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여인
홍상수 감독, 김승우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홍감독님의 작품중 가장 대중적이라 평해지는 그의 7번째 영화, < 해변의 여인 >
그의 초기 작품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강원도의 힘> 두 편을 빼곤 그 이후에 나온 <오! 수정>부터 <극장전>까지 그의 작품을 모두 봤었지만. 솔직히 나에게 그의 영화는 너무 난해했다;; - 0-;;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을 이해하기엔 나와 너무나 먼 당신들이라 그들이 심리에 동화되기 힘들었으며, 그의 영화에 빠지지 않는 노출장면들은 내겐 벅찼다;; .;;
이 영화가 가장 대중적이란 평이 적절한 것이, 이제껏 그의 영화 중에 내겐 이 작품이 가장 편안했다.
그래서 난 해변에서 일어난 그들의 이야기가 맘에 든다. ^ ^;

이 영화의 포털 사이트 평점을 보니 지대안습이다;; ㅠ _ㅠ;;
연출도 좋았고, 배우들 연기도 훌륭했는데.. 솔직히 이런 평점을 받을 영화는 아닌데 말이다;;
그렇지만 아주 유쾌하게 극장문을 나왔던 나의 영화감상과는 달리 시사회 당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뭐.. 네티즌 평도 전혀 근거없는건 아닌거 같긴 하다;; -_-;;
그럼.. 내가 특이체질?? 하긴, <사랑니>를 보고 나왔을 때는 이것보다 더 심한 반응들이 난리를 쳤었으니;; ㅎㅎㅎ

하여간 이 영화, 나는 나름 잼나게 봤다!
해변에 펼쳐지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꽤나 흥미로웠고, 포근한 해변의 모습처럼 느긋~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영화 내내 주인공들의 행동을 보며 실실~ 쪼개기도 하고, 푸하하~ 웃기도 하며, 아뉘~ 뭐 저런 넘이~!! 하고 버럭! 흥분하는 한편 그래, 잘 생각했다!!라고 장단도 맞춰가며 본 영화.
전날 본 <천하장사 마돈나>만큼 가슴뭉클하면서도 통쾌하게 나오는 웃음은 아닐지라도 <해변의 여인> 또한 이중적이며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한없이 웃음이 나왔다.. ^ ^

문숙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중래와 창욱의 신경전에서 승리한 중래가 문숙과의 로맨스가 시작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관계는 조금 뒤틀려지고 급기야 중래를 사이에 둔 문숙과 선희의 미묘한 관계로 흐르는 영화.
중래의 시선에서 시작한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 그들의 로맨스가 뒤틀리면서 문숙의 시선으로 옮겨 간다. 그 시선의 전이가 맘에 들었다. 그리하여 그의 전작들과는 달리 여주인공의 무게가 보다 무겁게 다가옴이 유쾌했다. ^ ^

주인공들의 관계속에 드러나는 사람들 관계의 허위의식과 유치한 이중성, 일상의 비루함들, 얄팍한 허세와 거짓말들. 그들의 행각에 허허~하고 웃으며 재밌어 하면서도 문득 나도 뜻하지 않게 감추고 싶었던 속마음을 들켜버린 듯 뜨끔해지기도 한다. 
평론가들이 그렇게 극찬하는 홍상수의 일상의 이중성에 대한 관찰에 나도 동의할 수 밖에 없어졌다; 
오~! 이리저리 열심히 계산하고 짜맞추기 여념없는 우리의 유치한 이중성이여~~~♬
홍상수 감독과 함께 스크린에서 노래하뤼~~ ㅎㅎㅎ 

 

오! 아름다운 고현정!!
이 영화에서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고현정 하면 떠오르는건 그 옛날에 본 <엄마의 바다>와 <두려움 없는 사랑> ..
(아주 옛날옛적엔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주인집 딸로도 출연했었다; ^ ^;)
그 유명한 <모래시계>는 아직 제대로 보질 못했고, <봄날> 또한 소문만 무성할 뿐 그의 연기를 직접 보진 못했다. 가끔 스쳐가는 화면으로 정말 나이 들어도 이쁘다~라며 감탄하는 정도? 그저 그녀는 여전히 그런 화려한 '스타'일 뿐이었다. 그랬던 그녀를 이 영화는 한결 배우에 가깝게 느끼게 해 준다.

너무 이쁜데 이쁜척 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극중에서 사람들을 웃어제치게 한 그 장면, 망가짐도 사랑스럽다. (사실 그 정도는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망가지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고현정이니까;;; ㅋㅋ)
아주 작은 순간 흘러나오는 연기조차도 문숙의 그것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감정이 들어있으니.
그의 연기에 새삼 감탄에 감탄했을뿐!!! ^ ^

나이가 들어 연륜이 생긴다는 것은 삶의 여유와 넉넉함을 가지게 되나 보다. 예전 그녀는 아름답지만 배우의 향기는 느끼기 힘들었는데. 다른 30대의 배우들처럼 세월의 지혜를 먹고 이젠 농익은 연기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그것이 그녀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김승우와 송선미, 김태욱의 연기도 좋았다.
변덕스럽고 가증스럽지만 또한 귀엽기도 한 중래를 연기한 김승우도 좋았고,
예전엔 배우라기엔 참으로 어색한 연기를 보이던 송선미도 이젠 안정감이 든다.
절반정도의 분량에 얼굴을 들이미는 김태우의 연기도 여전하다. ^ ^

글구. 낯익은 얼굴.. <극장전>의 이기우와 <각설탕>의 오태경도 각각 모텔 관리인과 횟집 아들로 잠깐씩 출연한다. ^ ^
문성근은 초반에 중래에게 전화하는 대표의 목소리 깜짝 출연을 했다는걸 알았는데,  조연출로 특별출연 했다는 정찬은 도무지 본 기억이 없다;;; -_-;;
또한 여러 영화에 조단역으로 낯을 익힌 최은영은 송선미의 친구로, 예전에 굴러가는 영어발음으로 반짝 인기를 누렸던 윤동환이 돌이의 주인으로 등장한다.  



날이 선듯 뾰족뾰족하여 우리의 마음을 마구 불편하게 만들었던 홍상수 감독. (나만 그런가; ^ ^;;)
이번엔 아주 대중적인 스타들과 함께 한 작업이어서 그런지, 아님 그의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결 느긋하고 부드럽다. 찌름이 있긴 하지만 예전만큼 불편하게 아프진 않다.
서해안의 여유로운 바닷가처럼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도 여유롭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우리는 많은 진실 혹은 거짓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지 않는가.
두 사람의 연애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 보일듯 말듯 감출듯 말듯한 우리네의 속내를 유쾌하게 보여주는 영화, <해변의 여인>
남들은 지루하다고 소리칠 줄 몰라도. 최소한 나는 꽤나 흥미롭게 봤다.
홍감독님의 영화를 이렇게 유쾌하게 보다뉘~ 나도 놀라울 따름;; ^ ^;;

보시라고 추천도 그렇다고 보면 돈 아깝다고 비추도 못하겠다.
이런 작가주의 영화는 대게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 평가가 판이하니깐.
하지만 비교적 나와 영화취향이 비슷하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상이몽 로맨스 <해변의 여인>
그들의 달콤 쌉싸름한 연애담과 그와 그녀의 속마음이 궁금하다면 영화속 그들을 한 번 찾아보시라~ ^ ㅂ^

 

 

참, 영화 내내 흐르는 영화음악도 너무 좋았다~ 
바다의 풍경과 함께 흐르는 그 편안한 음악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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