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콧수염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명백한 사실을 부정당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처참하다.
현실에서 정말로 그런 부정에 사람들이 흔들릴까 싶을 만큼 <콧수염> 안에서는 처참하다.
단순한 질문이 괜히 사람을 심란하게 만는다.
마치 싫은 영화-왓라이즈비니스 같은 스릴러 영화를 본 것 같은 불쾌감이다.
그나마 깜짝 놀라게 하는 화면이 아니라,
반응의 심리묘사가 찬탄이 나올정도의 수준이었기에 괜찮은 소설로 생각은 되어진다.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소개로 인터넷 구매를 통해 읽게되었다.
왠지 인간 심리에 대한 가벼운 발상 전환이 있을 듯한 기대였다.
결과는 '이게 모야' 였지만..... 그래도 꽤 인상적이다.
인간 심리를 현실감있게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에 놀랐고-
어쩐지 홍콩.. 배.. 마카오.. 의 이미지가 깊이 남아버려서....
주인공 '그'는 이름도 없다.
어느날 문득 그의 콧수염이 사라져버렸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그의 콧수염은 부정당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쳐버릴 노릇이다.
아네스가 음모를 꾸민다고 생각하는 그............
실은 작가의 장난이었지. 그를 창조한 신의 장난어린 실험.
너무 난폭했다. 어느정도는 평온을 다시 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ㅠ_ㅠ
읽으면서 든 서너가지 생각
1. 정말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이 문제는 '신'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
나같은 불가지론자는 또 애매하겠지.
정신병자들 중에서 어쩌면 정말로 이러한 문제에 사로잡힌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2. 사람이 명백한 사실을 부정당하면 죽을 수 밖에 없는 건가?
왜 그는 자신이 아는 사실을 포기하지 못하는가... 죽을만큼?
현실의 부정, 외면은 정말 그렇게까지 견딜 수 없는 것인가... 알 수 없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알아챔'을 의지해서 살아가는 것은 분명한 듯.
3. 결국 그는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그래서 죽을 수 밖에 없었나?
한 순간의 에피소드로 넘기거나, 나의 착각으로 치부하며 현실에 적응해서 살면 안돼었나?
인간으로 사는 것이 사회 속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며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의 연속이라지만..
조금은 타자로 부터 멀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때때로 알 수 없는 전능의 힘으로부터 내 삶이 송두리채 흔들리더라도.. 생을 포기하는 일은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