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sthesis 2008-03-12  

안녕하세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답변이 안되시면 나중에 보시면 답변 부탁드릴께요.

제가 가끔 방문하는 영어 관련 사이트에서  Who might they wonder he said the fact to ?이 정문인지 비문인지 하는 논란이 있는데 본 서재의 주인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비문이라고 보는 이유는 wonder때문에 who(m) 이 의문사로 앞으로 나갈수 없다.

정문이라고 보는 이유는 wonder의 뜻을 달리 보면 가능하다 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출처는 영어문장구조론 140페이지 (안승신 서진희 공저) 라고 하더군요.

이 책에서는 위 문장을 정문으로 봅니다.

 
 
thirsty 2008-03-1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ho might they wonder he said the fact to _?

위 문장의 문법적 적법성(grammaticality)를 따지는 것은 이 서재에서나 보통 이야기하는 영어공부가 아니라, 비록 영어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언어학(linguistics)’ 공부입니다. 촘스키(Chomsky)의 소위 ‘변형생성문법(transformational generative grammar)’에서 다루는 것이지요. 위는 대학교 언어학과나 영어영문학과의 변형문법 과정에서 ‘복합명사구 제약(Complex NP Constraint)’이나 ‘Wh-섬제약(Wh-island Constraint)’를 배운 사람은 금방 아는 문제입니다. ‘wonder’의 뜻에 따라 어떻고 하는 것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하며, 그냥 ‘궁금히 여기다’는 뜻이지요.

의문문으로 유도되기 이전의 원래 평서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y wondered (that) he said the fact to her.
여기서 ‘her’을 모른다고 가정하면 ‘who(m)’으로 쓸 수 있지요.
They wondered (that) he said the fact to whom.
이제 의문문을 만들면 ‘who(m)’이 문장 맨 앞으로 이동 가능한데, 중간에 있는 ‘(that)’이라는 보문자(COMP: complimentizer. 일단 접속사 비슷하다고 이해하세요)는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Who might they wonder (that) he said the fact to _? ( ‘_’는 원래 있던 자리라는 표시)
따라서 준문장은 적법한 문장입니다.

반면, 다음 문장들은 비문입니다.
* What did they wonder who would win _? (문장 앞의 *는 비문이라는 표시)
이 문장의 평서문을 봅시다.
They wondered who would win the race.
위에서 ‘the race’를 의문사로 바꾸면 ‘what’이 되지만 이는 바로 앞의 다른 의문사 ‘who’(역시 보문자의 일종)에 의해 가로막혀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What have you met the man that invented _? (여기의 ‘that’은 사실 ‘who’를 대신한 관계사입니다.)
*Who do you believe the rumor that John killed _? (동격절: the rumor that)

그 이유는 관계절이나 동격절에서 Wh-구가 이동되었을 때는 비문법적이기 때문이며, 이를 ‘Wh-섬제약(Wh-island constraint)’이라고 합니다. 섬(island)이라는 것은 그 안에 갇혀서 나올 수 없다는 성질을 비유하여 이르는 전문용어입니다. 이를 촘스키 본인은 '하위인접조건(subjacency)- 어떠한 요소도 변형규칙의 적용에 의해서 경계절점(node) 2개 이상을 넘을 수 없다'고 하는 더욱 추상화된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어떤 영어사이튼지 몰라도 언어학 사이트가 아니라면, 이를 올려놓고 설왕설래하도록 하다니 매우 고약하네요.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는, 종전 전통문법의 문제점인 '문법을 위한 문법놀음'보다 더 못된 장난질에 가깝다는 말입니다. 위의 설명이 어렵더라도 그러려니 그냥 넘어가기 바랍니다. 더 깊이 알고 싶으면 변형생성문법에 관한 책, 예를 들어 “한학성, 생성문법론, 태학사” 같은 책을 보면 됩니다만, 전문적인 언어학 책이니만큼 어렵다는 것을 미리 고려하시기 바라며, 의사소통이 목적인 영어공부에는 필요가 없습니다. 말씀하신 ‘영어문장구조론’이라는 책은 본 적은 없지만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역시 언어학 교재로 보이는데, 우리나라 대학 영어교육의 문제 중 하나가 이런 책이 ‘영어학의 전부’인 것마냥 영어교재로 둔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이라든지 전통문법이 아닌, 변형문법으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들이 우리나라 영어영문학과에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지요. 미국사람들이야 언어학을 해도 자기나라 말이 영어이니 영어로 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그걸 배워 와서 '영어'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 필자도 언어학이 주된 관심사가 아닌 만큼 밑천이 다하여, 본 서재의 목적이 아닌 변형생성문법과 관계된 질문은 더 이상 원하지 않습니다. 또한 당분간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올리기 곤란한 사정이지만, 엉뚱한 문제로 속을 썩이는 사람이 없길 바라는 뜻에서 급히 이 답변만 하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