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권의 마지막 책장의 마지막 문장, 그리고 마지막 글자까지 읽고 책을 덮고 나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면서 무엇인가가 나를 휘감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여운이다. 어쩌면 추운 겨울 동안, 세찬 겨울 눈보라가 몰아치는 기나긴 그들의 여정을 함께 한 뒤의 밀려오는 허탈감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문체는 쫓고 쫓기는 포수와 사냥감과의 관계처럼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간다. 
 
솔직히 나의 리뷰의 핵심은 저 위의 네 문장이 끝이라고 할 수 있겠다-_-;;; 끝에 밀려오는 여운이 나에게는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밀림무정은 우리 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가보지 못하리라 생각되는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이라고 칭해지는 곳이 공간적 배경이다. 그렇지만 개마고원은 1권에서의 배경이고 2권의 배경은 경성으로 옮겨진다. ‘경성’이라 하면 느껴지겠지만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일제치하이다. 우리 나라에 있어 너무나도 아픈 기억이 많은 시간이다. 
 
책과 별개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책 내용과 연관된 것 같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호랑이는 옛날부터 친근하면서도 무서운 존재로 옛날 이야기, 그림 등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나름 단골 손님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산의 주인, 신령님, 이라고 칭해지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정신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으며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많은 호랑이들 중에서도 특별히 ‘조선 호랑이’라고 칭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제치하 당시로 시간을 옮겨오자면, 일본은 우리나라의 혼과 정신을 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두 가지의 생각이 문득 들면서 책 안에서 일제가 해수격멸대를 앞세워 호랑이를 잡으려고 했던 건, 아마 우리네 혼과 정신을 끊어놓기 위한 것이 아닐까...그걸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생각과 여기에 추운 겨울 보다 더 추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개마고원과 개마고원의 왕대 ‘흰머리’, 그리고 이를 쫓는 개마고원의 포수 ‘산’의 관계, 그리고 ‘주홍’이라는 일본인도 될 수 없고 조선인도 될 수 없던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책을 덮고 나니 밀려오는 것은 허탈감과 먹먹함이었다. 
 
물론 이 책은 단순히 호랑이 ‘흰머리’와 포수 ‘산’과의 관계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존재의 관계가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그 주위에는 개마고원 포수들 간의 의리, 그리고 가족 간의 사랑, 남녀간의 사랑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추운 겨울날,
한 번 읽어보시라 추천해 드리고픈 책이다.
겨울 바람이 불면 ‘흰머리’와 ‘산’, ‘주홍’이 생각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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