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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계절 - 차와 함께하는 일 년 24절기 티 클래스
정다형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취향을 다듬어나가는 일은, 무엇보다도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을 공들여 스스로를 들여다보지 않고 성급하게 취한 취향에서는 설익은 향이 난다. 제대로 익지 않은 취향에 대해 말할 때면, 제 몸에 착, 붙지 않아 요란스럽게 덜그럭대는 빈 수레같이 시끄럽기만 해서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이다. 차를 즐기기 시작한 지 꽤 되었지만 그에 대해 쉽게 뭐라 말하기 꺼려지는 것은. 좀 더 잘 익히고 싶고 깊게 들여다보고 싶은 일. 아직은 공부가 더 필요한 일. 내가 너무 어렵고 까다롭게 다가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 바로 '차의 세계'였다. 그런 나의 바람을 조금쯤은 이루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책, #차의계절 을 만났다. 세상의 모든 차 산지와 차밭을 여행하며 찻잎을 고르고 이야기를 파는 사람. 영국과 인도, 그리고 일본에서 차를 공부하고 차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고, 현재 티 전문 브랜드 '티에리스'의 대표 티 디렉터로 활동 중인 정다형님이 쓴 책이다.
차의 종류와 차 도구, 차 보관법, 우리는 방법 등의 기본 지식과 함께 1년 24절기에 어울리는 차를 추천하며 세계의 차 산지를 소개하고, 차와 관련된 문화 이야기를 함께 엮어내어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차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정말 좋았다. 중국, 일본, 대만, 인도를 넘어 스리랑카와 네팔의 차에 대해서까지 알 수 있어 내 차 세계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밀크티, 아이스티, 과일 티, 리큐르 티 등 더욱 다채로운 방식으로 차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해 주어 더욱 즐거웠다. 특히 리큐르 티 말이지 후후후. 아, 그리고 티 테이스팅 용어 리스트도 있어서 앞으로 차를 마신 뒤 기록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찻자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JTBC예능, '효리네 민박' 때문이었다. (아직도 일상의 BGM으로 틀어놓곤 하는 예능이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물을 끓이고, 퇴수기 위에 다구를 늘어놓고 보이차를 마시는 두 사람의 모습이 어찌나 근사해 보이던지. 이후로 찻자리를 자주 찾아다녔다. 집에서도 즐기고 싶어 몇몇 다구를 구매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돈이 많이 들기도 했고. 올해는 이 책을 곁에 두고 조금 더 부지런히 차와 대면해 보아야겠다. 몇 해 전에 구매했었던 절기를 소개해 주는 책 <시간의 서>와 이 책을 함께 곁에 두고 24절기를 담뿍 음미하는 한 해를 보내보려고 다이어리에 24절기를 표기해두었다. 이제 4일 뒤면 입춘이다. 봄이 시작되는 날이다. 계절의 시작을 추천해 주신 차와 함께 하고 싶으니 연휴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닐기리 티를 주문해 보아야겠다.
올해엔 마음에 꼭 드는 자사호 혹은 티포트를 하나 꼭 마련하고 싶다. 지난해에 도자유희전 갔을 때 마음에 들어 구매했던 저 물방울 찻잔과 세트인 티포트도 자꾸 생각나고... 아무튼 성급하게 고르지 말고 천천히 오래 공부하고 이것저것 들여다보다가 가을 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