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윙 시즌 1~7 풀시즌 박스세트 (45disc) - [할인행사]
루 안토니오 외 감독, 앨리슨 재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1999 9 미국 NBC TV에서 시작한 주간(週刊. ‘weekly’ 뜻이며, 주로 오후에 하는 ‘soap opera’ 뜻하는 주간(晝間)’ 착각하면 안된다) 정치드라마 West Wing 7번째 마지막 시즌(미국에서는 2005 9 말에서 2006 5월까지 방영되었다) 구정 연휴에 DVD 보았다. DVD 덕분에 7년물을 미국인들처럼 7년을 기다리지 않고 개월 만에 다보다니 세상 좋아졌다.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를 포함하는 사무동(事務棟)인 West Wing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통해 미국의 정치, 사회, 문화를 엿보는 것은 원래 극의 흥미진진함에 다른 재미를 덧붙여 준다. 예를 들어 바틀렛(Bartlet)대통령은 미국의 수능시험인 (예전) SAT에서 800점 만점인 Verbal 790점을 맞고도 다시 시험을 보았지만 역시 790점을 받았는데 뭘 틀렸지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 샘 시본(Sam Seaborn) 공보실 차장과 조쉬 라이먼(Josh Lyman) 비서실 차장이 백악관에 견학온 학생들을 상대로 지금은 없어진 종전 SAT Verbal Analogy를 이용한 설명을 하는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면 미국인 식자(識者)들 사이에서 SAT 수험기는 우리나라 남성들의 군대 이야기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아닐까? 등장인물의 강한 개성은 보는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인물을 달리 꼽게 한다. 필자는 유태인 공보수석(Communications Director) 토비 지글러(Toby Ziegler) 순수성 또는 외골수를 좋아한다.

 

대부분에서 백악관 비서실장(Chief of Staff)으로 나온 Leo McGarry(John Spencer . 사람은 영화 (The Rock)’에서 FBI국장 역으로 나왔으며, 우리나라 TV에서 얼마 전에 방영된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Presumed Innocent”에서 동료 경찰로 조연한 바도 있다) 6번째 시즌에서 치명적인 심장마비를 일으켜 비서실장 역을 하차하고 대변인이던 CJ Cregg에게 직을 물려준 있는데, 1 후인 2005 12 실제 심장마비를 일으켜 당년 58세를 일기로 마지막 7번째 시즌에서 부통령 후보로 출연 사망한 일도 있었다

 

7년치 총 156회로 이루어진 에피소드(episode) 중 마지막 7부의 한 episode는 몽땅 대통령 후보인 민주당의 매트 산토스(Matt Santos)와 공화당의 아놀드 비닉(Arnold Vinick) 간의 토론으로 이루어진 것도 놀랍고, 라틴계 후보인 매트 산토스가 인종적인 불이익을 딛고 일어서는 것도 신선하며, 떨어진 상대방 후보 아놀드 비닉을 국무장관에 임명하고 비닉이 이를 수락하는 것도 재미의 한 요소.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영화 내용의 상세한 지상(紙上) 소개는 글의 목적이 아닌지라 이쯤 해두고(Do you really want to be a spolier?) , 가지 심히 거슬리는 번역을 짚어보고자 한다. 화면이 계속 바뀌는 시간 제한 때문에 외화의 번역에서는 생략이 불가피하므로 그런 것이 목표가 아니라 엉뚱한 용어 번역을 들어보려 한다. 미리 말해두지만 가끔 나오는 이런 이상한 번역만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이 영화의 번역 수준은 보통 수준 이상을 넘기에 시청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1. “기자들은 야외행사를 가질 거야.” (The press will have a field day.)

언론이 살판 나겠구먼/ 만나겠군.”

‘field day” 18세기 영국의 군대에서 야외훈련일이란 유래를 가지지만 요즘은 신나는 행사가 있는 흥분된 하루(A day of excitement or a circumstance of opportunity)’ 정도의 뜻으로 쓰인다.

 

2. ‘해병대사령관이 기다리십니다.” (Marine One is waiting.)

“(해병대) 헬리콥터 1호기가 준비되었는데요.”

미국 대통령이 타는 전용기를 공군 1호기(Air Force One)’라고 하듯이, 미국 대통령이 비교적 단거리 이동에 이용하는(예를 들어 Camp David ) 전용 헬리콥터는 미국 해병대에서 운용하므로 ‘Marine One’이라고 한다. Sikorsky VH-3D(영화에 나오는 기종이다) VH-60N Presidential Hawk 사용되며, 해병대 이관 이전 미국 육군이 임무를 맡고 있을 때는 당연히 육군 1호기(Army One)’ 불렸다.

