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
김진송 지음 / 난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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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단편 <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를 다 읽고 비죽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김진송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었다. 김성중 작가님이 떠오르기도 하는, 그로테스크한 환상소설. 아,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쓰시는구나, 기대감을 안고 다음 페이지로 내달릴 준비를 했다. 그러나 세번째 작품, <달팽이를 사랑한 남자>에서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야했다. 이건, 이건... 너무나도 나의 취향이 아니었다. 용납 불가능한 불쾌함이 머리를 지배했다. 책을 덮을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번 펼친 책의 끝장을 덮을때 까지 다른 책을 펴지 못하는 완독의 병을 가진데다 이 책은, 끝가지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기에 며칠 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그의 그로테스크의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꼭대기의 사람들>을 읽고 다시 크크크, 하고 웃음을 짓다 <종이 아이>에서 또다시 취향의 벽에 가로막힐뻔 했지만, 꾹 참고 <안섬 한 바퀴>를 읽고난 뒤 그 다음 작품들부터는 시간이 어찌 가는 줄 모르게 푹 빠져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나 허탈한 타임루프물이 있을까 싶었던 <안섬 한 바퀴>, 실제로 이런 설치작품이 있다면- 이라고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던 <어린 왕자의 귀향>, 드라마 '더 킹'보다 훨씬 현실감있는 대체역사물이라 평가하고싶은 <섬>, 그리고 심리전의 화룡점정을 찍은 중편소설 <서울 사람들이 죄다 미쳐버렸다는 소문이......>까지. 한 사람의 내면의,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흔들리고 충돌하는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해 힘있게 끌고 나가는 서사속에 푹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볍게 헛웃음이 비져나오는,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들이 마음에 들었다. 달팽이가 후려친 뒤통수가 아팠지만 그정도는 슬쩍 흐린 눈으로 못본척 하기로 결심했다.


책을 다 읽고 유난히 기억에 남은 단어가 있었다. 바로 '생각 사냥꾼'이라는 단어. <섬>에서도 그랬고 <서울 사람들이 죄다 미쳐버렸다는 소문이......>에서도 결국 사람들은 '생각'을 '사냥'당했다고 볼 수 있을텐데,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의 나는 내 생각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것이다. 언론에, 주변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내 생각을 사냥당한채로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언제나 나의 생각이 어디서, 누구로부터 도래한 것인지를 제대로 살피며 살아가고싶다. 그것이 생각을 사냥당하지 않는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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