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SE (dts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송해성 감독, 이나영 외 출연 / 에이치비엔터테인먼트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 찬란한 기적
내가 다 잘못 했습니다. 죽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는게 지옥같았는데..
나.. 살고 싶어졌습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 살고 싶어졌습니다..'라는 저 말 한 마디는 온 가슴을 찌릿하게 한다..
올가을 가장 기다렸던 영화들 중 한 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꼽았던 날의 열정만큼 가득 채워진 기대감으로 스크린에 마주앉았다.
그래서 더욱 벅찼고, 그래서 약간 아쉬웠던 영화가 바로 <우행시>였다.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사형을 기다리는 남자와 삶이 참을 수 없어 세 번 자살을 시도했던 여자.
이들이 만나 진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누구에게도 꺼내보이지 못했던, 저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뒀던 상처를, 그 아픔을 꺼내놓으며
서투른 몸짓으로, 그러나 진실된 마음으로 서로의 영혼을 보듬으며 치유해 간다.
영화 속 그녀의 '진짜 이야기'는, 처음으로 둘만 만나는 날 툭~ 뱉어내던 소설과는 달리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나온다. 책을 읽으며 내가 상상한 장면과는 달리, 영화 속에선 둘 사이에 유리가 가로막고 있어 살짝 실망하려 했는데 의외로 카메라의 앵글이 무척 맘에 들었다. ^ ^;;
특히. 이야기를 하는 한 사람의 얼굴 옆에 유리에 비치는 다른 얼굴이 나란히 잡히는 화면.
이 씬에선 그런 장면이 여럿 잡히는데. 그 장면, 느낌이 참 멋졌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그 장면을 꼽겠다! ^ -^
<우행시>를 보면서, 새삼 원작을 읽어버린 아쉬움(?)을 느꼈다.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원작으로 삼은 이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약간의 변주를 거치며 나름의 깊이를 가지지만, 솔직히 원작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물론 영화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작의 힘이 너무 거대했다는 이야기다.
소설에 너무 깊이 감동했고, 비교적 최근에 책을 읽어 그 감동의 진폭이 미처 옅어지지 않았던 터라.. 그리하여 그 느낌과 전율이 너무 생생하게 남은 까닭에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졌다;;
무엇보다 영화감상을 가장 방해했던 요인은, 영화를 보면서 내내 책의 내용과 전개를 더듬는 나 자신이었다.
여기쯤에서 이 대목이 나와줘야 하는데 계속 기다리고.. (영화는 유정의 고백이 소설보다 꽤 뒤에 나온다;;) / 2시간이라는 시간적 제약 땜에 잘려나간 많은 이야기들을 혼자서 아쉬워하고.. (특히 윤수동생 은수에 대한 이야기) / 이 부분의 감정은 아주 폭발적이었는데 저건 너무 약하자나.. (피해자 할머니가 모니카 수녀님에게 '당신들이 용서하라고 그랬자나요'라며 울먹이는 장면;;) / 어? 여긴 자기 입으로 다 얘기하네;;하며 당혹했던.. (원작엔 윤수 이야기가 블루노트로 따로 진행되는 반면 영화에선 윤수의 입을 통해 유정에게 전해진다) 등등.. 자연스레 두 작품을 비교하고 있는 나.. 아는 것이 병이라더니 이 경우가 바로 그러했다;; -_-;;
감독, 배우가 맘에 들어 이왕 보려고 벼르던 영화였으니 영화를 본 뒤에 소설을 읽을 걸..하고 혼자서 뒤늦은 후회를 했다. 아님, 소설을 좀 더 일찍 봤어야 했다;;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이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낸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너무도 아름다운 음악과 끔찍한 모습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첫 장면을 시작으로 <우행시>는 특별한 반전없이 예정된 결말을 향해 시종 담담한 시선과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인류애적인 사랑과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끌어냈던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비교적 두 사람-유정과 윤수-의 상처와 치유에 초점을 맞춘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닫았던 마음을 열고 진실된 행복을 느껴가는 과정, 그들의 행복한 시간을 담는다.
원작보다 사형제도에 대한 담론화가 지지부진하다고는 하지만, 또 실제로 그렇긴 하지만,, 그렇지만 영화는 영화 자체로 좋았다. 원작보다 두 주인공의 멜로적 요소가 더 강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가 좋았다. 그럼 그걸로 된 거 아닌가;; (막 우기고;; 쿨럭;; ^ ^;;)
두 청춘스타 이나영과 강동원은 무리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내면 연기와 눈물 연기도 좋았다.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고라 하기엔 아직 좀 부족했다.
특히. 피해자 할머니와 마주했을때 우는 강동원의 표정은.. 흠.. ㅡ.ㅡ;;
<늑대의 유혹>이후 스타로 올라선 강동원. 많이 좋아졌으나 아직은 부족한 점이 더 보인다. 그러나 꽃미남 '스타'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로 단련의 길을 택하는 강동원의 행보는 흥미롭다. 포스트 장동건이 될 수 있을지.. 그래서 그가 마음에 든다. <아는 여자> 이후 2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나영. 연기 좋다. 여전한 그만의 독특한 색깔을 난 사랑한다. 아주 사랑하지만, 그렇지만.. 이젠 조금씩 변화도 필요한 듯 하다. <역도산> 이후 오랫만에 만나는 송해성 감독의 진중한 연출도 좋다. 그러나 <파이란>에 미치진 못한다.
여전히 나에겐..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 이나영은 <아는 여자>, 강동원은 <늑대의 유혹>이 최고의 작품이다.
그래서 <우행시>가 좋은 작품임에도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난다.
근데 살짝~ 우스운 건.. 책을 읽을 때 내 머리속에서 너무나 완벽하게 들어맞던 두 사람의 이미지가 오히려 영화속에선 조금씩 어긋났다. 이럴수가! 그치만 뭐,, 그건 상황을 설정하는 감독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긴 하다. (내 상상의 감독은 나였으니 말이다; ^ ^;)
서늘해져가는 가을..
메말라가는 마음에 눈물의 단비를 내려주고 싶다면 이 영화, 안성맞춤일 듯 하다.
미남미녀의 모습에 패배자의 모습을 일치시키는게 조금 망설여질진 몰라도 영화속 새롭게 이 세상의 기쁨을 맛보게 되는 그들의 모습을 마주한다면 그런 우려쯤 별 것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모든 것이 나를 외면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사랑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
상대의 진심을 알아준다는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누군가의 사랑이 내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행복한지.. 지금 이 곳에 내가 숨쉬고 있는 그 자체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알게 해 주는 영화, <우행시>
짙어지는 가을, 그들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속으로 들어가 보자.
참! 손수건도 하나 챙겨들고 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