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 그만두시고 이번 일도 끝나면 뭘 하실 생각입니까?"
"빵집을 할 거야."
"빵집?"
준이치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난고를 쳐다보았다.
"이전엔 한 말 잊었나? 본가가 빵집이었다니까."
난고는 웃었다.
"빵만 파는 게 아니라 케이크랑 푸딩도 내놓고 아이들이 즐겨 찾는 가게로 만들 거야."
준이치도 즐겁게 웃었다.
"가게 이름은 뭘로 하실 겁니까?"
"난고 베이커리."
"좀 딱딱하지 않아요?"
"그런가?"
난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뺨에 바닷바람을 느끼며 물었다.
"남쪽 바람을 영어로 뭐라 하지?"
"사우스 윈드요."
"그거야, 사우스 윈드 베이커리!"
"좋은 이름이네요."
준이치와 한데 웃으며 난고가 덧붙였다.
"식구를 다 불러들여서 빵집을 차린다! 그게 지금 내 소박한 꿈일세."
-113~114쪽
"자, 슬슬 준비합시다."
160번은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으나 이윽고 "예." 하고 대답했다.
그와 동시에 7년이나 사형 확정수와 함께 지내 온 담당 간수가 참다 못해 울기 시작했다.
160번도 슬픈 듯 시선을 떨구었으나 이윽고 신부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신부님, 고백 성사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신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 꿇은 사형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제단 위의 십자가를 등지고 엄숙한 어투로 말했다.
"당신의 평생에 걸친 죄, 전능하신 하느님을 거역한 것을 회개 합니까?"
"네."
"나는 너의 죄를 사하노라."
그 신의 말씀을 듣고 난고는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160번이 범한 죄를 신은 용서했으나 인간은 용서하지 않는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아멘."
160번은 복창하며 가슴 앞에 성호를 긋고 일어섰다.-188~1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