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수능 시험이 어제 있었다. 대학 진학을 생각도 못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또한 학생들이라고 해서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학 진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인생의 큰 고비를 넘겼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한 사람은 한 만큼 또 아니면 아닌 만큼 돌려받게 될 것이지만, 우선 수험을 치른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뒷바라지하신 선생님들이나 학부형님들께도 경의를 표한다. 먼저 조금 마음을 편히 가지기 위해 딴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수능 시험이 어른들에게도 장난이 아닌 것이, 필자가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West Wing)"에 보면, 마틴 쉰(Martin Sheen)이 분(粉)한 주인공 바틀렛(Bartlet) 대통령이 자신을 상담해 주던 정신과 의사 스탠리(Stanley)와 미국 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자신의 SAT, 즉 미국 수능 점수에 관해 논하는 장면이 나온다(Season 4 Episode 11 "Holy Night"). 영화에서 바틀렛은 노틀담(Notre Dame) 대학교에 진학했고, 런던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아, 다트머스(Dartmouth)대학교의 경제학 교수를 했으며,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가방끈이 긴 사람으로 나온다.

STANLEY: What'd you get?
BARTLET: On the SATs?
STANLEY: Yeah.
BARTLET: You don't want to know.
STANLEY: You got double-800, didn't you?
(* 그 당시는 지금과 달라 언어인 Verbal이 800점, Math가 800점 두 과목으로 되어 있었다. 현재는 Verbal의 문제 형태를 조금 바꾼 Critical Reading이 800점, 영어 문법과 작문인 Writing이 추가되어 800점, Math가 800점 세 과목에 2,400점 만점이다.)
BARTLET: I got 800/790. For the life of me, I can't imagine what I got wrong. Then I took them again, and got 800/790. I mean, is it possible there was some sort of number-two pencil anomaly that could've...?
(* SAT 시험은 일 년에 7회씩 실시되며,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대개의 학생들이 2번 아니면 3번 본다고 한다. 점수 순서로 보아 바틀렛은 수학에서 한 문제를 틀린 것으로 보인다.)
STANLEY: Excuse me. I-I'm sorry to interrupt, uh... You got a 800/790 and took the test again?
BARTLET: Yeah, I know, it's a little... something.
STANLEY: It's a little something. Yeah.

또 백악관 비서실 차장 조쉬(Josh)가 'polyglot ( = multilingual speaker)'이라 단어를 아는 것에 밑의 직원이 놀라자, 조쉬가 이렇게 대답하는 장면도 있다(Season 1 Episode 21 “Lies, Damn Lies, and Statistics”). 조쉬는 극 중에서 하바드 대학 및 하바드 법대를 나온 것으로 되어 있다. 

JOEY [KENNY]: I was impressed that you knew what 'polyglot' meant.
JOSH: "760 SAT word, baby."
 

- 우리에게 영어는 수능 시험에서 난리를 칠 정도로 꼭 필요한가?

이에 대한 필자의 답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NO, but YES)"이다. 무슨 말장난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현실이 그렇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다 해야 하고 다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지 않지만, 다음의 이유로 영어는 필요하기도 하다.
(1) 적어도 대학교에 가서 공부를 잘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2) 외국 문물에 많이 접하려면 영어는 필요하다. 영어를 알 때 비로소 정보의 보고(寶庫. treasure-trove)에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3) 좁은 땅에 갇힌 우리 입장에서는 세계 진출이 필수적이며, 이미 세계어(lingua franca)가 되어 버린 영어의 습득은 불가피하다.


- 수능 영어의 수준은 적당한가?

무슨 헛소리냐고 발끈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아직 멀었다. 지금도 전체 시험 시간이 너무 길어 학생들을 고문(拷問)하고 있는 만큼, 분량을 늘이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좀더 어려운 문제로 교체하여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 도토리 키 재기 같은 비슷비슷한 문제로 수험생들의 실수를 기다리는 방법으로는 영어가 늘겠는가? 어차피 상대 평가로 가는데 등급별 커트 라인은 아무 의미가 없다. 다른 과목과의 난이도, 특히 수학과의 난이도를 비교해 볼 때 더 높여도 된다. 영어는 더 많은 사람이 공부하고 필요성을 느끼지만, 수학은 살아 갈수록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점점 더 줄어드는데, 모두 수학에 목을 매다는 시험 형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이번 시험의 수준은?

필자는 매년 수능 영어를 풀어 보고 난이도를 검토하고 있지만, 단순히 개인의 경험에 의한 평가를 하자면(안 그런 평가가 어디 있는가?), 이번 시험은 예년에 비해서 좀더 어렵다. 리스닝 부분도 예년에 비해 어려우며, 단어 수준이 높아지고, 문장 길이가 길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문의 내용이 명석하지 못한 것이 있는 점이다. 좋은 문장은 읽어서 이해가 잘 되야 하고, 어렵더라도 몇 번 읽어 보면 아! 깨닫는 점이 있어야지, 잘 몰라 두세 번 읽고는 "뭐 이런 내용을 이렇게 썼나?" 이런 반응이 나오면 잘못된 것이다. 27번, 28번, 34번, 38번, 39번 문제의 지문들이 그런 것이다. 46-48번의 가장 긴 지문 역시 그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아래 참조).


