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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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지금’의 시간을 살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아쉬운 건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26쪽

엄마는 명치끝이 아프다며 오랫동안 밥을 먹지 못했다. 소름에 절인 것처럼 슬픔에 절여져 영영 웃지 않을 것 같았다. 온조도 꽃처럼 예쁜 엄마가 너무나 슬퍼서, 하얀 재가 되어 떠나버린 아빠의 고통이 너무나 뜨거워서 봄이면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해마다 봄은 왔다. 눈부셨다. 그래서 더욱 슬펐다.-28쪽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어 서 오 세 요.
여기는 ‘시간을 파는 상점’입니다.
당신의 특별한 부탁을 들어드립니다.-43쪽

"기계는 사람을 홀딱 반하게 하는 아주 매력적인 물건이지. 그래서 중독되는 거야. 쓰나미 같은 충격이 오기 전에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해. 난 더 늦기 전에 때려치웠네. …(중략)… 불편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 은근히 매력 있어. 그런 것이 없으니 사람에 대한 믿음이 더욱 견고해지는 것 같아. 기계 대신에 사람이 들어오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미덕들이 살아나. 시간이 나를 위해 움직인다고 해야 하나? 시간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 뒤로 물러나 있는 듯한 느낌 같은거야. 한결 부드럽고 친절한 시간이 되는거지. …(중략)…"-64~65쪽

시간은 그렇게 안타깝기도 잔인하기도 슬프기도 한 것인가. 삶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 사이의 전쟁 같기도 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는 그렇게 애달파 하고, 싫은 사람과는 일 초도 마주 보고 싶지 않은 그 치열함의 무늬가 결국 삶이 아닐까?-106쪽

죽는다고 한 놈이 버젓이 살아 지리산을 누비고 다녔다.
정상에 오를수록 나무는 낮아졌고 꽃 빛깔은 붉었다.
천왕봉 아래서 처음으로 울었다.-201쪽

혼자가 아니다.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봐라. 거기 하늘만은 너와 함께 있다.-204쪽

희망은 도처에 널려 있다. 발길에 차이는 희망, 그것은 기꺼이 허리 숙여 줍는 자의 것이다.-204쪽

네 절정은 지금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너의 절정이다.-204쪽

너의 우정에 가슴이 뻐근했다. 네 우정에 보답을 못하는 내가 못나서 울었다. 그런데 까맣게 타서 재가 된 그 글자들은 오히려 각인되듯 오롯이 살아나 내 가슴에 박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머리 위에서 나를 지켜보는 별이 있었다. 네가 언젠가 얘기해준 샛별이었다. 그 별빛은 너무나 맑고 환했다. 네가 적어준 그 말들처럼 그 별도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까맣던 어둠은 어느새 하얗게 벗겨졌고 동쪽 것대봉 뒤에서 해가 솟기 시작하는지 빛살이 퍼지기 시작했다. 찬란했다. 내 생애 저렇게 빛나던 순간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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