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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1889. 1.
고흐가 자살하기 1년 6개월 전에 동생 테오에게 미안함을 전한 편지의 내용이다.
고흐에게 그림은 살아가기 위한...
어찌되었든 해야만하는,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항상 떠오르는 생각과 펼쳐져있는 자연은 그를 그리고자 하는 욕망으로 흥분시켰을 것이다.
그것은 절망이자 희망이었다.
처음 뎃생을 시작한 이후 그에게는 오로지 그림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절대적 지지자가 있었다. 바로 동생 테오이다.
고흐에게 테오는 한없이 고마운 조력자이자 무거운 짐이었을 것이다.
생전에 겨우 유화 1점과 몇 개의 수채화를 팔았을 뿐인 고흐에게 가장 무서웠던 것은-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던 그림에 대한 광기와 그 다음은 가난이었을테다.
지독했던 가난....
쌓여가는 자신에대한 불안함...
빚을 갚을 수 없다면 영혼을 주겠다고 했던 그 죄책감.......
결국 고흐는 영혼을 담은 그림들로 동생에게 빚을 갚았다.
하지만 그렇게 죽어버려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고흐가 죽고, 6개월 뒤 동생 테오도 33살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
고흐에게 테오는... 테오에게 고흐는... 무엇이었을까?
고통스런 광기, 지독한 가난, 동생의 지원에대한 감사와 죄책감....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고흐의 색채와 영혼의 그림들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밀레를 좋아했던..... 들라크로아를 좋아했던... 자연을 사랑했던... 사람을 사랑했던...
그리고, 별을 꿈꾸며... 늘 색을 찾아다니며....
고독하고, 외로웠고, 미쳐있던....... 화가 고흐.........
이 책은 그림으로 화가를 만나는 것만이 의미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고흐의 편지에 가득 넘치는 그 욕망, 희망, 절망의 감정들-
시대를 평가하는 의식, 책과 그림에 대한 고흐의 평가-
화가 고흐가 어떤 사람인지 진실되고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편지의 내용에 맞춰 삽입되어 있는 그림들은 책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린 사람의 친절한 설명이 곁들어진 그림을 보는 건... 묘한 그러나 확실한 즐거움이다.
편지를 통해 알 수 있는 고흐는... 이제껏 상식으로 알던 고흐와 달랐다.
왜 그를 '영혼의 화가'라고 부르는지 이제야 느낄 수 있었고-
새삼 그의 그림에 잠시 넋을 놓친다.
고흐는 희망적인 사람이었고, 의지와 자신감이 두터운 사람이었으며, 외로운 사람이었고,
자유를 희망하며,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를 놓지 않았던 '광기'는 점점 그를 병들게 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처음 아주 어두운 색채의 그림을 그렸던 그가... 차츰 여러가지 색깔을 만들고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라일락색과 코발트블루가 보라빛과 함께 섞인 저녁하늘에....
오렌지와 황금색... 옅은 베이지노랑이 섞인 별이 반짝거린다.
테오에게...
내 경험에 비추어 가정 생활의 즐거움과 슬픔을 그리고 싶기때문에,
그 생활을 맛보고 싶다. 암스테르담을 떠날 때는 내 사랑이,
그토록 순수하고 강했던 사랑이 문자 그대로 죽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죽음을 맞이한 후에는 죽은 자로부터 일어나게 된다.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1883.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