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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ㅣ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샤바케는 약재상을 하는 병약한 도련님과 그 주위를 맴도는 요괴의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자면 맴돈다기 보다는 도련님을 호위한다.
이러한 관계 속에 얽혀있는 미스터리, 즉 왜 요괴들이 보잘 것 없는 인간을 호위하는지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서술한다.
이 책은 사실 어느 부류에 넣기도 애매하다. 캐릭터들이 생생하고 매력적이기는 하나 요괴물이라 하기에는 요괴들이 사건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미스터리 추리물이라 하기에는 약간 밋밋하다. 따라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적 요소는 어찌보면 독자의 기대치에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이 좋다.
"샤바케"는 속세의 이득에 눈이 먼 마음을 뜻하는 말이다. 실제 이 책에서는 세속적인 것에 마음을 사로잡힌 이들이 사건을 일으킨다. 그리고 병약하고 순진한 도련님과 도련님을 호위하는 요괴들이 그 사건을 파헤친다. 즉 인간이 인간을 공격하고 오히려 요괴는 인간을 보호한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요괴가 두려운 존재라고는 하나 속세의 이득에 마음이 더럽혀진 사람들 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요괴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기도 하고, 살인마에게 공격당해 다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작가에게 미스터리적 요소는 중요하지 않았다(오히려 이 작품은 사건적인 요소 보다 에도시대라는 배경과 요괴라는 캐릭터로 독자에게 낯설음을 선사하고 있다.). 물론 더 여기저기서 더 비비꼬면 독자에게 더 큰 흥미를 유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마음속에 야차를 지니고 있는 인간은 선택받은 특정인이 아니라 우리들 범인(凡人)이기 때문이다. 사건을 치밀하게 구성할 수 없는, 즉 요괴소설로 치장하고 고전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여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인간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이 작품의 장르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나는 그런것 쯤 상관 없다고 하겠다. 단지 재미있는 소설이었다고 대답하겠다. 어떻게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요즘 나오는 피와 억지가 난무하는 자극적인 소설이 아니라 좋았고 상상치도 못한 독특한 요괴 캐릭터들이 등장해 눈돌릴 틈이 없어 좋았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보고 가볍다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가벼움, 즉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에서 오는 가벼움이야 말로 살아가며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가벼움을 거침없이 글로 표현한 것 역시 나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단숨에 1, 2권을 읽었다. 3편도 빨리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