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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세대
백온유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책에 대하여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약속을 품고 살아간다. 그것이 누군가와 직접적인 대화로 나눈 약속일 수도, 혹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도덕적 규범일 수도, 법전에 명시된 법규일 수도, 혹은 어떤 개인적 목표일 수도 있다. 백온유 작가의 신작 소설집 <약속의 세대>는 그런 약속들이 무너진 순간 상처 입고 무너져내린 마음을 어떻게 다잡고 다시 설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헌신하는 만큼 보상이 따를 거라는 기대,
인내하면 찬란한 미래가 당도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헐거운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라며 사는
인물들에 대해 생각하며 이 작품을 썼다
- 작가의 말 중
약속에는 무언가를 향한 신뢰와 기대, 희망이, 그리고 그 뒤편엔 구속과 강박이라는 이면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어떤 위계적 관계 속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피해자와 가해자 간일 때도, 고용인과 피고용일때도, 가족 안에서도. 동등하지 않은 위치에서 발생하는 약속들은 관계를 억압하기도 하고 일방적인 책임을 강요하기도 하고, 종내에는 일상을 파괴하기까지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혹은 사회와 나 사이에 응당 지켜질 것이라고 믿었던 약속이 무너졌을 때, 신뢰에 균열이 갔을 때,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다시 서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주는 작품은, 가장 여운이 짙었던 마지막 작품,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 이 작품 속에는 당연히 지켜졌어야 할 사회 시스템의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한국을 떠나버린 한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결국 믿음이 산산조각 난 채로 남겨진 폐허로 결국 다시 돌아와 서서 그것을 제대로 응시하는 이모의 모습을 보며 그 용기를 내기까지 걸린 긴 시간의 암담함이 참 애달팠다.
오늘도 나와의 약속이, 친구와의 약속이, 가족 간의 약속이, 사회적 규범과 법규가 이곳저곳에서 무너지고, 깨어지고 있을 테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내일을 믿을 것이고 나를 믿을 것이고 당신을 믿을 것이다. 사회의 보편적인 규범 속에서 누군가를 돌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도 하며 살아갈 것이다. 끊임없이 기대하고, 그 기대가 깨지는 순간순간들이 이어질 것이므로, 도망치지 말 것. 지치지 말 것. 기대한 것만큼 손에 쥐지 못했다고 해도 그 삶을 외면하지 말 것. 우리 모두는 각자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니, 그러니 서로에게 조금만 더 다정해져야 한다고.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사람이 힘들 때 ‘나만 이렇게 힘든가’ 싶으면 더 힘들어지잖아요.
나와 똑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 옆에 있으면 조금 덜 외롭거든요.
고통을 이겨낼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비슷한 고통을 안고 분투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게 소설의 역할 아닐까요.
<약속 못 지키는 사람들, 그들에 배신당한 사람들…>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60401/133649915/2
백온유 작가 인터뷰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