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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 ㅣ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평점 :
한진중공업 다닐 때,
아침 조회 시간에 나래비를 쭉 서 있으면 아저씨들 등짝에
하나같이 허연 소금꽃이 피어 있고 그렇게 서 있는
그들이 소금꽃나무 같곤 했습니다. 그게 참 서러웠습니다.
내 뒤에 서 있는 누군가는 내 등짝에 피어난 소금꽃을
또 그렇게 보고 있었겠지요. 소금꽃을 피워 내는 나무들.
황금이 주렁 주렁 열리는 나무들. 그러나 그 나무들은 단 한개의
황금도 차지할 수 없는…….
이번 학기에 노동법을 다시 듣는데,
매번 부진한 성적이 나왔던 것은 물론 교수들과의 악연이 가장 컸겠지만
노동법 자체에 대한 원인 모를 반감도 작용했음이 틀림 없다.
민법의 법논리들이 정당하고 정의롭다고 배운 아이들을 모아놓고
그 가장 기본이 되는 일반 원칙들을 하나하나 수정해 나가는 이 법 자체가
사회의 이단아 같고, 문제아 같았다.
언론들이 연일 떠들어대는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파업,
시뻘건 머리띠를 두르고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동지여, 피여, 하며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들,
무자비한 폭행과 연행, 그리고 분신.
내 피부로 직접 느끼지 못한 그들의 처절한 투쟁은
그렇게 구시대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들로 얼룩진 막무가내 떼쓰기로 보일 뿐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시대 착오적인 언어로 인해 생겨나는 시민들과 노동자 간의 오해들만 끈질기게 곱씹는 나는
아직도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외면받고 아까운 목숨들을 하나 하나 잃느니.....
좀 더 친숙하고 희망적인 언어들로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전략적인 면모도 때로는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들의 현실은 전혀 희망적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아무튼.
생각하며 살지 않고 사는대로 생각하는 이 시대의 죽은 지성들이
적어도 나 만큼만 이 문제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이라면 충분히,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당히 불온서적 리스트에 오를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