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1
권교정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 <붕우>를 볼 때만 해도 그저 재미있는 단편만화라고만 생각했기에 권교정이란 이름을 잘 기억하진 못했다. 그러다 <헬무트>를 보고는 그녀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녀가 그리는 중세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는데, 그것은 요정과 마법사가 있는 판타지의 공간이었다. 어두컴컴하고 차가운 오래된 성을 떠올렸던 내게 그녀는 눈부신 햇살을 보여주었다. 나도 그녀가 그리는 중세가 좋아질 것만 같다.

<헬무트>에 나오는 인물들은 인상이 좋다. 모두 약간은 웃고 있는 얼굴이다. 그들의 대사에서도 유쾌한 느낌이 잔뜩 묻어있다. 그것은 권교정 작가만의 매력이겠지. 여태껏 이렇게 고민없는 표정을 가진 캐릭터를 만나본 적이 있었던가. 그런 점이 참 마음에 든다. 게다가 이 작품은 당시 중세의 교회에서 이단자라 찍힌 무신론자와 요정를 잡기 위한 '사냥'에 나선 청년의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후에 이 건강한 청년이 고민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권교정 작가라면 그리 어둡게 그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말대로 조금 슬플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아주 따스할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줄 것 같다.

언제쯤이 될 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그녀가 <헬무트>의 세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 그 땐 나도 같이 응원할테니까. 어느 햇볕 맑은 날 그녀와 함께 걸어 들어가고 싶다. 13세기 중반의 독일, 그녀가 만든 판타지의 세계로. 이런 내 바램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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