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케이션 3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절판


"아니, 거짓말이야. 인간은 누구나 조종받고 살아. 어렸을 때는 엄마의 꾸중에 따라 장난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학교에서는 교사의 명령에 따라 하기 싫은 숙제를 해야 하지. 커서는 직장 상사, 부자들, 정치가들의 명령을 따라 땀을 흘리고 착취당하고 원치도 않는 참을성을 배우잖아. 전쟁터에서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조종되어 쏟아지는 총알 속으로 돌격하다가 거꾸러져 죽지. 모두가 조종받고 남을 조종하면서 살아. 다만 남을 조종하는 건 좋아하면서 조종받는 건 싫어하지. 그래서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괴물들까지 생기고 그건 멈추지 않아. 손해를 볼까 봐, 위험해질까 봐, 자기 본질을 잃어버릴까 봐…… 우습지 않아? 그게 뭔지 모르면서 잃어버릴까 봐 겁내는 게?"-16쪽

"하지만 그건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이 없어. 사람들이 무조건 악하다고 볼 수는 없지 않나?"
"악하고 선하고를 따지는 건 이미 사회적인 개념입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죠. 그러나 우리는 지능이 있었기에 사회를 만들었고 가치와 선악까지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선악은 모두 사회적인 선악일 뿐이지 자연적으로 선도 악도 없어요. 그걸 자꾸 혼동한 바보들이 인간의 본성 운운하는데 돼먹지 않은 헛소리입니다. 인간은 자연적으로는 선도 악도 아닌 어중간한 것으로 가득 차 있어요. 하지만 인간이 사회에서 살려면 선악을 따라야만 하고 그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학습되는 겁니다. 만약 짐승을 사냥하던 원시적인 선악을 따지려면 사회를 떠나 로빈슨 크루소라도 되어버린 후에 따져야 할 겁니다. 안 그런 놈들은 모두 머리에 총알을 박아주거나 굶겨 죽여야 해요. 하지만 그런 놈들이 세상에는 아직 많고 그런 이기적인 욕심이나 분별없는 탐구 정신은 아직 그녀만 알고 있는 영역을 섣불리 건드릴 겁니다.…(중략)…인간은 아직 다른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면서 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121~122쪽

"괴물을 상대하는 자 괴물이 되지 않게 주의하라.
그대가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또한 그대를 들여다보리니."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261쪽

"사랑을 그 따위 이유라고 말하지 마. 그건 세상의 어떤 힘보다 강하다고 떠들어대는 거잖아. 그만큼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거니까."
"난…… 난 대체 이해할 수가 없소! 그렇게 하이드라가 강하다면 그녀로 하여금 그를 사랑하게 만들면 될 것을……."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사람을 지배하고 조종해도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거나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지. 뭐가 좋은 거고 뭐가 사랑인지 사람들은 제대로 알지 못해. 그래서 지배할 수 없고, 그건…… 그 힘은 우리의 힘보다도 한참 더 위에 있는거야. …(중략)."-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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