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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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낮이면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며, 마음 속으로는 관능의 충족으로도 채우지 못한 무서운 공허를 느끼 며, 머릿 속에서는 모든 능력이 이글이글 끓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환락의 좌석에서 즐거워하고 있는 모든 친구들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갑자기 시커먼날개를 펼친 고독이 자기의 마음에 뒤덮이는 것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 있다.
또한 세상에는 아무것도 희망하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삶을 증오하면서도 그것을 버릴 용기가 없는 그런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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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불의 연회 : 연회의 시말 - 하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1. 

개인은 근대의 발명품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공동체라는 집단이 있었을 뿐 개인이 딱히 중요하게 의식되거나 어떤 중심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소설가라든가 음악가, 화가 등 어떤 뛰어난 개인의 예술작품이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근대의 발명품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가 더해지고 더해진 뒤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집단 창작'만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유와 그 전개 과정은 까먹었지만, 서양 근대에 이르러 개인이 주목받게 되었고, 현대에는 이 개인이라는 것이 모든 행동과 사고와 개념의 시작이다. 


'도불의 연회'는 서양의 개념인 '개인'이 동양에 급격히 들어와 정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근대적인 개인과 전통적인 공동체라는 두 가지 인식 및 개념의 거리 그로 인한 균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제나 그렇듯 다양한 요괴가 등장하는데, 수많은 요괴들은 서로 다른 지방에서 다른 역사와 다른 특징으로 생성된 요괴들이, 서로 어떤 지점에서 교차되면서 영향을 주고받아 습합하고 소멸하고 덧붙여지고 새로 창조되어 또 다른 요괴가 된다. 그 과정에서 그 역사나 개념 등의 과정은 모두 사라지고 이름과 형태만 남은 요괴, 또는 이름이나 형태만 남은 요괴 등도 있다. 



2. 

정리가 안 된 상태로 쓰려니 아무것도 써지지 않는구나. 


어쨌거나 교고쿠도 시리즈는 언제나 근대의 과학과 논리라는 것이, 전통의 신앙이나 주술 등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모순, 또한 일본 군국주의로 인해 생겨난 왜곡과 균열 등을 그려내고 있으나...


우부메나 망량에서는 이런 것들이 마주치는 과정에서 생긴 우연이나 실수 이런 것들이 사건을 만들어 냈었다. 


그런데 도불에서는 한 명의 절대자(에 가까운 인물)이 모든 사건들을 계획하고 만들어내는 형태를 띠고 있다. 


전지전능한 악이 등장하고 이에 대항하는 전지전능한 신 - 추젠지 - 의 구도라니, 구태의연하다. 


또한, 이 문제는 광골에서부터 계속되고 있는데, 우부메나 망량이 표제의 요괴과 소설 전체의 스토리와 주제 의식과 깊게 연관되어 있었던 것과 달리, 광골-철서-무당거미-도불에서는 끼워맞추기 식이 강하다. 


인물들의 매력도 뚝뚝 떨어져가고 있는데, 광골에서부터 추젠지는 참으로 선량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동시에 마지막에만 짠 등장해서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 전에는 사건의 전모를 모두 알면서도 절대 개입하지 않는 태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데, 이게 망량까지는 설득력이 있었는데 광골부터는 아니올시다다. 


왜 개입하지 않는지와 왜 개입하는지가 별로 설득력이 없다. 


기바나 에즈키로 등도 그 전 시리즈까지는 교고쿠도와는 다른 영역에서 나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는데, 이번 편부터는 천재 아니면 바보가 되어 버린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모두 마찬가지. 


8편까지 쓴 뒤 10년 동안 새 시리즈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소재가 떨어져서 그런 거 아니냐는 말이 돈다는데 이해가 슬슬 되려고 한다. 


다음 시리즈도 나오면 사기야 하겠지만, 이제 예전만큼 기대가 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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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9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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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처녓적 이름은 버사 메이슨이었다. 결혼한 뒤에는 버사 로체스터가 됐지만 아마도 그녀의 본명은 버사 에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그런 남자를 신랑감으로 선택하게 된 것은 참 안쓰러운 일이었다. 


