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자가주유(自家注油: self-service)가 보통이다. 도시의 주유소(gas station, service station)에는 대부분 주유대(gas pump)마다 카드리더기(card reader)가 달려 있어, 신용카드를 읽힌 뒤 스스로 기름(이걸 oil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gasoline의 약어인 gas로 쓴다. 최근에 나온 국내의 어떤 TOEIC책에서 이걸 ‘가스’라고 번역한 걸 보았는데, 한국식 LPG와 혼동한 것일까?)을 넣고 다시 주유펌프를 원래 자리에 꽂으면, 카드리더기에서 카드전표(영수증)가 나온다. 그럼 그걸 갖고 차를 몰고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도시라도 변두리라든지 여행 중 시골이라든지, 어쨌든 주유대에 카드리더기가 없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 보면 “Pump first” 또는 “Pay first”라고 팻말이 달려 있다. 앞의 놈은 기름 먼저 다 넣고 계산하러 들어오라는 인심 또는 서비스 좋은 곳이고(대부분 잡화 매점을 겸하고 있어 매점 점원 겸 주유소 직원 한 명 있는 곳이 많다. 우리처럼 알바생들이 뛰쳐나와 기름 넣어주고 계산해주고 하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가끔 부자동네에 있는 full-service station은 가격이 50%는 비싸다), 후자는 들어와서 계산부터 하고 기름 넣으라는 냉정한 표시인데, 이 경우는 돈을 내지 않으면 주유펌프를 들어봤자 기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아무 표시가 없는 곳이 있다. 이 때 점원에게 돈을 먼저 내야 하는지, 주유를 먼저 해도 되는지 묻고 싶을 때 쓰는 표현이 “Pay or pump first?”. 그러면 대개 “You can pump first.”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돈을 먼저 내야 하는 경우(Pay first), 만땅(full tank; full-service일 경우, fill her up 외에 fill it up도 쓴다)하려면 먼저 큰 돈 내고, 기름 다 넣고 다시 들어가서 거스름돈 받아야 하는데, 얼마나 귀찮은가? 그럴 경우는 그냥 10불 ~ 15불 내면서 자기 차를 세운 주유대 번호를 “Pump 3” 식으로 이야기해준다. 그러면 “All?”하고 물을 것이다. 가볍게 “Yep.”하고 나오면 꼭 그 돈만큼 기름이 나온다.
* 오늘 아침 조선일보 독자투고란에 “미국에는 주유소에서 직접 카드로 하니까 편하더라,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글이 있어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