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eebie 2009-05-16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정말 대단한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하찮은 질문일 수있지만 어디서도 답을 찾지 못해서 질문을 올립니다.  

도치구문 글을 봤습니다. 거기서 장소/방향의 부사구의경우 도치가 된다고 하셨는데요. 제가 궁금한 것은 장소/방향의 부사구의 경우에만 도치가 일어나는가 하는 것입니다. 2007년도 수능 문제 43번 지문에서 보면 첫문장이 이렇습니다.  

After the snowstorm came thick fog, and in that fog, -  

이 문장에서 After the snowstorm가 장소의 부사구가 아닌데 이 경우 도치가 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장소/방향의 부사구가 아닌 경우도 도치가 가능한지요? 또한, 장소/방향의 부사구가 앞으로 이동한 경우는 반드시 도치를 해야 하는 건지요? 

선생님의 명쾌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thirsty 2009-05-17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법책들은 주어 동사 도치(subject verb inversion)를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장소/방향 부사구'라는 용어를 쓰지만, 사실 '장소/방향'을 2차원 공간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시간'을 포함하는 3차원 시공간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질문하신 문장과 같은 종류인 다음과 같은 문장들도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At last came the moment of the truth. (도치)
The moment of the truth came at last. (정상어순)
At last the moment of the truth came. (부사구 전치)

Three days later came the offer. (도치)
The offer came three days later. (정상어순)
Three days later the offer came. (부사구 전치)

물론 2차원 공간에서도 아래의 셋 다 가능하듯이, 3차원 시공간에서 위의 3종류 문장 모두 적법합니다. 즉, '장소/방향 부사구'가 문두에 나온다고 해서 반드시 도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지요. 이 점은 주어 조동사 도치(subject auxiliary inversion)와 다른 점입니다.
The dog ran away. (정상어순)
Away ran the dog. (도치)
Away the dog ran. (부사 전치)

물론 언제 각각의 어순을 쓰느냐 하는 것은 전체 문맥과 관련하여 더욱 복잡한 고려를 해야 하지만, 그 부분의 상술은 여기 문답의 목적 범위를 넘는 것 같아 생략합니다. 다만 질문하신 문장에서는, 바로 뒤의 'in that fog'와의 리듬을 생각할 때 도치가 훨씬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