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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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의 책 표지에는 한 남자가 존재한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다시 책을 돌려 보았는데 표지에 존재하는 남자는 나를 외로운 눈을 하고도 굳건하게 입을 다문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책을 읽기 전의 존재했던 남자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나에게 다가왔다.

소현세자는 아버지인 인조에게 독살을 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너무나 허무하고도 빠르게 이 세상을 떴다. 그래서인지 소현세자에 관한 이야기는 잘 읽어볼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나에게 재미있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재미로 읽기엔 책의 한 문장, 한 문장 속에는 먼 타국의 땅에서 조선을 그리워하며 동쪽을 바라본 소현세자의 크나큰 고독을 담고 있었다.

나에게 이 책은 쉬이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며칠에 걸쳐 읽어야 했다. 책의 내용이 어렵고 문체가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다음은 어떻게 될까, 도대체 이러한 일을 벌인 자가 누구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책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어느 때는 책장이 잘 넘어갔지만 어느 때는 한 장을 읽고도 책을 덮어야 했다. 읽다 보면 가슴에 무언가가 얹힌 듯이 먹먹하고 무거웠다. 사건의 배후자가 궁금하지만 책의 내용으로 인하여 오히려 저런 궁금한 사항은 눌려서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은 기분이었다. 어찌 보면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에 생각나는 것은 소현세자의 외로움만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현재 내 상태가 딱 그 상태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 내용도 있었겠지, 하겠지만 현재는 막 책장을 덮었기에 소현세자의 외로움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소현’은 머리로 읽는 책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은 책이었다. 이 리뷰를 쓰는 지금 이 순간도 가슴 전체가 내려앉은 것 마냥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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