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 예찬 - 은둔과 거리를 사랑하는 어느 내향인의 소소한 기록
김지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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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만나는 게 싫지는 않지만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무척이나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세상을 향한 안테나가 항상 최대치로 펼쳐진 사람. '세상에 관심이 많지만 세상의 관심은 받기 싫은'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이 책 #내밀예찬 은 그런 나의 마음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며 각자의 내밀한 세계를 존중하는 진중한 태도를 가진 글들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입버릇처럼 '모든 문제는 적당히 하지 않음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와 사회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각자의 내밀함을 지켜줄 수 있는 적정거리, 각자의 내밀함이 유지될 수 있는 적정온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이 좋았던 결정적인 이유는, 저자가 결코 자기 안에 머무르기만 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적정거리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쓸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수미쌍관으로 등장하는 '애쓰는 마음'에 대한 문장들이 참 좋았다.

자기 객관화와 자기 합리화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 다음에 뒤따라야 할 성숙한 태도는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어떻게든 해봐야겠다'일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그것을 언어화하지 않을지언정, 누구나 익숙하게 몸에 걸치고 있는 태도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은둔이었고 망각이었으며 회피였다.

1인칭의 글쓰기는 내가 사랑하는 이 모든 것들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작업이라, 자꾸만 왜 쓰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건 아마도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시기가 찾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어제의 뻘짓이든 오들의 치기 어린 생각이든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드려내려면 최소한의 용기가 필요하다.

언제나 가지고 싶었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덕목이다.

1인칭의 글쓰기를 통해 아주 천천히 용기라는 근육을 기르고 나를 드러내는 법을 배운다.

에필로그 중에서

나는 고작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쓸 때조차 자기 검열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다. 행여나 어쩌나 오늘의 토픽에라도 내 글이 오르면 내가 뭘 잘못 쓴 건 없을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은둔과 망각과 회피의 아이콘인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자주 쓴다. 아니, 지나치게 많이 쓴다. 블로그에도 쓰고 인스타그램에도 쓴다. 가끔 나는 왜 쓸까? 하고 스스로 궁금해할 때가 있었는데 <내밀예찬>을 읽고 약간의 답을 얻었다. 그것은 용기였다. 나를 드러내는 용기. 나다움을 쌓으려는 용기. 나를 지키려는 용기. 앞으로도 나는 용기 내어 글을 쓸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밀한 일상을 용기 내어 나누어주는 글에도 적정 거리와 온도를 유지하며 따뜻한 관심을 나누어 줄 것이다. 서로의 내밀함을 예찬하며!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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