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다가온 꽃들
김민수 지음, 이선희 그림 / 한얼미디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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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야생화에 눈을 맞춘 건, 서른을 막 넘어서였다.

20대 때, 매년 지리산을 종주했건만 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서른 이후 홀로 지리산을 타게 되었다.

사람들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없으니 혼자 하는 산행의 즐거움은 컸다.

마음껏 지리산의 능선을 구경하고, 걷다 지치면 쉬고...그러던 차 바로 옆에 노란 꽃이 있었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그때 처음 알았다.

한번 꽃이 눈에 들어오니 계속 보이더라. 지리산은 야생화의 낙원이었다.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그 이후 야생화 동호회에 가입하여 꽃을 찾아 떠나는 산행을 즐기게 되었다.

복잡한 속세를 떠나 산에 들어가 야생화에 눈 맞추면 모든 시름이 사라지는 듯 했다.

적지않은 야생화의 이름을 알아가며 더불어 자연과 생태의 세계에 새롭게 눈을 떴다.

그러던 차, 김민수 목사님의 "내게로 다가온 꽃들"을 읽게 되었다.

야생화를 사이에 두고 목사님과 나는 비슷한 데가 있었다.

하지만 본질적인 차이도 있었다.

목사님은 꽃을 단순히 꽃이 아닌, 즉 절대적인 존재로 보는 게 아니라 인간사와 결부시켜 본다는 것이었다.

꽃들과 대화하는 목사님의 잔잔한 글들에 감동을 먹었다.

부분적으로 들어가있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꽃 동화는, 아이들만이 아닌 나에게도 정서상의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었다.

이제 나도 찾아가서 만나는 꽃들에서 내게로 다가오는 꽃들과 대화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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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에너지를 이용한 자연치유
워렌 그로스맨 지음, 박윤정 옮김 / 샨티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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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에너지를 이용한 자연치유>(워렌 그로스맨 지음, 박윤정 옮김, 샨티 출판사)를 읽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어떤 책을 사게 되면 그 책에 대한 나름의 생각과 기대를 한다.

특히 책 제목과 저자, 목차, 그리고 출판사 등이 잘 맞아 떨어지면 그 기대는 더욱 높아진다.

<땅 에너지를 이용한 자연치유>는 그 기대치가 높아 산 책이다.

즉, 기획력 있는 출판사에 대한 신뢰와 요즘 내 관심사인 자연과 땅이 들어있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선택했는데, 결론은 그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 책의 저자는 치유자(healer)로서의 관점을 가지고 글을 썼는데, 어쩌면 동일하다 싶을 정도의 이야기가 줄곧 펼쳐져 아쉬었다.

몇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사람들아, 땅에 서거나 앉거나 누워라, 그래서 땅의 에너지를 느끼고 얻어라.

내가 이 책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것들은 땅이나 나무가 가지는 자연 에너지에 대한 구체적, 혹은 조금은 전문적인 이야기와 실례이다. 근거와 예시가 있어야 설득력이 있지 않겠는가.

아예 저자가 죽음에서 삶으로 다시 오기까지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라도 있었으면 조금은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하여튼 내가 지은이 소개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이 책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못했다고 볼 수 있다...쩝.

(저자 워렌 그로스맨은 1987년 브라질을 여행하던 중 치명적인 기생충 감염으로 살 날이 두 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는다. 죽음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던 그는 몸의 본능적인 힘에 이끌려 맨발로 땅을 딛고 그 위에 몸을 눕히고, 아픈 곳을 대기를 계속한 결과 기적적인 치유를 경험한다...알라딘 저자 소개 중에서)

그럼에도 이 책의 장점은 읽기 쉽다는데 있다. 지은이가 치유자의 관점을 가지고 썼기 때문에 그 대상은 몸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일텐데 그런 분들이 수필처럼 편안히 읽기에 안성마춤이다. 햇살 좋은 봄날, 느티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흙에 맨발을 대고 이 책을 읽으면 금상첨화이겠다.(나처럼 자연이니 생태니 하는 과도한 욕심만 없다면 말이다.)

삽화가 들어가고, 양장을 하였음에도 가격이 저렴한 것 역시 장점이다. 요즘 책값이 얼마나 비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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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 Nude Book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종권 옮김 / 작은씨앗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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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에도 아이디어가 적용되어 새로운 유형의 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 중의 하나가 누드 제본 방식으로 만든 책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우리 선조들이 책을 엮을 때 쓰던 방식이지만요.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대충 아시겠죠. 책 등을 그대로 드러내서 누드 제본이라 합니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조금 더 자세히 볼까요. 실로 엮은 게 보이지요.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책 안의 실들이 보이시죠. 책도 쫘~악 펴집니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가끔씩은 색깔있는 종이를 쓰기도 했습니다.


어때요, 재미있지 않습니까?
제가 봤을 때 위 책은 누드 제본이란 방식을 써서 새로움을 줬으나,
"위대한 개츠비"라는 상품은 잘못 만든 것 같습니다.
1920~30년대의 미국 중산층의 문제의식을
남녀 사랑의 갈등 속에 담고 있는 책인데 좀 유치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기 위해, 다음 이미지를 보시죠.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개츠비를 어쩜 저렇게 그릴 수가 있는지...
소설 속의 개츠비는 고뇌하고 사랑에 아파하는 인간상인데,
위의 그림에선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럼 이제 제가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스콧 피츠제럴드)에 대해 간략히 제 생각을 드러낼까 합니다.
간략히도 아니고 그냥 결론 삼아 이야기 합니다.
저의 결론은, 왜 이 책이 청소년들의 권장도서가 되는지, 또는 명작이라고 떠받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www.aladin.co.kr) 소개글에 보면, "젊은 날 가슴에 담아두었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의 삶 이야기이며, 1920년대 부르주아의 속물적 근성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 젊은 날 가슴에 담아두었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의 삶 이야기이며, 1920년대 부르주아의 속물적 근성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지? 제가 보기엔 '영,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도대체 사람들은, 혹은 평자들은 어디에서 그런 문제의식을 느끼는지...

