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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추방당한 신들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태경섭 옮김 / 회화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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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시인 하이네의 유려한 문체에 의해 다시 살아난 정령들의 이야기, 그리고 고대 올림포스 신들의 이야기. 지상, 혹은 지하, 혹은 늪지로 추방 당한 가련한 이교의 신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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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옷을 입은 소녀
데릭 B. 밀러 지음, 윤미선 옮김 / 구픽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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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 소설을 무어라 말하면 좋을까? 좋은 소설? 재미있는 소설? 재미있으면서도 좋은 소설! 단, 초반의 진입 장벽은 있다. 중동의 그 복잡한 정세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러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려면 그 정도 진입 장벽은 필요하지 않을까? 이야기는 1991년도부터 시작된다. 무슨 전쟁인지도 잘 모르고 읽다가 ‘소녀의 죽음’에서부터 자세를 바로하고 읽기 시작한다. 그러다 2부가 시작되면 편안한 자세로 읽었지만. 그리고 다시 후반부, 어느 순간 몸을 일으켜 깜짝 놀랄 반전에 와, 했다가 남은 페이지가 아쉬워 하루를 더 뭉개다 독서를 마무리했다. 물론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스릴러? 전쟁소설? 책의 띠지에선 ‘휴머니즘 전쟁 스릴러’라 명명했다.

 

 

소설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1991년의 사건, 그로부터 22년 후의 현재, 그리고 그다음 날의 이야기. 1991년의 어느 전쟁(샤반봉기, 혹은 이라크봉기)에서 이등병의 미군 병사와 노련한 영국 종군 기자는 ‘푸른 옷을 입은 소녀’의 죽음을 목격한다. 영국 기자는 취재차 어느 마을(이라크 사마와)을 방문했는데 하필 그 마을이 폭격을 받고 만다. 숱한 사상자가 발생하고, 그 기자를 마을로 들여보낸 미군 병사는 그를 구하기 위해 마을로 향한다. 이때 미국은 정전 협정을 맺은 상태였다. 즉 신출내기 미군 병사는 영지에서 무단이탈을 했고 미국의 정책을 위반한 셈이었다.

 

 

미군 병사는 마을로 가는 도중에 기자와 (기자가 구한) 소녀를 만났지만, 한 떼의 이라크 군인들도 나타나 서로 대치 상태를 이룬다. 미군 병사를 따라 초소로 향하던 그 소녀는, 그렇지만 비극적이게도 대치 상태였던 이라크 지휘관 총에 맞아 죽고 만다. 바로 앞에서 소녀의 죽음을 목격한 미군 병사와 영국 기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날 수 있을까? 걸어가는 소녀의 등을 쏘다니……. 생각지도 못할 일이 그 땅에선 태연히 일어나고 있음을 이 소설은 무미건조하게 보여준다. 그렇다. 이 소설은 이러한 죽음과 폭력을, 감정을 배제한 채 무미건조하게 그린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무미건조한 문체를 내세우진 않는다. 유머가 필요한 곳에 유머가, 해학이 필요한 곳엔 해학이 있다. 그리고 그 뒤 두 사람은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을 더 겪게 되고 소설은 22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2부로 들어선다.

 

 

‘푸른 옷을 입은 소녀(녹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중동발 뉴스로 세계인의 주목을 끈 것이다. 그들은 분명히 22년 전에 푸른 옷 소녀의 죽음을 목격했는데, 살아 있었던 듯, 혹은 환생한 듯 TV 뉴스 속 그 소녀의 모습이 생생하기만 하다. 이제 민간인이 되어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그 미군 병사는 종군 기자를 다시 그 땅으로, 상처 가득한 아랍의 그 땅으로 부른다. 격정의 신출내기 미군 병사는 말랑말랑하면서도 얄미운(그러면서도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40대가, 종군 기자는 아내와 이혼을 앞둔 60대가 되어 있었다.

 

“내가 여기 왜 왔는지 모르겠군요.”