- 단어

아래의 것들이 그래도 약간 어려운 것들이다.

abandon, abundance, accessible, admirable, alienation, alter, ambition, annoy, aquarium, auditory, avoid, , biased, boredom, compensation, complimentary, contemporary, consequence, conventional, convince, desperate, derives (from), drainage, duration, elaborate, encyclopedia, enforceable, evident, exotic, festive, flattering, frustrate, furnish, incredible, indifferent, infected, integral, intently, irrelevant, magnificent, manipulative, measure up to, modesty, norm, overwhelming, paddle, perceptual, potential, prevalent, relevance, relieve, remote, reputation, resolve, reunion, solitary, specificity, superior, swift, symptom, tension, therapy, ultimately, uninterrupted, unsuitable, vagueness

43번 지문의 'batter'은 '타자(打者)'라는 흔히 아는 뜻이 아니라, '밀가루 등의 반죽'을 말한다. 물론 앞뒤 문맥으로 짐작은 가겠지만, 차라리 잘 아는 'dough'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6-48번 지문에 나오는 'homely'도 만만치 않다. 단어 모양만 보고 '가정적인'으로 해석하기 쉽지만 '수수한, 별 볼 일 없는, 추레한, 못 생긴' 이런 뜻이다. 힌트는 같은 지문에서 나온 아래의 표현들을 보면, 'homely = bumpy, imperfect, unattractive, crooked, odd-looking' 이란 것이 저절로 알 수 있을 것이다.
homely fruits and vegetables
bumpy vegetables
imperfect’ produce
unattractive produce such as crooked carrots and odd-looking tomatoes

여기서 나오는 'produce'도 동사가 아닌 명사로 쓰이면 '(집합적) 농산물(agricultural products)'이란 뜻이다.


- 몇 가지 문법 사항

21. For example, a study recommends that babies be moved into their own room by three months of age.
⇒ 여기의 that절에서 쓰인 'be'가 강제적 가정법이란 것으로 항상 동사의 원형을 쓰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마이 페이퍼의 "Mandative Subjunctive and Putative Should"란 글 참조.

22. But a human is much more capable of operating those instruments correctly and ③ to place them in appropriate and useful positions.
⇒ 이 문제는 병렬 구조에 의한 문장의 접속을 묻는 것이다. 따라서 3번을 'placing'으로 고쳐야 앞의 'operating'과 대구(對句)가 된다.

그런데 같은 지문 마지막의 아래 문장은 어색하다.
Robots are also not equipped with capabilities like humans to solve problems as they arise, and they often collect data that are unhelpful or irrelevant.
그 이유는 'like humans'의 위치 때문이다(word order). 비교하는 대상끼리는 서로 가까이 있어야 알기 쉬운데, 'Robots'와 너무 떨어져서 마치 앞의 'capabilities'와 비교하는 것처럼 보이며, 또 'like'가 앞의 'not'을 포함하느냐 헷갈리기 때문에 좋지 못하다. 아래처럼 고치는 것이 좋다.
Unlike humans, robots are also not equipped with capabilities to solve problems as they arise, and they often collect data that are unhelpful or irrelevant.

23. Most of you experience urges when trying to break a habit and these can be hard to resist unless you find something else to do instead…
⇒ 이 문장에서 'these'는 선행사(antecedent)가 없는 애매한 대명사이다. 앞에 있는 것은 'a habit'으로 단수이다. 따라서 'it'으로 고쳐야 한다. "어디 습관이 하나뿐이랴 여러 습관이다," 라고 하고 싶으면 앞을 'habits"로 고치든지.

24. We want answers faster than they can be delivered. There is twenty-four-hour repair and round-the-clock shopping.
⇒ 'A and B'를 복합 주어(compound subject)라고 하며 통상 복수로 취급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앞뒤가 하나의 연결된 실체(a single entity)로 보는 경우에는 단수로 쓸 수 있고, 그 대표적인 것이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Drinking and driving is a crime.
여기서 drinking is a crime, driving is a crime 이런 다른 문장은 성립할 수 없고 drinking after driving is a crime 이런 문장의 뜻이기 때문에 단수로 쓰는 것이다. 그런데 'repair'와 'shopping'을 하나의 연결된 실체로 볼 수 있는 근거를 필자는 알지 못하겠다. 따라서
There are twenty-four-hour repair and round-the-clock shopping.
이렇게 복수로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 독해  

⇒ 제일 어려웠다고들 하는 문제를 한번 검토해 보기로 하자. 사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시험 마지막 집중력이 떨어질 때 나왔기 때문에 어렵게 생각될 수는 있다.