차라리 그런 문제의식이라면 "마틴 에덴"(잭 런던 지음)이라는 소설이 그에 훨씬 걸맞는 작품일 것입니다.
그런데 "마틴 에덴"은 품절이라니...안타까운 독서 현실과 출판 현실입니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쓰다보니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평이 근거없는 글이 되고 말았네요...쩝...귀차니즘의 발동이네요. 죄송~~~다음에 제대로 비교해서 쓸 기회가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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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김민수 지음 / 황금나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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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이 재미있다.
당연한 듯 생각되는 책제목은, 그 명제의 끝에 물음표가 붙어있어 의미심장하다.
느린 것, 못 생긴 것에 대한 목사님의 화두가 그대로 배어있다.

이 책에는, 서울에서 살다가 제주도로 옮겨간 목사님의 생활에서 묻어나오는 삶의 성찰이 있다.
책 표현대로 하자면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내려간 제주도에서 텃밭을 가꾸고,
아이들도 가르치고, 산과 바다로 산책 나가 명상하고, 꾸준히 글도 쓰시는 목사님.
(물론 본업은 목사님이시니 그와 관계된 일은 기본이겠지.)

책을 읽다보면 소소한 것에 대한 애정이나, 자근자근한 생활살이에서 생기는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

"귀가 먹어서 귀머거리가 아니라 자연이 주는 소리를 듣지 못하면 귀머거리요, 말을 못해서 벙어리가 아니라 남을 해치는 말밖에는 못하고 희망을 주는 말을 못하면 벙어리가 아닌가요?"(147쪽)

"이래저래 시골에서 생활하다보니 손은 거칠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가만히 책상에 앉아 사색하는 것보다 손을 움직이면서 사색하고 글을 쓰는 것이 휠낀 깊은 사색과 글감을 줍니다."(285쪽)

책머리에 쓰여있는 바 "작은 것, 못 생긴 것, 느린 것"에 대한 화두를 붙잡고 사신다는 목사님,
그런 삶을 사시는 목사님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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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생활사
차윤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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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차윤정 선생님의 "숲의 생활사"(차윤정, 웅진닷컴)을 읽었습니다.
그간 글쓴이는 "신갈나무 투쟁기",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 "차윤정의 우리숲 산책" 등 식물학과 숲에 대한 대중적인 인문서를 써왔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숲의 생활사" 한 권 뿐입니다만, 서점에서 위 책들을 대략 훑어보니,
"숲의 생활사"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글쓴이의 특징이라면 숲을 인간 생존의 장처럼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목차가 봄-생명의 기지개, 여름-치열한 생의 의지,
가을-소멸과 부활의 노래, 겨울-시련 속에 우뚝 선 생존, 이렇게 구성됩니다.

책을 읽다보면 식물들이 종족 번식 및 재생산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초봄, 빛을 차지하기 위해 나무들이 새잎을 내기 전에 서둘러 꽃을 피우고,
그 화려함을 채 세상에 알리지 않고 지는, 그래서 바로 열매 맺는 야생화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목적으로 쓴 맛과, 강한 향기를 내뿜는 봄나물들 등.
그러나, 사람들은 그 봄나물의 톡 쏘는 맛을 즐기지요. 대단한 식탐가들!

또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몇가지 문제들이 풀리기도 했습니다.

그 중 첫번째, 늦봄과 여름이 되면 나무들이 꽃을 피우는데 대부분 흰 색이다. 왜 그럴까?
-> 곤충은 초록색에서 붉은 색을 구분해낼 수 없다.

두번째, 소나무 숲에는 꽃들이 거의 없다. 왜 그럴까?
-> 소나무 낙엽은 바늘 모양이어서 물리적으로 너무 견고하다.
하여, 땅 속으로 공기나 물의 침투가 어렵다.

세번째, 숲의 관점에서 바라본 지구온난화의 문제는?
-> 숲에서 기온이 올라간다는 것은 (중략) 바로 우리의 숲에서 꽃들이 씨앗을 맺지 못하고
애벌레가 나비가 되지 못한다는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 외 이 책, 혹은 차윤정 선생님의 글쓰기의 강점은 서정적이고 세련된 문체입니다.
간혹 그 세련됨의 빛이 너무 강해 글읽기에 방해될 때도 있습니다.
은유법이 과하면 은유의 대상이 무엇인지 헤갈리게 마련입니다.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습니다. 직접 읽어보시면 느끼실테니까요.
물론, 취향에 따라선 무척이나 좋다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여튼 좋은 책임에는 분명하나 그럼에도, 초기작인 "신갈나무 투쟁기"를
대중적으로 풀어쓴 책이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선 "신갈나무 투쟁기"를 읽고나서 언급할 문제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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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비 2004-04-1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이 책은 신갈나무 투쟁기를 대중적으로 풀었다기 보다는 '숲을 바라보는 전체적인 시각'이라는 관점에서 씌어진 내용입니다. 즉 이 책에서는 '숲'이 주인공이라는 것이죠. 계절에 따른 숲의 변화, 많은 사람들이 물어오는 것이지만 '신갈나무 투쟁기'의 내용으로만 답하기 어려워 이 책을 구상한 것입니다. 책을 만들었던 편집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