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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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기억하지, 처크?"
처크가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이 벌써 죽이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두 사람이 서로 한 패가 되는 법을 배워 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요. 깨진 건물 조각들이 기억나요. 그런 게 엄청 많았죠. 사람들은 그런 돌조각들을 무시하지만, 내가 보기엔 녀석들한테도 나름대로 역할이 있어요. 나름대로 예쁜 구석이 있다니까요. 그게 다 그걸 보는 사람의 생각에 달린 거예요."
"싸구려 소설에 나오는 말 같군. 누구한테 들은 말인가?"
"그냥 생각난 거예요."-31~32쪽

"허리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건 그냥 몸 풀기 단계인 것 같아."
"저기 바람 방향이 바뀐 거 보여요? 저 묘지가 통째로 이쪽으로 날려 올 것 같아요."
"그래도 바깥보다 여기 있는 게 나아."
"그렇죠. 하지만 허리케인 속에서 높은 데를 찾다니, 우리도 참 멍청했어요."
"별로 똑똑한 짓은 아니었지."
"폭풍이 너무 빨랐어요. 그냥 장대비가 내리나보다 했는데 순식간에 오즈로 날아가는 도로시 신세가 돼버렸잖아요."
"그건 토네이도였어."
"뭐가요?"
"캔자스에서 도로시를 날려버린 거."-200쪽

"하나님의 선물 말이야."
교도소장은 이 말을 하면서 갈가리 찢긴 땅바닥을 가리켰다.
"하나님의 폭력. 내가 우리 집 1층으로 내려와 거실에 나무가 들어와 있는 걸 보았을 때, 나무가 마치 하나님의 손처럼 나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 같았지. 물론 정말로 그랬다는 뜻은 아냐. 비유적으로 말해서 나무가 늘어나는 것 같았다는 얘기야. 하나님은 폭력을 사랑하신다네. 자네도 알지?"
"아뇨, 모릅니다."
교도소장으로 앞으로 몇 걸음 걸어 나가 테디를 향해 돌아섰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상에 폭력이 왜 이리 많겠나? 폭력은 우리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지. 우리는 숨쉬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폭력을 휘둘러. 전쟁을 하고, 희생 제물을 불태우고, 형제들을 약탈하고 그들의 몸을 공격하지. 그리고 너른 벌판을 냄새나는 시체들로 가득 채워. 왜일까?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으로부터 우리가 교훈을 얻었다는 것을 하나님께 보여드리기 위해서일세."-375쪽

"하나님은 우리에게 지진, 허리케인, 토네이도를 주시네. 하나님은 우리 머리 위로 불을 뿜어내는 산들을 주시지. 배를 집어삼키는 바다도 주시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연을 주셔. 자연은 미소를 지으며 상대를 죽이는 살인자일세. 하나님은 당신이 우리 몸에 구멍을 만들어놓은 것은 생명의 피가 그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우리가 죽음으로 통해 믿게 되도록 질병을 주신다네. 하나님은 우리에게 욕망과 분노와 탐욕과 더러운 마음을 주신다네. 하나님을 기려 폭력을 휘두르게 하려고. 우리가 방금 경험했던 이 폭풍만큼 순수한 도덕적 질서는 없어. 세상에는 도덕적 질서가 아예 없지. 내 폭력이 자네의 폭력을 이길 수 있는가, 그것만이 있을 뿐이야."-376쪽

"난 잘 모르겠어, 처크. 저 사람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아?"
"아뇨."
처크가 햇살 때문에 눈을 약간 찡그리며 고개를 뒤로 살짝 젖혔다. 그리고 테디에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너무 영리하기 때문에 그렇게는 안 될걸요."
"맞아, 그렇지. 안 그래?"
테디가 말했다.-492~4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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