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절판


"반장님, 우리는 법과 규율과 윤리와 남의 시선에 연금, 보험료, 집세, 예수님에다가 지옥 불까지 걱정하면서 생각해야 하지만 괴물들은 그런 게 없어요. 아우토반을 달리는 것처럼 똑바로 깔끔하게 하나만 생각한다구요. 한 가지만 생각하고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어요. 사이코패스들도 대부분 그렇다지만 창의적인 괴물들은 그보다 한 수 더 뜨는 것들이에요. 여태껏 잡혔던 괴물들 대부분은 정말로 재수가 없어서 우연한 기회에 걸려들어 잡혔어요. 정식 수사로 잡아낸 괴물은 손가락으로 꼽을 숫자밖에 안 된다구요."-125쪽

아니 애당초 사람들이 군집해 있는 집단 안에 진정한 마음속의 평화란 없다. 오히려 외면적으로 평화롭고 조용할수록 미치는 사람들은 더 심하게 미친다. 외면적인 평화는 룰과 관습과 타인의 시선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강한 평화는 강한 억압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것이 가르시아를 비롯한 이곳 경찰의 힘이건 종교나 관습이거나, 심지어는 인간 개개인의 양심의 문제라도 말이다. 따라서 겉으로 조용할수록 내면에서의 갈등은 더 심하게 쌓이는 경우가 많으며, 잘 터지지 않겠지만 일단 폭발하면 더 크게 터지는 경우가 많다.-215쪽

"아까 선생님 이야기를 했었지? 내게 무서운 선생님이 계셨다고. 그런데 그 선생님이 항상 무서운 것은 아니었단다. 다만 내가 숙제를 안하거나 하라고 한 공부를 하지 않았을 때, 그때는 정말 무시무시하게 생각되었었지. 너무 무서워서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가거나 옷장 속에 숨은 적도 있단다."
"나도 그랬었어요."
"그래. 아저씨가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선생님이 무서웠던 건 이유가 있었던 것 같구나."-259쪽

"그렇죠. 아마도 자주 있었을 겁니다. 원래 집은…… 가족은…… 그래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끔씩 일어나고 있죠. 몇 천 년이 지나고 학문과 문명이 발전했는데도 우리 인류는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그 근본적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
"글쎄요. 인류의 본원적 야만성일까요? 아니면 악마성일지도……."-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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