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평점 :
아모레퍼시픽 2023년 첫 전시 <조선, 병풍의 나라2>를 무척 재미있게 관람하고 돌아왔던 어느 날, 블랙피쉬 출판사에서 반가운 연락을 주셨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에서 미술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간송미술관 연구원으로도 일했던 경력을 가진 고미술 해설가 탁현규님이 쓴 '조선미술관'의 서평 문의였다. 탁현규님의 책 <그림 소담>을 아주 즐겁게 읽었던 기억도 있고 아모레퍼시픽 전시로 한국 풍속화와 궁중화에 푹 빠져있던 시기라서 냉큼 책을 받아보았고 너무나도 즐겁게 일독했다. 사실 어지간하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일 경우엔 솔직하게 서평을 남기고 누군가에게 추천하거나 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친구들에게도 추천했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책은 크게 궁궐 밖의 풍경을 담은 풍속화와 궁궐 안의 모습을 담은 궁중기록화로 나누어져 있다. 김홍도, 정선, 신윤복과 같이 잘 알려진 화가들과 조영석, 김득신, 김희겸 등의 화가들의 그림까지,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조선의 고유색을 문화 전반에서 갖추기 시작한 17~18세기 그림을 통해 문화 절정기 조선의 모습을 담은 30점 남짓한 그림의 구석구석을 방대한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톺아보는 작가님의 글솜씨가 정말 대단했다. 항상 한국의 옛 그림들을 볼 때 그림 속의 작은 조상님들의 모습을 찾으며 즐거워하는 것에서 끝났었는데 그 조상님들의 모습이 실제 역사 속에서 어떠한 의미였는지, 깊게 생각하고 공부해 볼 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앞으로 한국 옛 그림들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305/pimg_7922521473771666.jpg)
나는 1부의 풍속화보다 2부의 궁중기록화 쪽이 조금 더 재미있었는데 그림 속의 자그마한 사람들 하나하나 허투루 그리지 않은, 작은 도자기 하나에까지 꼼꼼하게 무늬를 그려낸 조상님들의 섬세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문화 절정기 시절 숙종과 영조 임금이 연이어 기로소에 들어가는 경사가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때 일어났던 중요 모임을 시간순으로 정확히 그림으로 남겨놓은 숙종 임금의 <기해기사첩>과 영조 임금의 <기해경회첩>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가마 탄 조상님들, 구경하는 조상님들, 춤추는 조상님들, 음식 차리는 조상님들, 행사 참여한 조상님들,... 수많은 자그마한 조상님들의 모습이 어떤 행사를 진행 중인 건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어서 정말 즐겁게 들여다보았다.
특히 이 아이돌 뺨치게 각 맞춰 춤추고 있는 처용무인들의 모습, 이 책 속 그림 중 나의 최애 그림이다.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했을 정도로! 이렇게 이 책은 옛 그림을 보는 일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작품 사진을 잔뜩 찍어두었는데 이 책에서 배운 대로 그림을 샅샅이 들여다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