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너무나도 귀엽게 생긴 화분 하나를 트위터에서 보았다. 이름도 귀여웠다. 필레아페페 로미오이데스. 보통 페페,라고 불리는 식물이었다.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나였기에 화분을 내가....? 괜찮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그러기엔 페페의 자태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결국 인터넷 쇼핑을 통해 처음으로 화분을 구매했다. 10cm 정도의 작은 기둥 이쪽 저쪽으로 동그랗고 빳빳한 잎을 슉, 슉, 달고 있는 페페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우리 페페가 이상해요!를 외치는 나를 발견했다. 기둥이 쑥쑥 자라 25cm 정도가 되었지만 잎은 기둥의 위쪽 끝부분에만 10장 남짓 달려있는 모양으로 이. 상. 하. 게. 자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구는 어찌나 자꾸만 쑥쑥 땅에서 솟아오르던지... 솟아오른 자구를 파내 수경으로 뿌리를 내리려고 할 때마다 어찌나 픽픽 썩어 죽어버리던지... 우리 페페는 엄마 속도 모르는 말썽꾸러기였다.
그러던 중 이사를 했다. 이사한 내 방에 새로운 식물 하나를 더 놓아두고 싶었다. 그래, 이번에는 몬스테라다! 하며 호기롭게 다시 인터넷 쇼핑을 했다. 우리 페페가 이상한 모양으로 자라지는 않았지만, 죽지는 않았다구요!라며 의기양양하게. 몬스테라는 페페보다도 훨씬 더 키우기 수월했다. 신경쓰지 못한 며칠 새 뿅! 하고 연한 연둣빛의 새 잎을 내고 또 며칠 지나면 커다랗게 활짝 피어나는 몬스테라 잎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역시나 몇 달 뒤 나는 우리 몬스몬스가 이상해요!!를 외쳐야만 했다. 줄기와 줄기 사이 이상한 곳에서 뿌리가 튀어나왔고 (징그러) 처음 받았을 때의 화분이 너무 작아진 것 같아 분갈이를 하기 위해 화분에서 뽑아낸 몬스몬스의 뿌리들은 마치 기십 마리의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 꼬불꼬불 엉켜있었다. (뱀을 너무 징그러워하는 나는 하마터면 몬스몬스를 통째로 떨굴 뻔했다. 지금이 글을 쓰면서도 또 소름이 돋아서 온몸을 벅벅 긁고 있다.) 어찌어찌 분갈이를 해 주었는데 내가 이렇게 몬스몬스와 씨름하며 신경 쓰지 못한 사이 페페가, 말라죽었다. (...) 나는, 식물 집사라기엔 너무나도 모자란 사람이었다. 화분 한 개, 딱 한 개. 그게 나의 한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