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 밤도 노래가 되겠지 - 내일이 두려운 널 위한 BGM
옥상달빛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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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의 애청자로서, 당시 방송을 함께 했던 수많은 코너지기들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몇 분은 손절했지만...) 루시드폴, 토마스쿡, 페퍼톤스, 정재형, 이동진 기자님. 고정 코너를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자주 초대받아 등장했던 노리플라이.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대결로 깊은 새벽에 꺽꺽대고 웃게 만들었던, 옥상달빛과 십센치.... 코너지기들 뿐이랴, 김성원, 윤설야 작가님 그리고 PD 윤성현 님까지.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준 수많은 사람들을, 이 방송을 통해 만났었다. 게다가 나의 한 시절을 채워주었던 이 라디오방송으로 지금 교류하는 주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해서, 나에겐 참 의미 있는 방송이다. 하지만 라디오를 듣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서- 희열님이 라천을 그만두신 후로는 라디오를 잘, 듣지 못했다. 옥상달빛의 소식 역시 새 앨범이 나오면 구매하는 정도의 얕은 관심만 이어왔다. 하지만 다들 한 시기에 위로를 주었던 음악을 만들어 준 뮤지션을 완전히 잊기란 불가능한 일임을 알 것이다. 내 나이 또래 사람들 중 옥상달빛의 옥탑라됴 (EP) 앨범에 위로받은 젊은 영혼들이 한둘일까. 이 책을 읽으며 아, 옥상달빛의 라디오를 챙겨 들을걸. 내가 놓친 다정하고 상냥한 마음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며 후회가 밀려왔다.

이 책, <#언젠가이밤도노래가되겠지>를 읽으며 오래간만에 20대 후반, 그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자신만만했고 재기 발랄했던. 지금은 나, 좀 많이 시들었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앞서기도 했다. 십센치와 말도 안 되는 대결을 펼치며 깔깔대고 웃던, 마냥 재기 넘치던 옥상달빛의 차분하고 연륜이 느껴지는 문장들을 읽으며 '성숙해진다는 것'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시든 것이 아니라 젊었을 때의 내가 오히려 붕 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결론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 '붕 뜬 상태'가 젊음의 증거이며 지금의 이 '차분한 상태'가 성숙의 증거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렇게 서글픔을 지워낼 수 있었다. 세진님, 윤주 님이 번갈아 쓴 짧은 에세이 글 아래엔 추천곡 한 곡씩이 적혀있었다.

한 곡 한 곡 찾아읽으며 글을 읽으니 마치 라디오 오프닝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다. 나는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의,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들어줄 줄 아는 마음, 보이지 않는 일을 기꺼이 상상해 보는 부지런함을 사랑한다. 나는 그동안 그런 기꺼운 마음을 게을리했던 것 같다. 오늘부터, 라디오를 켜야지. 먼 곳의 이야기를 듣고, 몰랐던 음악을 발견해야지. 아, 그런데 일단은 라천 선곡 다큐 빛과 그림자, 10cm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 한 번 듣고 가야겠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매일매일의 기분을 나눴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았다. 멀리 있었지만 늘 가까웠고 만난 적은 없어도 늘 그리웠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잊지 않고 우리에게 시간을 내어 줘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기꺼이 귀 기울여 함께 기뻐하고 함께 울어줘서, 그리고 친구가 되어줘서 다시 한번 정말로 고맙습니다.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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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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