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본능 -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 외 옮김 / 소소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필자의 위 서평(스티븐 핀커, 언어본능, 소소, 2004. 6.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린비' 출판사에서 나온  4쇄가 팔렸음)에 대한 편집자의 사신에 의한 반론이 있어 필자가 보낸 회신과 함께 아래에 옮긴다(색깔 넣은 부분은 필자가 추가). 사실은 필자가 따지고 싶은 내용이었는데...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는 말은 이 때 하는 말이겠다. 책을 보는 독자들을 무슨 허수아비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 번역자나 이전 출판사의 해명이나 사과가 지금까지 있었는가? 또 이런 사실을 숨긴 현 출판사의 해명이 있었는가? 옛날 책의 상권 부분은 정정했지만, 하권 부분은  잘 모르겠으니 나중에 재판할 때 수정하겠다니? 편집자가 독자 서평자한테, 그것도 눈 앞의 문제가 번역 오류인 판에 이런 말을 하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고, 씁쓸한 기분 뿐이다.  출판계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자업자득인 점도 분명히 그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의 초판을 사게 될 독자는 그럼 뭔가? 나중에 재판 찍으면 리콜하겠다는 말인가?

왜 사신을 공개하느냐고 물으실 분들을 위해 미리 답하겠다. 지금 이 사실은 아래 필자의 이메일에도 있지만, 애초부터 사신으로 주고받을 일이 아니었고 독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독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독자로서, 여기에서 보호받아야 할 사신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평에 코멘트 다신 분께도 답한다. 도대체 그 분이 생각하는 리뷰의 기준이 뭔지는 몰라도, 독자들이 그 책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믿는 정보가 있으면 충분한 리뷰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서점이 독자들만의 전용물은 아니고 저자와 출판사, 서점, 독자가 공유하고 가꾸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책에 문제가 있으면 번역자나 출판사 실무자하고 직접 해결하지 왜 공개하느냐는 식의 코멘트, "리뷰라기보다는 교정교열이니 오류 잡아내기" 하는 식의 언급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심스럽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없는 사실을 지어내거나, 과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모른단 말인가? 그런데 리뷰에서 틀린 점 잡아내기 하면 안된다는 것은 또 누구 논리인지 모르겠다(혹시 출판사 근무하세요?) 그런 식으로 보면 아마 여기 리뷰 중 상당수는 리뷰라고 하면 안될 것이므로, 그 의견에는 아무래도 동조하기 어렵다. 아래에서 필자의 회신과 편집자 이메일 순으로 옮긴다.

"(필자) 출판사에서 신경 쓸만한 서평이었는지는 제 자신이 의심스럽습니다만, 어쨌든 메일 주셨으니까 몇 자 회신합니다.

1. 신간 보지 않고 구서평에서 그대로 퍼왔으니 독자들께서 보시고 구간과 얼마나 바뀌었나 제게 연락달라고 아예 서평에서 써두었습니다. 이렇게(출판사 옮겨서 합본하고 신간인 것처럼) 신간 낼 때는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로, 새로 낸 책 편집자가 책임질 일은 아니지요. 새 편집자가 땀을 흘리고 수고하셨으면 그 사실 밝히고 '신역'이라든지 설명이 있어야지, 그걸 서평한 사람 탓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얄팍하다"는 말이 싫으면 얄팍하지 않게 하시면 되지요. "땀 흘린 보람이 고스란히 사라진 게" 누구 탓이란 말입니까? 적반하장! 신간처럼 보이고 싶어 그랬다고 자인하면서도, 책임은 필자에게 돌리고 있다. 정치권, 공무원, 사업가들은 죽일 놈이지만, 막상 자기들이 하면 "관행"이라고?. 이렇게 사신 보내실 일 아니고 그 사실 얼마든지 알라딘 서평란(출판사도 의견 밝힐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에서 밝히는 것이 정도겠지요.

2. 독자랑 가격 문제는 이야기할 거리가 아닙니다. 얼마를 받든 출판사 자유니까. 그 책 1998년 초판 나왔다는 점 저도 분명히 알고 서평에도 써 두었습니다. 서평을 잘 읽어보고 보낸 편지인지 의심이 가네요. 1998년 초판 나왔고 2003년 5월까지 4쇄까지 10,000원이던 책(필자 기억으로 2004년 4월 이 책 서평 올릴 때도 가격이 그대로였다)이 합본 되고 60% 올랐다는 점을 지적했을 따름입니다. 출판 후 1년 지나면 도서정가제 보호 받지 못하는 점 때문에 그렇게 합본하는 식의 일부 출판 관행에 대한 제 항의이기도 하구요. 그게 아니면 하드커버로 냈고 그래서 올렸다고 당당히 주장하시면 그걸로 끝이지요.(그런데 손해 보더라도 책 보급이 목적인 사람들이 20,000원 하던 보통 장정의 책을 32,000원짜리 하드 커버로 낸단 말인가?)

