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charlie 2009-10-28  

선생님, 가정법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 영어의 가정법은 가정법 과거 조건문 (현재나 미래에 대한 비현실적 가정(Present/Future Unreal Conditionals)은 if절에 과거시제 동사, 결과절에 서법조동사의 과거형 would/should/could/might를 씁니다. 그리고 가정법 과거완료 조건문 (과거에 대한 비현실적 가정 (Past Unreal Conditionals)은 if절에 과거완료 시제 동사, 결과절에 서법조동사의 과거형 would/should/could/might + have p.p.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저의 질문이 너무 문법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것일 수도 있으나, 가정법 구문을 쓸 때마다 왜 영어는 현재나 미래에 대해 가정하면서 과거시제를 쓰고, 과거에 대해 가정하면서 과거완료를 쓰는지 궁금합니다. 제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았는데 (이런 걸 두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 얼치기 아마츄어 문법가의 잡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예컨대 현재에 대해 사실과 반대되는 가정을 할 때 현재 시점에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 있기 때문에 같은 현재 시점에서 이와 반대되는 가정인 비사실을 말하게 되면 사실과 비사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킬 것이므로 실제 존재하는 사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과거 시점을 이용해서 현재 시점의 사실을 비틀어 말하는 건 아닌가하고요? 

저의 질문이 너무 황당하고 실용 영어를 사용하면서 뭐 이런걸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만, 혹시 이에 대해 선생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thirsty 2009-10-3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본적으로 하신 말씀에 동의합니다. 약간 추가 설명을 하자면,

가정법: 세상을 보는 눈

1. 우리의 일상 언어 생활을 돌아 보면, 모든 사실이 확실하여 "그렇다, 아니다"라고 잘라 말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말하는 사람의 유보적인 태도를 표시하기 위하여 "일 것이다, 일지도 모른다, 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마음 속의 태도[= mood(敍法)]를 나타내 보이는 화법도 많이 씁니다.

2. 현대 영어에서 이 '서법'을 나타내는 문법적 장치는 기본적으로 조동사, 즉 서법 조동사(modal verbs: modal은 바로 위 mood의 형용사형입니다)이며, 그 외에도 부사(probably, maybe, sure 등), 가정법(subjunctive mood: 왜 mood라는 용어를 쓰는지는 이로써 답변이 되었습니다)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법은 그 복잡함 때문에 점점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3. 한편 부탁이나 은근한 명령, 책망 등 껄끄러운 대화의 경우 항상 사실적인 시제를 사용하면 서로간 물러설 곳이 없게 되므로, 영어에서는 대화할 때 이런 경우를 피하기 위하여 '일정한 거리를 두는 화법(distancing)'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로 동사 형태의 변화를 통해 일어나는데, 중요한 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1) 과거시제의 사용
I wondered if you had some time. (이 문장의 진의는 지금 시간이 있냐 하는 것입니다)
Would you mind if I smoked? (Would you가 공손한 부탁으로 들리는 것은 다 이 방법입니다.)
If I were you, I would not do such a thing. (가정법이 기본적으로 이 경우입니다.)
(2) 진행형의 사용
I'm hoping you can lend me some money. (진행형이 단순 시제와 다른 점은 '일시적인 계속'을 나타낸다는 점을 이용한 어법입니다. 바로 단순 현재로 쓰면 '쭉 계속'을 나타내므로 뒤집기가 어렵습니다.)
(3) 과거 진행형의 사용
I was wondering if you had some time. (위 1과 2를 합친 것이니까 2중으로 distancing이 되었습니다.)
(4) 미래 시제의 사용
It will be five dollars. (위 1과 같이 It would be five dollars라고 해도 됩니다.)
(5) 미래 진행형의 사용
Will you be going somewhere this weekend? (만약 상대방이 어딜 갈 계획이 있더라도 그 경우를 진행형, 즉 미래 시점에서 이미 진행 중인 기정 사실로 표현하여, 당신의 결정에 내가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함의를 가집니다.)


* Michael Swan의 책은 체계적인 문법서가 아니라 사전 형태의 참고서이므로, 실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유용합니다. 이왕에 인터넷 서점의 블로그에 있는 만큼, 이 사이트의 메인으로 가서 검색하면 이 책이 나올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며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이야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