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그린 사람 - 세상에 지지 않고 크게 살아가는 18인의 이야기
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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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님의 '글쓰기의 최전선'은 내 책장의 '인생의 책' 칸에 오랫동안 꽂혀있는 책이다. 기록에 따르면, '글쓰기에 대해서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은유 작가님은 사회에서 희미해져버린 사람들을 글을 통해 짙어지게 만든다. 사회가 짓눌러버려 작아진 사람들을 글을 통해 거대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렇게, '누군가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을 '글로 적어' 크게, 선명하게 그려내는 또 하나의 작업이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한겨레>에 연재한, 세상에 지지 않고 살아온, 계속 지지 않고 나아갈 18인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나는 인터뷰가 사람의 크기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혹은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워서 사람을 보지 못한다. 세상이 축소해서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좋은 인터뷰는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고 잘 보이던 사람을 낯설게 하는 것 같다.

(...)

나는 이런 사람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

모두가 쳐다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유를 자극하는 사람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 자체로 모두의 해방에 기여하는 사람들.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

P.7-8

그리하여 은유가 만난 사람들. <그냥, 사람>의 작가 홍은전님, 경찰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기록한 독립출판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저릿한 충격과 슬픔을 주었던 원도 작가님, 소설가 김중미 작가님 김용균님의 어머니이신 김미숙님, 35년간 복직투쟁에 나선 노동자 김진숙님 등 삶의 고통 앞에서 나를 잃지 않고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타인의 슬픔에 연대해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의사, 만화가, 국회의원 보좌관, 가수, 아나운서, 기업인 등 범위에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사람의 '연대'의 이야기를 두루두루 들려주었다.

"어떤 사회든 고유의 회복력이 있고, 한국은 회복력이 매우 강한 나라예요.

희망이 있습니까, 하면 희망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희망이 있다는 쪽을 나는 택하겠어요."

이영문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좋은 영화가 세상을 바꾸듯이

정신건강의 가치가 세상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꾼다고 믿는다.

그가 말하는 정신건강의 가치란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힘"이다.

소통, 존중, 신뢰, 사랑이 녹아 있는 개념으로서의 정신건강을 사회적 자본으로 보는 이유다.

p.148-149

그중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이신 이영문 센터장님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은유의 연결' 첫 인터뷰이가 '남성 이성애자 서울 거주 의사'일 줄 몰랐다는 작가님의 인터뷰 후기에처럼 이영문 센터장님은 그동안 은유가 주목해온 '작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번 책에서 나름의 '큰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인터뷰를 함께 읽을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이 더해지면 혐오가 되기 때문(p.146)'에 전문가의 큰 목소리로 사회가 터부시해 온 정신건강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유 작가가 전해주는 작고, 큰 목소리로 세상이 지우려 하는 존재들을 크게,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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