버사는 칠흑처럼 검은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내려트린 미인이었고 대농장주를 아버지로 둔 부자였다. 열정적이고 활달한 성격 또한 그녀의 매력 중 하나였다. 반면 그녀의 남편감으로 지목된 남자는 추남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외양이 못난데다 돈 한 푼 없는 가난뱅이였다. 성격은 괴팍했고 영국의 흐린 잿빛 안개처럼 음울했다. 


하지만 남자는 영국의 유서깊은 집안의 차남이었고, 바로 그 이유로 버사의 부모는 그녀를 팔아치우듯 그 남자에게 거액의 지참금과 버사를 떠넘겼다. 

당연히 둘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다.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주의적인 성격의 남자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버사를 감당하지 못했다. 부부는 서로를 경멸하고 두려워했으며 부부 사이는 마치 대서양을 사이에 둔 것처럼 낯설고 멀기만 했다. 


결혼하고 4년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은 그녀에게서 밝고 화창한 서인도제도의 태양마저 빼앗아버렸다. 영국으로 데려가 시골 마을의 저택에 가둬버린 것이다. 


그 즈음 남편은 버사와 결혼하던 때보다 더 큰 부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형이 급사하는 바람에 유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남자는 버사의 재산이 필요하지 않았고, 버사는 더더욱 필요하지 않았다. 


남편은 버사를 가두어버린 채, 진정한 사랑과 구원을 찾겠다며 유럽 구석구석을 누볐고, 버사는 돈과 젊음, 미래를 모두 잃어버린 채 침울한 저택에서 하루종일을 보내야 했다. 


그 즈음 영국의 다른 곳에서는 한 소녀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었다. 눈도 뜨기 전 부모를 잃고 외숙모 손에 자란 소녀는, 한 기숙학교에 입학해 자립할 수 있는 수단을 막 터득하기 시작한 터였다. 


그 동안 버사의 저택은 점점 침울한 곳이 되어 갔다. 


남자가 버사를 이곳에 부려놓은 것처럼 거추장스러운 '자신의 여자'들을 저택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남편을 잃고 의지가지없게 된 노인을 가정부로 들였고, 정부가 떠맡긴 딸아이를 처박아 놓았다. 남자가 한때 자신의 편의나 쾌락을 위해 취했지만 이제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 여자들이, 마치 철지난 가구처럼 저택에 쌓였다. 


처음으로 남자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여자 - 기숙학교에 다녔던 소녀가 이곳에 왔을 때 버사는 자신의 반쪽을 만난듯한 기쁨을 느꼈다. 소녀의 강단있는 태도와 독립적인 자세, 분별력과 판단력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소녀는 겉으로는 퀘이커 교도처럼 절제되고 금욕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었으나 안으로는 자유와 희락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소녀가 남자에게 끌렸을 때 버사는 조금 골이 났다. 소녀가 그보다는 더 나은 남자를 만났으면 했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남자는 버사와 결혼했을 때보다는 조금 더 현명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 끝간데 없는 잘난척과 자부심, 여자를 소유하고 보호하려는 마초적인 태도는 여전히 꼴같잖았다. 무엇보다 그가 소녀에게 '해 줄 수 있다'고 뻐기는 돈과 부는 남자 본인의 능력으로 얻은 것이 아닌 버사가 그에게 준 것이었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소녀가 남자의 곁을 떠났을 때 버사는 한편으로는 안심했지만 한편으로는 소녀의 눈물로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버사는 소녀가 행복해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소녀가 저택을 떠나 또 다른 모험을 만나며 자신과 싸우고 있는 동안, 버사는 소녀를 위해 무언가 해주기로 결심했다. 


