴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저자는 '적극적으로 들어주기'와 '나-메시지'를 강조한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적극적으로 들어주기'와 화가 나거나 마음이 불편할 때 아이를 탓하는 것인 아니라 부모인 나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나- 메시지' . 얼핏 쉬워보이지만,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고 있는 아이앞에서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아이의 감정을 읽어준다는 것은, 참,  그야말로 도 닦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신기한 것은, 바로 아이도 '싫어, 싫어' 하던 말을 멈추고 내 품안을 찾아든다는 것이다.

늘 하던 대로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매를 드는 것은 차라리 쉽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방식은 낡은 매뉴얼이라고 한다. 새 차를 샀으면 새 매뉴얼로 해야지, 익숙하다고 낡은 매뉴얼대로 움직인다고 새 차가 작동하겠느냐고. 부모인 우리가 배웠던 방식, 어쩌면 우리가 어렸을때 그리 탐탁해하지 않던 방식대로 아이를 대하고 있는 나를 보며, 맞아, 맞아 이건 낡은 매뉴얼이야 하며 무릎을 치게 되었다.

하지만 고집을 부리고 있는 아이 앞에서 "그래, 그래서 네가 속상하구나" 하며 들어주고 있다보면, 결국 아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생긴다. 그런 불안감에 대해 저자는 아이와 대화한다는 것은 부모의 뜻대로 아이를 움직이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모든 반항, 슬픔, 고민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여주며 아이와의 관계를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가 바르지 않은데 다른 학업적인 요구나 지시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늘 부정적인 말만 듣는다면, 아이의 자아상은 얼마나 비뚤어지겠는가? 그럼에도 아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번씩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니--- 그런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추듯 보게 된다. 분노는 이차적인 감정이라고 한다. 아이가 집에 늦게 돌아와서 걱정하다가도 막상 만나면 화가 나게 될때,  화를 내기보다는 아이를 먼저 안아주고 걱정했던 마음을 들려주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이가 말은 듣지 않아 화가 날때, 그 마음의 바탕에는 모욕감이 있지 않은가 돌아보라고 한다. 너 때문에 화가 난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은 이렇다 라고 '나 -메시지'를 쓰려면, 우선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화가 나는 순간, 늘 하던 방식을 멈추고 잠시 내 감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데 정말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숨을 고르고 내 마음의 밑바탕을 들여다보면, 상처받은 내 마음이 보이고, 아이와 잘 지내고싶은 깊은 마음이 보인다. 그리고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정말 놀랍게도 아이는 돌아선다. 어느 때는 나로선 할만큼 했다고 생각될 때에도 아이는 고집을 부린다. 아이는 부모의 마음이 진심인지 시험해보는 중이라고 한다. 그 순간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진심을 보여준다면, 아이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몇가지 예시를 따라해보았다.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옷 입는 차례를 그림으로 보여준 예처럼, 학교와 유치원에 가기전에 해야할 일들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 주었더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며 몇번씩 순서를 확인하는 것을 보았다. 또 동생만 좋아한다며 톨아진 아이에게 엄마와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자고 했더니 크게 표로 만들어서 붙여두며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 책 속의 말들은  한마디 한마디가 참으로 귀해서 자꾸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세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 아이들과 대화할 것인가 고민하며 들여다 보게 된 책이지만, 결론은 나 자신, 내 마음과 솔직하게 대화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아이와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님이라면 무엇보다 찬찬히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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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품앗이 학습법 - 유아 초등 아이들을 행복한 우등생으로 키우는
홍도미 외 지음 / 화니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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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큰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올 한해 많은 고민을 했다. 큰아이를 임신하던 즈음부터 대안교육에 관한 책도 꾸준히 보고, 연수도 받으러 다니며 바로 이거야, 우리가 자랄때 이런 교욱을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많이 아쉬워했다. 그러는 사이 가까운 곳에도 초등 대안학교가 생겨서 올 여름엔 입학 전형 과정을 기웃거려 보기도 했다. 아이에게는 더 없이 좋은데, 솔직히 부모로선 자신이 생긱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어쩜, 내 맘이 바로 이런 거다 싶을 정도로 속 시원하게 풀어준 책. 가까운 곳에서 누구라도 아이의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키우고 싶다면, 소박하고 행복하게 아이와 엄마와 이웃이 나누는 공동체를 꿈꾼하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쩌면 많은 선배 학부모들은 이미 이 책 이상의 내용을 실현하고 있는지도 모르겟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품앗이 학습의 장점은 우선, 자연체험이나 아이들 먹을거리 중시, 놀이 중심이라는 가치는 수용하되 공동의 공간 마련이라든가, 대표 교사를 두는 등의 부담은 배제함으로써 누구나 부담 없이 품앗이 학습에 접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 교육 현장에 접근하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예비 학부모로서는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학습이라고 말한다. '남편이 벌어들이는 소득만이 돈이 아니다. 당신의 노력도 돈이다, 그리고 당신의 아이가 치르고 살아야할 심리적, 교육적 갈등도 돈이다. 그러니 품앗이 학습은 남편 돈도 적게 들고 아내의 품도 덜고 아이의 갈등도 줄이는 일석 삼조의 수단이다' 라고 말한다.  한국 은행권은 거의 지출 되지 않지만 주부들의 품을 사야 하니 상당히 값비싼 학습법이라는것. '너무나 많은 엄마들이 한국 은행권만 생각한다. 한국 은행권을 쓰며 이 학원 저 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자신은 또 다른 한국 은행권을 벌어드리려고 계산한다. 한국 은행권으로는 불가능한 자녀들의 심리, 사회, 교육적 갈등은 전혀 계산하지 않는다. 그런 결과가 바로 오늘날의 청소년문제, 가족갈등, 교육현상의 붕괴이다' 라고 단호히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품앗이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부모에 대한 아이의 진정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공동체라는 점이다. 아이들 내면의 자연이 소리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 내용만을 가지고 따진다면 노련한 누군가가 더 나을지 모르지만 아이와 밀접하게 진지하게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네번째는 아이들이 가진 볼래의 호기심과 흥미의 싹을 길러준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경쟁보다는 서로 돕고, 싸움 보다 혐력할 때 더욱더 재미잇고 즐겁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자식 종사 성공한 거라고 믿는 부모들의 학습법이라는 점이다.

  이토록 장점이 많은 품앗이 학습에 대해서 아직 실행해 보지 않은 예비 학부모로서는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라는 의문이 떠올랐고, 책은 친절하게도 몇명이 적당한지,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지 아주 상세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혼자서라도 시작하라! 고

  실행해 본다면 아마도 개개의 경우마다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아이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걱정많은 예비 학부모에게 이 책의 저자는 '아무리 귀하다지만 자식의 종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라고 말한다ㅣ 누구도 누구의 희생 위헤 군림 해서는 안되며, "너를 위해 내가 어떻게 살았더냐 라는 넋두리는 부모다운 소리가 아니며, 아무리 자녀 교육을 위해 별거까지 해봐도 아이의 길은 따로 정혀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 말은 아이의 교육에 크게 신경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아이 내면의 힘, 스스로 성장해 갈 수 있는 힘을 믿자는 말로 읽혔다. 우리 자신을 위해 살자는 말.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좋은 음식을 먹고 별밤을 산책하면서 살자는 말. 그 말이 큰 언니의 음성처럼 다정하게 들렸다.

이 책의 내용 한구절 한구절이 다 밑줄 긋고 싶을 만큼 좋았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제목에서 '기적의' 라는 말은 없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그보단 '아이와 엄마가 행복해지믄'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는' 이라는 단어가 더 떠오른다. 이제 그 길로 들어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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