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사랑한다. 섬세하고, 날카롭지만 다정한. 냉정하지만, 뜨거운. 세상의 부당한 일들을 눈 감고 넘어갈 수 없어 결국 디스크와 불면에 시달리며 책상 앞에 앉아 단단한 글을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소설 속에서 동시대의 폭력, 부당함, 부도덕함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황정은 작가님의 첫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파주로 이사했고,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삼가고 있으며, 타인의 애쓰는 삶이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생각하며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다가 문득, 창밖으로 보이는 경의중앙선을 바라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애쓰고'있음을 생각하는 사람. 나의 '무사'에서 누군가의 '분투'에까지 선을 이어낼 수 있는 부지런하고 다정한 사람. 우리에게 '건강하시기를', 하고 인사해 주는 사람. 원래도 좋아했지만, 에세이를 통해, 그리고 최근에 시작하신 책읽아웃을 통해 조금 더 현실감 있는 모습으로 다가와 주신 작가님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작가님의 글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더 크게 응원하고 싶어졌다.
특히 작가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어떤 '게으름'에 대해 생각한다. 여태 해 온 대로, 자기가 가진 것만큼만 헤아리는 게으른 태도로 내뱉는 어떤 '상투적이라서 해로운 말''에 대해 생각한다. '혐오라는 태도를 선택한 온갖 형태의 게으름'에 대해서도. 차별받았다는 것에 분노할 줄은 알지만 차별한다는 자각은 없는 삶에 대하여. 기어코, 모르겠다는 의지에 대하여. 나는 타인의 삶이 현재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헤아릴 줄 모르는 무지와 게으름을 피우지 않아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 차별을 차별로 치유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 깨어있고 싶고, 깨어있었다 말하고 싶지만 나 역시 아주 자주, 인식하지도 못한 채 차별을 하고, 혐오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