3. 서평을 잘 읽어 보시고 생각해보세요. 책 자체에 대한 폄하나 인문학에 대한 경시가 아닙니다. 그 반대지요. 왜 구간처럼 마음대로 선전하고 번역해서, 오히려 그나마 있는 독자들까지 떨어지게 하려느냐는 이야깁니다. 공동 번역자에 대해서도 인신공격이 아니라 그렇게 처신한 사람들이 문제겠지요. 기본적인 언어학 용어 오류조차 수정 못하는 박사들이 뭘 했다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네요. 구체적으로 구간의 그 많은 오류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럼 공역자 책임은 아니라고 이야기하시는 겁니까? (만일 그렇다면 제 조건문대로 이름만 빌려준 박사가 되지요. 즉, 그 박사님들에 대한 인신공격은 제가 아니라 지금 편집자께서 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양심적인 공역자들은 자기가 번역한 부분을 밝히든지 아니면 전체 책임이라고 하는 겁니다.  제가 이름만 빌려주었다고 인신공격을 했다구요? 제 서평 그대로 밑에 다시 가져 왔습니다. 누가 누구를 인신공격했다고 그러는지 우습네요 .

3. 구체적인 번역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역자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역자는 모두 3명으로 되어 있는데(보통 공역에서 밝히기 마련인 누가 어떤 부분을 담당했는지에 관한 말은 전혀 없다), 그 중 김한영은 “(1962년 생으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전문번역가”로 되어 있으나, 소개된 경력으로 보아 그 이전에 이런 종류의 책을 번역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이 책의 주(主) 번역자로 추정된다. 나머지 두 사람은 각각 독일에서 수학하고 미국에서 독어학박사를 취득한 대학교 독어과 교수(문미선), 독일에서 독어학박사를 취득한 대학강사(신효식)로 되어 있다. 우선 겉으로 보기에 학력이나 경력이 ‘영어로 된 언어학 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그 점은 이 책이 개설서라는 점과 누구나 영어를 기본으로 공부한다는 점에서 특별히 비난까지 할 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누가 어떤 부분을 주로 번역했는지(또는 감수 내지 협조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번역상의 모든 문제점은 공동 책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아니면 번역계의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이름만 빌려준 박사교수’들이 될 테니까.)

4. 책을 이전 출판사에서 넘겨받고 계속 내기로 하신 점은 저로서도 오히려 고맙다고 할 정도이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이 비판을 피해갈 면죄부도 되지 못하구요. 그렇지만 그전에 적어도 각종 서점의 서평 정도는 보는 게 정상 아닐까요?

5. 소소에서 낸 다른 책(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에 대해서도 똑 같은 문제의식으로 제가 쓴 서평이 역시 알라딘에 있습니다만 거기 대해서는 왜 시비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볼 때는 아예 이런 이야기도 공개했으면 합니다. 독자끼리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독자 서평자에게 사정 설명도 아니고 변명인지 항의인지 모르는 사신 보낸 점은 이해가 안 갑니다. 보내신 메일과 저의 이 이메일 회신까지 아예 알라딘 서평에 올려 독자들이 판단하게끔 하는 것이 어떨까요?  (바로 아래 그 사본을 전재합니다.) "

----- Original Message -----
From: "XXX"@yahoo.co.kr
To: XXXXXX@dreamwiz.com
Date: Tue, 29 Jun 2004 12:59:28 +0900 (JST)
Subject: 소소/XXX/서평 관련

<언어본능>의 재발간을 책임편집한 XXX이라고 합니다. 먼저 꼼꼼하게 지적하신 노고에 대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몇 가지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 가격 문제입니다. 책을 보셨는지 모르지만, 초판이 그린비에서 발간된 것이 98년입니다. 지금은 2004년이고요. 서평자께서는 98년의 정가가 지금도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또 새 책은 하드커버로 나왔습니다. 합지를 쓰지 않은 하드커버이지만 제작비는 하드커버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제본방식입니다.

