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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i 인터넷 수능 영문법특강 - 2006
한국교육방송공사 지음 / EBS(한국교육방송공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문법(Grammar)’은 영어를 배우는데 필수적인가? 벌써 10년도 전에 ‘생활 영어’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중고등 교과과정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책이 수능을 위해서 필수적인가? ‘문법’이라는 용어를 다시 쓰기가 차마 낯 간지러워서인지 이 책의 문제나 수능에서 자주 쓰이는 ‘어법’이라는 것은 또 무엇이며 ‘문법’과 어떤 차이가 있나? 그럼 이 책이 다루는 문법은 종전 그토록 비난을 받았던 문법책들과 과연 차이가 있는가?
‘usage’를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 ‘어법(語法: 말을 하는 법?)’이란 사실은 독자적으로 성립할 수는 없다. 어떤 언어든지 그 읽고 쓰는 문장의 구조를 다루는 문법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어에서 문자 언어의 문법은 엄격하지만, 일상 대화에서 쓰이는 소리 언어의 문법은 많이 완화되고 왜곡 내지 파괴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무슨 법이라는 규칙으로 묶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원래 영어에서 말하는 ‘usage’란 이와는 다른 개념으로 ‘관용어법(영어 모국어화자들의 집단적 언어 습관)’이란 뜻을 가진다. 예를 들어 ‘연어(collocation)’나 ‘숙어(idiom)’ 표현이 그런 것으로 이는 문법 규칙과는 관계없이 그냥 그 사람들이 그렇게 써왔을 뿐인 다분히 습관적인 면을 아우르는 용어이다. 그런데, 이 ‘usage’가 ‘어떤 말, 어떤 표현의 문법 규칙에의 적부성(grammaticality)’보다는 ‘모국어 화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지는 정도(acceptability)’를 따진다는 점에서‘기술문법(descriptive grammar)’과 상통하는 면은 있지만, 기술문법이 체계를 갖춘 것과는 달리 단편적 사실의 나열에 불과하며, 그 중에는 개인적 편견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문법’이란 말을 쓸 자리에 괜히 오해를 사기 쉬운 ‘어법’이란 말을 남용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 역시 EBS에서 나온 "2006 수능특강-외국어 영역", p.55을 보면 이 '어법'이란말의 남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밑줄 친 문장 요소들이 문법적으로 바르게 쓰였는지 판단하는 문제 유형은 해마다 빠지지 않고 1문항씩 출제되어 왔다. 문법 지식을 바탕으로 문장의 구성과 내용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앞으로도 1문항 정도는 꾸준히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1. 기출 문제에 등장한 문법 사항을 정리하여 학습한다.
어법성 판단 문제는 예전에 등장했던 문법 사항이 순환하듯이 반복 출제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기본적인 것, 동사의 시제, 수동태, 문장의 어순, 주어와 동사의 일치, 병렬 구조, 대명사 등을 완전히 파악하여 정확한 문법 활용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2. 밑줄 친 어구가 들어 있는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여 오류를 판단한다.
최근의 수능 어법 문제는 글의 내용과 관련하여 등장하고 있으므로, 밑줄 친 부분의 개별적인 것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오히려 앞뒤를 살펴 어법의 정오를 파악한다.
3. 독해와 동시 작업이 되도록 한다.
문장의 짜임이 정확한지 묻는 문제이므로, 어법 자체만이 아닌 독해와 병행하여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서 각 문장의 구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문법을 체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EBS 수능방송은 그 시청범위와 수능시험과의 연관성 때문에(수능을 직접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자문하는 다른 참고서가 있는가?), 영어의 경우 종전 우리나라 영문법 교육의 폐해로 지탄 받아온 ‘S종합영어’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몇 가지 포인트에서 그 내용을 점검해보려는 것이 이 서평의 목적이다. 미리 말해둘 것은 이 책은 한 권으로 완결되는 책이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예를 들어, 난이도는 이 책과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EBS ‘고1특강 영문법 즐겨찾기’ 같은 책이 있으며, 또 2학기에 다른 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전체 책의 구성에 관한 문제 같은 것은 현재 지적하기가 난감하므로 필자로서는 불만이 많지만 생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초보자를 위한 문법책은 어차피 일정 정도의 생략과 일반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다른 항목과 비교해서 몇 가지를 지적해보기로 하겠다.
1. 이 책은 고등학교 교과서의 검정 기준과 같은 기준에 의해 만들어졌나?
