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임 - 오은 산문집
오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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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의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포지션을 맡고있는 오은 시인님의 산문집, <다독임>을 읽었다. 책읽아웃을 통해 2주에 한번씩 목소리로 만나왔던 오은시인님에 대한 이미지는 맑고, 사랑스럽고,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수가 없어 저도 모르게 수다러워지고, 누군가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에 함께 호들갑스러워지던 사람, 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거기에 한 문장을 더 붙이고 싶어졌다. 세상을 아무렇게나 되는대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바라보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시인, 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내가 가진 이미지는 이런 것. 유난히 남다르게 예민한 안테나로 세상의 빈곤한 삶에 온 힘을 다해 파고들어 정성껏 어루만지고 다듬어 결국 반짝이게 만드는 사람, 이라는 이미지. 그래서 그들은 유난히 남들보다 더 자주 아파하고, 더 자주 슬퍼하고, 더 자주 행복해하고, 더 자주 신나하는게 아닐까. 그러니까, 오은 시인님처럼 말이다. 오늘도 오은 시인님은 다독(多讀)을 통해 세상을 다독이고(p.6), 세상속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p.116) 그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질문하며(p.107), 남의 일을 나의 안으로 끌어들여(p.101) 스스로의 안과 밖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내다보기도 (p.79) 하겠지. 그리고 그러한 시선과 질문 끝에서, 단어의 외연을 넓혀가(p.30)고 계시겠지. 특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오은 시인님만의 안테나로 그렇게 포착한 다양한 생각들을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유난히 크게 두드린 이야기는 다름아닌 '부끄러움'과 '시행착오'에 관한 이야기였다. 두 단어 모두 나에겐 그저 부정적 말주머니 안에 담겨있던 단어였는데 오은 시인님의 글을 읽고나니 새삼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제대로 마주하려하지 않았었다. 그저 숨기고 모른척해야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어떤 일에 실패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에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제대로 마주해 '반성을 하고, 조금 더 떳떳하고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p.137)'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일들 앞에서 갖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에게 더 가까워지는(p.239)'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시인님은 말하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마주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낮잠을 자다 깨어나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조카를 꼬옥 품에 안고 등을 다독다독, 다독여주었을 때 손바닥에 전해지던 그 어린 몸의 온기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엄마의 예순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프라하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내 손등을 다독다독 다독여주던 엄마 손의 온기역시,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어떤 기쁜 순간, 혹은 어떤 슬픈 순간. 많은 사람들과 다독임을 나누었다. 다독다독, 우리는 그렇게 서로 그 행복이 흩어지지 않도록 잘 다독였고, 그 슬픔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차분히 다독였다. 그 다독임의 순간들이, 삶을 지탱해주는 것이겠지. 부지런히 다독다독, 내 삶속의 모든 것을 다독이며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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