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이름 -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권근영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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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에서 지워졌던 여성들의 이름을 찾아 불러보는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권근영 기자의 <완전한 이름>이다. 도서관에서 <여자의 도서관>을 빌려온 다음날, <완전한 이름>의 발간에 맞추어 서평단 모집을 하는 게시글을 만난 것은 완전한 우연이었다. 서둘러 서평단을 신청하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고, 운 좋게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비비드 한 컬러를 자랑하는 <여자의 도서관>과 이번에 읽은 책, <완전한 이름>을 함께 놓고 사진을 찍어본다. 단단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는 두 여성의 눈빛이 마음에 든다.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 엘리자베스 키스, 노은님, 정직성, 베르트 모리조, 파울라 모더존베커, 버네사 벨, 천경자, 박영숙, 유딧 레이스터르, 힐마 아프 클린트, 나혜석, 아델라이드 라비유귀아르, 아르테시미아 젠틸레스키. 14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이름이 불려졌다.

첫 이야기부터 강렬했다.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는 아우슈비츠로 이송된 남편을 따라 아우슈비츠행을 자청, 도착 직후 가스실에서 살해당했는데 그날 테레진에서 아우슈비츠로 간 1550중 살아남은 112명에 그 남편이 들어있었다는 삶의 아이러니에 말문이 막혔다. 홀로코스트라는 지옥의 시대에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희망을 부여잡았다는 프리들이 보여준 미술이 가진 치유의 힘, 그리고 바우하우스라는 진보적 교육기관에서조차 여성을 배제했던 남성 위주 사회의 한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글이었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 속에 스며든 한국 여성의 삶에의 애정, 최근 가나아트센터에서 작품을 만나본 적 있는 노은님 작가님의 작품에 스며있는 생명의 기운, 추상도 대단히 정치적일 수 있다고, 추상을 정치에서 분리한 것은 1980년대 민중미술과 단색화가 대립하며 생긴 오해라고 말하며 한국적 조형적 질서를 화폭에 풀어내는 정직성 작가님의 작품들, 버니지아 울프의 언니 버네사 벨의 노년의 자화상 속의 당당한 눈빛, 유닛 레이스터르의 당당하고 쾌활해 보이는 자화상, 아델라이드 라비유귀아르의 여성 작가들과의 연대, 아르테시미아 젠틸레스키의 자화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머리와 마음에 잘 갈무리해두어야 할 빛나는 가치들이 가득 담겨있는 책.

<여자의 미술관>과 힐마 아프 클린트라는 예술가가 겹치는데, 두 작가님들의 힐마 아프 클린트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너무 시대를 앞서가 인정받지 못하고 외롭게 세상을 떠난 힐마 아프 클린트를 향해 우호적이고 애정어린 마음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사후 20년 동안 작품들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유언을 남긴 힐마의 선택을 한쪽은 '두고 봐라, 그때 내 그림은 분명 인정받을 것이다'라는 자기 신뢰로, 한쪽은 '소심해져'있는 상태로 읽어낸다. (어느 책이 어떻게 읽어냈는지는 비밀!) 나는 전자의 해석이 맞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소심해져 있었다면 아마도 작품을 '폐기'해달라고 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동시에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연달아 읽으니, 이런 부분을 발견해낼 수 있어 더욱 즐거운 책 읽기였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하게 쓴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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