[46~4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A)
On the wall of our dining room was a framed quotation: “Let me live in a house by the side of the road and be a friend to man.” It inspired in me countless childhood daydreams about meeting new people from exotic places. I was a child who desperately wanted to connect with others. We did live ‘by the side of the road’ ― on Route 9 between Keene and Portsmouth ― but in a place so remote it was extremely difficult to be a ‘friend to man.’

(B)
Why couldn’t others also benefit from that value? I could save people the trouble of going into the store by making my produce accessible at the side of the road, and that would provide value, too. Surely I could convince people to pay half of what the grocery store charged and to feel lucky about the bargain. Suddenly, I saw a connection between those bumpy vegetables on our table and the quotation on the wall; I found a way to satisfy my longing for . These homely fruits and vegetables would become my golden apples.

(C)
One day when our family drove into town, I focused intently on the big, paper, grocery store signs advertising the same type of produce that we grew: ‘carrots, 50 cents a bunch,’ ‘tomatoes, 99 cents a pound.’ Meanwhile, I thought of how the type of ‘imperfect’ produce we ate for dinner, just as healthy as that sold at the store, was often tossed on the compost heap or left in the ground.
* compost heap: 퇴비 더미

(D)
The unattractive produce such as crooked carrots and odd-looking tomatoes was not valuable to the grocery store, where only ‘perfect’ produce was sold. But I knew they would have value to people who would chop them into salads or soups, can them, or use them to make pies, because that is what our family did with them. They were fresh and clean and came straight from the good earth. 


46. 위 글 (A)에 이어질 내용을 순서에 맞게 배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이런 형식의 문제에서 반드시 순서 배열이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저 주어진 차례대로 전부 해석을 해 봐서 찾는 방법도 있겠지만, 힌트를 먼저 찾아서 어떤 가설(hypothesis)을 세우고 그 순서대로 읽는 것이 요령이다.
(B)에서 'that value'가 나왔다. 그냥 'value'가 아닌 'that value'이니 반드시 그 앞에 그 'value'가 있어야 한다. 빨리 'skip'을 하니 (D)에 보인다. 즉 (D) – (B)로 연결되는 것이다. 또 'grocery store'와 'imperfect produce'가 (C) – (D)에 보인다. 가설을 (C) – (D) – (B)로 세우고 그 순서대로 읽어 보면 딱 맞는다! 물론 (D) –(C) – (B)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정답이라면 (C) – (D) – (B)로 읽어 가는 순간 알게 된다. 즉 아무 생각 없이 (B) – (C) – (D) 차례로 읽을 때보다는 훨씬 쉽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힌트는 (C) 앞의 'One day'이다. 보통 이야기를 꺼낼 때 쓰는 수법.

47. 위 글의 빈칸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 (A)의 마지막이 중요하다. 제일 앞에 제시된 표어의 후반부를 못 지키고 있다니, 이를 염두에 두고 왜 못 생겼지만 신선한 과일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려고 할까 생각하며 답이 보일 것이다. (A) 마지막에 친절하게 작은 따옴표를 해 둔 'friend to a man(사람에게 친구가 되기)'에 가장 가까운 '① new friends'가 정답. 아래 선택지를 보면 다른 것은 전혀 문장의 뜻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① new friends ② family reunions(가족간 재회) ③ mass production (대량 생산)  ④ farm reconstruction (농장의 재건) ⑤ complete independence (완전한 독립) 

Critical Reading은 항상 작가의 의도를 추측하며 앞으로 어떤 글이 나오리라 예측하며 읽는 것이 요령이다. 다른 말로 하면 글 속의 내용인 what뿐만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인 왜(why), 또 그 의도를 어떤 방식으로(how) 표현했나까지도 보야야 하는 것. 왜 글의 서론에서 벽에 걸어 둔 가훈 비슷한 표어를 소개하고, 그 표어의 전반부는 이뤘지만 후반부는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아, 앞으로 이 후반부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이 글의 내용이 되리라 예측을 하며 읽어야 하고, 글의 구조로 보아 서론에서 문제를 제시했으니, 앞으로 어떤 예증(example, supporting evidence)를 통해 그걸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는다. 이런 생각이 없이 글을 읽으면, 내가 글을 읽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48. 위 글의 ‘I’에 관한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Keene과 Portsmouth 사이의 9번 도로변에 살았다.
② 식료품점에 가는 사람들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③ 식료품점의 당근과 토마토 광고를 주의깊게 보았다.
④ 토마토를 파운드당 99센트에 팔았다.
⑤ 모양이 이상해 식료품점에서 팔지 않는 야채도 가치있다고 생각했다.
⇒ '④ 토마토를 파운드당 99센트에 팔았다'는 것은 (C)에 보면 'grocery stor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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