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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퇴마록’과 ‘치우천황기’를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랬기에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 도서관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잽싸게 빌려와 책의 첫 장을 폈다. 총 3권으로 되어 있기에 천천히 읽자는 마음이 강했다. 그리고 책을 들어 읽기 시작한 며칠 후 3권의 마지막인 책 표지를 닫으면서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다 보면 피가 난자하고 시체가 나뒹굴고 있고 잔인한 장면이 등장한다. 여기에 악당을 쫓는 경찰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선악이 구분되지 않는다. 분명히 경찰은 선한 사람들인데, 정의의 사도들인데, 어느새 보면 범죄자나 할 지 싶은 일을 벌이고 그 일을 수습하느라 애쓴다. 그러나 이것은 책의 일부분이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원칙을 무시하는 기현상으로 가득한 것이 바로 이 바이퍼케이션을 제목으로 달고 있는 이 책이다. 범죄심리학, 정신의학, 그리스 로마 신화, 이렇게 세 가지의 요소가 모여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단지 이 부분에만 초점을 맞출 수는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 다른 한 가지. ‘감각’이라고 부르는 것. 여기에도 질문을 던지고 있다.
스토리도 흥미롭고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외국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긴 스토리에 작가의 생각도 잘 담아내고 있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이 나에겐 몇 가지 있었다. 초반에는 주인공이자 천재 프로파일러인 에이들이 왜 범인을 이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착실히 밝힌다. 그러나 후반부에 가서는 갑자기 이 사람이 범인이란다. 초반에 차근히 설명해 줬던 것과는 다르게 “도대체 왜 이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랄까. 또한 막판에 이야기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듯 했다. 물론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앞부분의 스토리를 진행하는 템포가 차분했기에 갑자기 휙휙 진행되니까 너무 몰아치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차근차근 전개해 주셨으면 좋았을걸.
아무튼, 재미있게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