중고등학교 영어 검정교과서가 어떤 기준과 절차에 의해 만들어지는지를 필자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어휘 및 문법 사항에서의 제약성을 많이 들어 알고 있다. 즉 교과서에 올라갈 수 있는 단어 수와 심지어 영문법 사항까지 제한이 있다는 것이, 교과서 집필자들이 제대로 된 체계적 교과서를 만들지 못한다는 항변의 이유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만일 그런 기준과 무관하게 만들어졌다면 이는 심각한 ‘파울(foul)’이다. 다시 말해 필자가 보기에 이 책은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에 비해서 문법 수준이 너무 높지만 이는 현 수능의 수준을 생각할 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이니까, 교육당국이 쓸데없이 ‘고교 3년 정상적으로 교육받으면 다 풀 수 있는 수능 수준’을 고집하며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고, 교과서 집필이나 출제 기준을 자율화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2. 이 책은 과연 실질적인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는 핵심 문법사항만을 골라 정확히 다루고 있는가?
‘문법이 영어교육을 망친다’는 비난을 받았던 종전 문법서류와 비교해 볼 때 별반 차별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이 전체 문법을 다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루고 있는 항목을 비교했을 때 설명이나 오류 등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3. 이 책은 그래도 볼만한 가치가 있는가?
첫째, 가격(5,000원), 둘째, 분량(위압적인 시중 문법서들에 비해 대략 절반 이하의 분량이다) 면에서 부담이 없지만, 내용 수준은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래도 이 책은 볼만한 가치가 있다.
수능 50 문제 중에서 기껏 1~2 문제 나오는 문법 때문에 책을 몇 권 봐야 하다니 그런 비효율적인 방법이 어딨냐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 옛말에서는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다"고 했다. 나머지 독해 문제를 쉽게 푸는 왕도(王道)가 바로 이 '문법'과, 또 다른 우리 학생들의 약점인 '어휘'를 튼튼히 하는 것이란 점을 깨달으면 영어 공부의 첫 단추가 잘 끼워진 것이다.
4. 몇 가지 오류에 관해서
(1) 4형식 동사의 수동태 (p.36)
왜 우리나라 대입 문법서들만 쓸데없이 이 문제에 그리 집착하는지 참 이해가 어렵다. 물론 원조는 ‘S종합영어’일 것이다. 일본에서 나온 영문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이 4형식의 수동태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점 외에도 해설하는 책마다 서로 틀린다는 것도 문제다. 같은 EBS에서 나온 ‘영문법 즐겨찾기’ p. 78에는 give류(give, hand, lend, offer, read, send, show, teach, write 등)은 두 가지 형태의 수동태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send, buy, make”는 하나의 목적어만 주어로 취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 알라딘에 있는 필자의 블로그‘’나의 서재’에 이 4형식의 수동태에 관해서 상세히 논의한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2) 과거 습관을 나타내는 would와 used to (p.42)
이 문제 역시 ‘S종합영어’에서 ‘would는 불규칙적 습관, used to는 규칙적 습관’이라는 엉터리 설명을 한 이래 우리나라의 모든 중고등 문법책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항목이 되었다. 이 책의 설명은 ‘used to가 과거의 상태와 습관적 동작, would는 과거의 습관적 동작만을 나타낸다’고 설명하는 점에서는 진일보했으나, 다른 문법문제와 혼동을 일으키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He [used to, would] often go swimming on weekends.
이 문제의 답이 would이고 used to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단지 would에는 빈도부사를 쓸 수 있지만 used to는 안된다는 문제가 아니라, 분리부정사(split infinitive: 부정사를 쓸 때 to와 동사 사이를 부사로 갈라놓지 말라는 규범문법) 문제가 끼어든 것뿐이다.
He used to go swimming (often) on weekends.
위의 문장은 그럼 맞는가? 틀리는가? often이 있든 없든 맞는 문장이다.
used to는 형태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라는 점을 누구나 알 수 있으므로, 지금은 하지 않거나 상태가 계속되지 않는 과거의 동작, 상태를 별다른 부사구의 도움 없이도 나타낼 수 있지만, would는 이 조동사의 성격상 다른 많은 뜻(추측, 겸손, 가정, 과거에서 본 미래 등)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간을 표시해주는 부사구나 빈도부사구의 도움 없이는 과거의 반복적인 습관을 표시한다고 보기에 애매한 점이 있기 때문에 같이 쓴 것뿐이다. 즉, 과거 습관(past habit)을 나타낼 때는 used to가 훨씬 자연스러운 것이다.