2. 우리는 이 책이 많이 팔릴 수 있는 책이라고 보고 그저 먹기 위해서 다시 발간한 것이 아닙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학제간 연구작업들을 국내에 지속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뉴휴머니스트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이 책 역시 이러한 취지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린비의 양해를 얻어서 손해볼 각오를 다시 작업한 것입니다. (그렇게 대단한 일, 오히려 선전해야 할 일을 단지 신간인 척 하려는 이유 하나 때문에  감추었단 이야긴가?)

3. 저자 혹은 역자와 인쇄소가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편집자의 역량과 노력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서평자께서는 새 번역본에 대한 서평이 아니라 구간본에 대한 서평을 새 번역본 밑으로 고스란히 퍼날라 놓았습니다. 짐작하기론 새 번역본을 읽어보지도 않으셨습니다. 새 번역본을 만들기 위해 수고한 편집자의 땀은 고스란히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4. 얄팍하게 제목만 바꾸었다구요? mind를 정신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꾼 것은 우리가 이 시리즈의 주제를 인간의 '마음'으로 잡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출판사에서 앞서 만든 <메이팅 마인드>에서도 마음이라는 단어를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창조'가 아니라 '만든다'고 한 것 역시 창조라는 단어가 갖는 모호함 혹은 절대적 권능의 냄새를 지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러한 의미에 꼭 어울리는 '짓다'라는 단어를 쓰고 싶었습니다만, 너무 생소할 것 같아서 평이한 단어를 골라 쓴 것입니다.

5. 서평자께서 지적한 '오류'들 가운데 상당수는 새 번역본에서 수정이 되어 있습니다. 서평자의 지적을 뒤늦게 본 탓에 참고하지는 못했지만(필자도 조만간 이 신간을 대조 검토할 작정이다), 구간본에 번역오류가 많다는 점은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출판사 편집인이 알 때는 예전 출판사인 '그린비' 출판사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그러고도 수정 없이 4쇄씩 해먹는 그 뻔뻔함도 이 출판사 못지 않다.) 시간의 압력 때문에 책 전체를 원문대조하지 못했다는 점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지만, 적어도 구간의 상권에 해당되는 부분 정도에 대해서는 한 문장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만큼 철저한 원문대조를 했습니다(세상에 어떤 편집자가 책을 편집하면서 절반만 철저히 대조를 했다니! Can you believe it!? 왜 어떤 이유로 구간의 상권 부분만 정정했다는 말인지? 시간의 압력 있으면 엉터리 책을 내도 좋단 말인가? 필자가 다시 신간을 보고 확인하려는 것도 이 부분이다. 어떻게 바뀌었는지, 필자의 서평과 얼마나 다른지.) 일이 찾아서 확인해 보니 서평자께서 지적하신 것들 가운데 원문대조가 이루어진 부분에서는 대부분 해소가 되어 있습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6. 구간과 관련된 서지 정보를 책에 정확히 밝히지 않은 부분은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이것은 상당 부분 관례화되어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그것은 변명일 뿐입니다. 솔직히 서평자 자신도 그랬다시피 구간을 복간하는 작업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는 상태(누가 그랬단 말인가? 신역이니 복간이니 하는 말 한 적이 있단 말인가? )에서 출판사로서는 마치 신간처럼 보이고 싶은 얄팍한 계산도 작용했다고 인정합니다.

7. 번역자 세 분은 나누어서 작업한 것이 아니고 서평자의 추측대로 김한영씨가 주도적으로 번역했고, 나머지 두 분은 오류를 바로잡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작업양이 적지 않아 공역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추측을 토대로 그 두 분을 이름만 빌려주는 박사교수라고 매도한 것은 설령 오류 바로잡기라는 그들의 작업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할지라도 일종의 인신공격입니다.

8. 원문대조를 꼼꼼히 하지 못한 뒷부분에서는 아직도 많은 오류들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판을 찍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면, 그때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중요 부분이 원문 그대로 병기되어 있어, 필자도 그냥 그걸 보고 서평을 쓸 수 있었다. 무슨 원본 책과 일일이 대조까지 할 필요도 없단 말인데, 상권은 무슨 연유인지 수정하고, 하권은 그대로 두었다는 이 뻔뻔함도 문제지만, 그걸 대놓고 이야기하는데 더 기가 막힌다. 필자가 지적한 내용을 보라. 무슨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번역가 아니라도 알만한 내용들이라는 데서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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