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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ㅣ 을유사상고전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평점 :
쇼펜하우어는 어린 시절엔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태어나 어머니와 유럽의 곳곳을 두루 여행하였는데 어머니의 여행 일기에는 아름다운 건축물과 색다른 문화, 낭만적인 장면들로 가득 차 있었던 반면, 쇼펜하우어의 일기에는 구걸하는 프랑스 빈민들, 채찍으로 맞는 병사들, 강제 노동을 당하는 흑인 노예와 같은 사회의 어두운 모습들이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새싹부터 염세주의자의 그것이 아닐 수 없다. 17세 때 이미 이 세상은 선한 존재자의 작품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20대 초반에는 삶은 어렵고 불쾌한 것이며 그 세계 안에 존재하는 고통과 악을 보는 데서 철학의 근원을 삼은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가 행복을 논하는 것이 언뜻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맹목적인 욕망과 욕구로 인해 세상의 어둠이 태어나기 때문에 "개체 보존 욕구, 종족 번식 욕구, 이기심으로 나타나는 삶에의 의지를 부정함으로써 그것의 속박에서 벗어난 상태가 진정한 자유이며 그러한 상태는 소박한 식사, 청결, 청빈의 형태로 나타나며 고통의 긍정, 동정, 금욕을 강조하여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에의 맹목적인 의지를 극복하여 행복해질 수 있다는 (p.576)"쇼펜하우어의 철학이 그동안 우리에게 비관주의자, 염세주의자, 자살 옹호자 등으로 꽤나 오해받아왔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을 수 있었다.
"내면의 부가 충분해서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외부의 도움이 그다지 필요 없거나 전혀 필요 없는 가장 행복한 사람(p.37)", "자신의 힘을 이용해 정신적 감수성과 관련된 향유를 즐기는 사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생각, 작업에 몰두하기를 원해, 고독을 환영하고 자유로운 여가를 최고의 재산으로 여기며, 다른 모든 것은 없어도 되고 있으면 오히려 때로 부담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는, 무게 중심이 완전히 자신의 내부에 있는 사람(p.44)"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쏟아지는 정보와 자극의 홍수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무게중심을 내 안에 둘 줄 아는 행복한 사람의 모습이야말로 몇 해 전부터 내가 되고자 했던 바로 그것이었다.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존재를 지나치게 의식하는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은 내가 아닌 그저 타인의 내면의 모습이기 때문에 (p.58)"결코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문장이 이어지는 두 페이지는 몇 번이나 반복해 읽었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는 결코 온전한 내가 아니다,라는 말은 흔히 들어왔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그들의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의 확장이 뭔가 눈앞의 비늘이 뚝,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행복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고통의 근원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삶의 행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삶의 아이러니를 즐길수밖에 없다. 나의 고통을 긍정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욕심을 다스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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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