“아, 그럼 여기 고통받으러 오신 거군요. 제가 좋은 친구가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98쪽)

 

 

그렇다. 고통받으러 그들은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그들에게 강한 트라우마를 안겨준 곳. 쉽지 않은 결정이다. 현실이라면. 그러나 소설이기에 우리는 이 트라우마의 여정에 동참할 수 있다. 이제 소설은 ‘푸른 옷을 입은 소녀’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가 된다. 이 과정에서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말하기가 쉽지 않은 폭력과 죽음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즉 그 복잡하고도 미묘한 중동의 정세, 시아파니 수니파니, 혹은 이라크와 쿠르드족의 관계니, 시리아의 정책은 어떻고 미국의 입장은 어떠한지 등등은 이 소설에서 각각의 사건에 대한 필연적 배경을 이루지만 이 두 사람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22년 전 그날 구하지 못한 ‘푸른 옷을 입은 소녀’를 다시 구하고자 떠났을 뿐. 푸른 옷을 입은 소녀는 살아 있었나? 그 정체는 무엇인가? 왜 그들은 목숨을 걸고 다시 그곳으로 가야만 했을까?

 

 

미처 언급하지 못한 국제난민기구와 NGO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요즘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질병관리본부가 떠올랐다, 질병관리본부 화이팅!), 그들의 분쟁 해결법(일례로 의사결정권자와 커뮤니케이터를 분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난민 캠프의 풍경, 중동(시리아와 이라크)의 산과 들과 사막 등 나에겐 낯선 세계를 경험하게 한, 재미있으면서도 좋은 소설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의 데뷔작 《Norwegian by Night》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푸른 옷을 입은 소녀》가 2쇄를 찍어야 가능할 것 같으므로 조그마한 응원 차원에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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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의 정세, 역사적 배경을 알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느린 독서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 배경을 찾아가며 읽어도 좋을 듯하고요. 지도와 더불어 말이죠.

 

* 위 글에선 옳고 그름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으나, 소설에선 이러한 전쟁과 폭력이 대체 누구의 잘못인지 은연중에 보여주고는 있습니다. 다만 제가 봤을 때 그들 민족끼리 혹은 종교 분파끼리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에 걸친 갈등과 대결은 어느 한 편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느껴 그리 쓴 것입니다.

 

* 샤반 봉기(shaaban intifada): 1부, 1991년 사건의 배경이 된 전쟁. 샤반 봉기로 검색하면 나오지 않고, 이라크 봉기로 검색하면 나오네요. “……첫 두 주 동안 대부분의 이라크의 도시들은 반군에게 함락되었다. 봉기에는 군 학살자부터 시아파 이슬람주의자들, 극좌주의자들과 쿠르드 민족주의자들까지 민족적, 종교적, 정치적으로 다양한 계파들이 참여했다.” (위키백과)

 

"시리아인이십니까?"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P92

"내가 여기 왜 왔는지 모르겠군요."
"아, 그럼 여기 고통받으러 오신 거군요. 제가 좋은 친구가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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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옷을 입은 소녀
데릭 B. 밀러 지음, 윤미선 옮김 / 구픽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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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 소설을 무어라 말하면 좋을까? 좋은 소설? 재미있는 소설? 재미있으면서도 좋은 소설! 단 초반의 진입 장벽은 있다. 중동의 그 복잡한 정세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러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려면 그 정도 진입 장벽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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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시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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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도덕과 교육 문제, 외부로 표출되는 악과 내면화된 악, 폭력과 그에 맞선 저항(합법적 저항과 불법적 저항) 등 인간 사회의 여러 테마들이 들어 있는 작품이고 추리 기법 역시 정석(?)을 밟아가고 있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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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마르의 세기 - 독일 망명자들과 냉전의 이데올로기적 토대
우디 그린버그 지음, 이재욱 옮김 / 회화나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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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 현대사와 한국 현대사의 또 하나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 꿰는 작업,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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