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착각 - 허수경 유고 산문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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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드시지 못하고 창가에 놓아두고 떠난 귤, 의 빛을 담아내었다는 책 표지를 쓰다듬어본다. 세상을 떠난 작가의 글을 다듬어 그가 그리 삼키고 싶어했던 향기로운 과실의 색을 담아 그의 생일에 세상에 나온 귤빛 책. 그런 마음들이 담겨져 만들어진 책을 어찌 함부로 읽을 수 있을까. #오늘의착각 을 조심스레 한 페이지씩 읽어보았다. 허수경 시인님이 살았던, 보았던, 그려내려 애썼던 그 시간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 한 착각에 빠져든 채로.

2년 동안 뉴스나 책에서부터 시작된 생각들을 여덟차례에 걸쳐 문학 계간지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모은 책. 나는 그중에서도 두번째 챕터인 '김행숙과 하이네의 착각, 혹은 다람쥐의 착각'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창작자이기보다는 독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예정이어서일까, '글을 '해석'함에있어 '오독'하고 마는 '미래의 타인'의 입장으로, '문학을 이해한다고 '착각'하는 무수한 눈에는 한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위장된 저속한 흑백논리에 근거한 도덕적 판단이 숨어있(P 41)'으며 '무수한 문학평론가가 아도르노의 권위에 기대어 하이네를 읽기도 전에 그를 단죄하는 걸 보면서 그건 하이네라는 상처가 아니라 하이네, 라는 한 시인의 후대를 살면서 엄청난 비극을 겪은 이십세기의 상처(P 41)'라고 생각한다고 하이네의 편을 들어주던 시인의 글. '다만 그 시와 그의 시들을 읽는 순간만이 그 상처를 치유한다.(P 42)'고 말하는 시인의 글. 그 글속에서 나는 '그러니까 당신도, 시인들의 삶을 판단하려고만 하지 말고, 그의 시 속에 담겨진 상처를, 시대가 한 사람에게 낸 파열음을, 읽어내주세요. 귀기울여 들어주세요.'라고 당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저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착각'이라는 단어는 부정의 말꾸러미 안에 들어있던 단어였다. 하지만 삶 속에서 만난 모든 것들, 아주 옛날에 살았던 사람이 남긴 글들, 당장 내 옆의 이웃이거나, 혹은 먼 나라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의 소식들을 접하며 그것을 이해하고, 납득하고, 끝내 결국에는 오독하고 '착각'하여, 다시 그 착각의 말들을 길어내 시를 쓴 시인의 글을 읽다보니, 원래 느낌 그대로 더없이 고통스러운 단어인것도 같고 세상을 믿기 위한 더 없이 천진한 단어인것도 같아 어느 말꾸러미 안에 담아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메이고 말았다. 단어 하나로 이리도 다채로운 시선을 뻗어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겠지. 여덟편의 '착각'에 관한 이야기 덕분에 나도 잠시 함께 시인이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물론, 그러니까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것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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