(3) 관계부사 where은 that으로 바꾸어 쓸 수 없다? (p.78)
“where을 제외한 나머지 관계부사는 that으로 바꾸어 쓸 수 있으므로…”, 이런 말을 들으면 that이 슬퍼하지 않겠는가? 물론 where을 that으로 바꾸는 데는 when보다는 제한이 있어서, when은 앞 선행사가 시간과 관련만 있으면 가능한데 반해, where의 경우는 '-where', 'place'밖에 안된다는 점이 다르기는 하다.
I can’t remember the place where ( = that ) I met her.
We are living in the world where(= in which) technological renovation is everthday thing.
We are living in the world that technological renovation is everyday thing. (X)
(4) 시제 일치와 관련된 문제 (p. 13 3번 문제 지문)
… She often told us that we always had to do our best in whatever we did.”
이 문장에서의 종속절인 명사절에서의 시제는 시제일치에 맞춰 과거로 옮기면 더 이상해지니까 그냥 현재로 두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 사실, 진리’는 항상 단순현재로 써야 하니까.
(5) 무의식 중에 쓰는 ‘현수 분사구문(dangling participle)’ 문제 (p.65 3번 문제 지문)
Solving the problem of getting spacecraft into outer space, the next problem astronautical engineers had to overcome was slowing down and landing the craft.
우주선을 외계로 보내는 문제를 푼 것은 ‘다음 번 문제’인가? ‘우주비행 공학자들’인가? 위 문장을 맞게 고쳐 써 보자.
Solving the problem of getting spacecraft into outer space, astronautical engineers had to overcome the next problem of slowing down and landing the craft.
분사구문을 만들 때 종속절의 주어가 주절의 주어가 같으면 생략하는 것이므로 원래 예와 같은 것이 문법에서 유명한 ‘현수 분사구문’ 문제이다. 이 문제에 관한 최근 언어학자들이나 영문법학자들의 견해는 암묵적으로 이해가 되는 주어가 있으면 그냥 넘어간다는 것이나, 아직 학교문법에서는 제대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일반인이 주어라서 생략하고 쓰는 Generally speaking 같은 비인칭 독립분사구문과는 다른 문제이다.
(6) 가정법의 남용 (p.75 문제 2-(3))
Tom is very late, isn’t he? It looks as if he [weren’t, isn’t] coming.
책 뒤의 해설을 보자. “오기로 되어 있는데 안 오는 것이므로 현재 사실에 대한 반대를 가정하는 것이라서 가정법 과거형 weren’t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가정법은 근본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사실, 공상적인 사실, 전혀 가능성이 없지만 그냥 상상으로 생각해보는 사실’에 쓰기 때문에 ‘unreal present/past’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전혀 실현 불가능한 공상인가, 아니면 올 수도 아닐 수도 있는가? 아무리 봐도 가정법 자리는 아니고 직설법 개방 조건절(open hypothesis: 결과가 일어날 수도 안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개방되었다고 하며 사실 대부분의 if는 이 단순한 조건을 나타낸다)에 맞는 isn’t가 올 자리다.
(7) 도치문 (p,135 문제 7번 지문)
…In factories, such music helps relieve the boredom of routine labor. So it does in the home.
‘역시 그렇다’는 so가 문장 맨 앞에 나가면 강제적인 도치가 일어나서 ‘So V + S’ 형식이 되어야 맞다. 즉, So does it in the home이 맞는 문장이다. 이때는 보통 도치가 일어나지 않은 주어가 인칭대명사인 경우를 포함해서 무조건 도치되어야 한다.
“I like English grammar.” “So do I.” ( = I like it, too.)
“I don’t like English grammar.” “Neither do I.” ( = I don’t like it, either.)
맞장구, 동의를 나타내는 다음 형식과 착각하면 안된다.
“It is raining. (비가 옵니다)” “So it is. (그러네요)”
(8) It – that 강조구문으로 강조할 수 있는 문장의 요소 (p. 108)
‘보어’는 강조구문으로 쓰기에 심한 제약이 있는 난감한 놈이다. 형용사 보어는 아예 불가능하고, 주격 보어를 취하는 대표적 동사인 be동사의 경우에는 명사 보어도 이 구문에서 쓸 수 없다. 굳이 강조하려면 준분열구문(pseudo-cleft: 의문사 what이 이끄는 절을 주어로 사용함)을 써야 한다. 한편 연결동사(linking verb)의 다른 대표인 become의 경우는 it-that 강조구문에 의한 명사 보어의 강조가 가능하다
The man was the criminal.
It was the criminal that the man was. (X) - be동사 불가능
The criminal was what the man was. (O) – 준분열구문의 도치
What the man was was the criminal. (O) – 준분열구문
It was happy that the man was. (X) - 형용사 보어는 불가능
It was a criminal that the man eventually became. (O) - become은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