어느 밤 버사는 감금된 방을 떠나 아랫층으로 살금살금 내려왔다. 버사는 촛불을 들어, 이제는 낡고 때가 탔으며 유행이 지난 커튼에 불을 붙였다. 바람이 좋은 밤이었다. 커튼에 붙은 불은 기세좋게 다른 곳으로 옮겨 붙었고, 곧 그 붉은 혀를 발록처럼 날름거리며 저택 곳곳을 핥아내렸다. 버사를 가두고 있던 곳, 남자의 여자들이 꼼짝없이 남자의 비위를 맞추며 붙들려 있어야 했던 곳, 버사의 육체와 정신의 구속복이었던 저택이 밝고 환한 빛을 내며 검게 무너져내렸다.  


불길은 남자의 두 눈과 한쪽 팔도 먹어버렸다.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자신감도 바쳐야 했다. 마치 자신만이 소녀의 유일한 구원이자 의지처인 것처럼 굴었던 오만함도 녹아 내렸다. 


남자는 이제 예전처럼 우쭐거리진 못할 것이다. 타인을 함부로 시험하고 평가하고 재보는 장난질도 치지 못할 것이다. 남자는 자신이 버사와 그의 가정부, 정부였던 프랑스의 무희, 그 무희가 낳은 딸, 그리고 이곳을 떠난 소녀보다 더 잘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이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버사는 가뿐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타오르는 불길과 나풀거리는 재속에 몸을 누였다. 


그리고 겸손하고 양순해진 남자를 소녀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버사 역시 소녀의 품안에서 평안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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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블로거 문학 대상] 문학에 관한 10문 10답 트랙백 이벤트

질문 자체가 너무 광범위해서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만 답한다.

1. 당신은 어떤 종류의 책을 가장 좋아하세요?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 생각해보니 별로 가리는 건 없는데... 요즘엔 추리 소설과 가상 역사 소설이 당기는 듯...

2. 올여름 피서지에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 미야베 미유키의 낙원


3.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혹은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 최근 접한 작가 중 '발견했다'고 생각되는 작가는 역시 미야베 미유키이다. 대중추리소설 작가이니 가벼울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사건을 둘러싼 주변 인물과 상황을, 마치 날실과 씨실로 직물을 짜듯 연결하는 작업이 몹시 촘촘하고 세밀하다. 게다가 속도감있는 문체와 인물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 몰입하게 만드는 구성 등 걸출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4.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시거. '완전한 재앙'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 불가사의한 살인마의 모습은, 피에 미친 싸이코라기보다는, 그리스 신화 또는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운명의 신같은 느낌이다. 아무런 감정없이 재판관이 판결문을 읊조리듯 등장인물에게 죽음을 알리는 시거의 모습은, '노인을 위하지 않는 나라'에서 누구든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운명을 느끼게 해 준다.


5.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인물 /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이상형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있었다면 적어주세요.

- 자신과 가장 비슷하나도 느낀 인물은 '사립학교 아이들'의 주인공 리, /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이상형은 '모방범'의 아리마 요시오


6.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 대학시절, 20대를 함께 보낸 친구에게 '위키드'를 몹시 주고 싶다.


7. 특정 유명인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책을 읽히고 싶은가요?

- 2mb에게 모든 책을 안겨주고 싶다. 읽어도 이해는 못 하겠지만, 최소한 책 읽느라 바빠서 다른 짓은 못하겠지.

8. 작품성과 무관하게 재미면에서 만점을 주고 싶었던 책은?

-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작품성 물론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책일텐데,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었던 책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다. 읽고 나서 심장이 벌렁거리고 머리가 띵했을 정도였으니... 엄청난 책이었다.


9. 최근 읽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 모방범 "범죄는 사회가 원하는 형태로 일어난다." (지금 책이 옆에 없는 관계로 정확한 문장은 생각나지 않는다.)


10. 당신에게 '인생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 '인생의 책'이니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꼽을 순 없겠군... 여러권 있지만, 현재로서는 카프카의 '성'과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꼽고 싶다. 이유는... 사람(나 자신)과 사회의 예측 불가능성, 파악 불가능 때문일까... 사람이란 건, 나 자신 그리고 나를 둘러싼 사회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다만 이렇지 않을까라는 예측 (주변의 말에 영향을 받은) 그리고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 속에서 나름 구성하고 있을 뿐... 그렇기 때문에 나를 배신하는 상황은 수도없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게 산다는 것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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