 

3. (극의 5부 The State of the Union과 관련하여) the Union: 연합 또는 남부 (미국) 연방

또는 미합중국 또는 북부

미국이 스스로를 'the Union'이라 부른 것은 독립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가며남북전쟁 당시 연방에서 탈퇴한 남부를 가끔 '배반자들(the Rebels)'이라고도 한다. 물론 남부사람들에게는 북부가 배반자들이겠지만. 이 남부 11개주 연합의 정식명칭은 'the Confederate States of America’ 또는 줄여서 'the Confederacy'이고 북부는 계속 'the Union'이라 칭하는 것. 사정이 런데도 the Union 남부 번역한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고,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건배하면서 외치는 "For the Union!"은 "우리의 연합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합중국을 위해!"가 적절하다.  한편, 미국 대통령이 매년 1 20 상하원 연석회의장에서 발표하는 ‘The State of the Union Message (or Address)’ '미연방의 상태에 관한 보고'라는 뜻을 가지며, 1790년 George Washington 대통령이 시작하였고, 미국 헌법상에 규정된 제도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통령 회견이 있는데, 6, 70년대 권위주의적 시절에는 이를 '대통령 연두교서(年頭敎書)'라는 군주적인 이름으로 부르다가('교서'란 임금이 백성을 가르치는 글 아닌가?), 후일 '국정(國政)연설'로 바뀌었는데, 이 '국정'이란 용어가 'the State of the Union'의 적당한 번역으로 보인다  

 

4. (극의 후반 안보 부보좌관(Deputy National Security Advisor)으로 나오는 Kate Harper(Marry McCormack ) 부르면서) “사령관!”) (Commander!)

중령!”.

commander 단어에는 물론 사령관/지휘관이라는 뜻이 있기에 미국의 대통령을 최고사령관이란 의미에서 ‘Commander in Chief(CINC)’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당사자인 케이트 하퍼가 극중에서 미국 해군 중령 출신이기에 전직 직위로 부르는 . 미국의 계급이름은 육군, 공군, 해병대가 같지만 유독 해군만 다르기에, 다른 군의 ‘lieutenant colonel’ 해군에서는  ‘commander’ 되는 것이며, 영국 해군 출신의 007 James Bond 극에서는 가끔 군의 계급인 ‘commander’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5. (극의 7부에서 CJ Cregg 가리켜) “보좌관” (Chief of Staff)

앞에서는 ‘(백악관) 비서실장이란 제대로 용어로 나오더니 7부에서는 갑자기 보좌관(advisor)’으로 바뀐 것으로 보아 번역자가 바뀌었다고 추측할 있다.

 

6. 극의 7부에서 사망한 리오 부통령 후보의 백악관 비서실장 시절 비서로 일했던 '마가렛'을 보고 번역자는 리오의 딸인 '말로리'로 착각하여 계속 '말로리'라고 한다. 역시 바뀐 7부의 번역자가 극 전체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게 해주는 점이다.

 

7. (극의 7부에서) “() 서기관” (Secretary of State)

국무() 장관

우리나라의 외교부에 해당하는 미국의 연방 행정부서가 국무부(Department of State)”이고, 수장(首將) '국무()장관(the Secretary of State, SecState)'이다. 미국 중국의 핑퐁외교로 유명한 키신저(Henry Kissinger)박사가 바로 국무장관이었고, 지금은 흑인계 여성 콘돌리자 라이스(Condonleezza Rice) 역을 맡고 있다. 국무부 일이 밑도 끝도 없는 복마전(伏魔殿)같다는 데서 ‘Foggy Bottom(안개가 자욱한 바닥)”이란 별칭도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서울시가 영예스럽게도(?) ‘복마전이란 명칭을 갖고 있었지만.

 

 

평자가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위의 것들은 영한사전을 한번 들춰보든지, 인터넷만 한번 클릭해도 충분히 확인이 되는데, 이런 실수가 나올까? 생각은 이런 DVD(VCR Tape 마찬가지) 번역의 역자(譯者) 이름이 나오지 않는데 있고, 근본원인은 장사 속에 치우친 저급한 문화 풍토 있다고 본다. 누가 자기 이름도 나오지 않는 싸구려 번역에 정성을 쏟겠는가? 재미삼아 이런 외화를 제작 소개하는 회사의 내부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자. 웨스트 윙처럼 직배하는 DVD의 경우는 조금 사정이 다르겠지만 그냥 그렇다고 해보자는 것.

 

 

사장: 그런데 이번 DVD 손익이 어떻게 ?

담당: 그게, 워낙 판권료(版權料) 비싸서그렇다고 깎자니까 쪽이 싫어할 뿐더러, 다른 회사들이 덤벼듭니다. (그럼 사장님이나 나나 이상 못하지요.)

사장: 그럼, 다른 줄여야지.

담당: 제작, 유통에 드는 비용은 줄일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질을 떨어뜨려서라도 최소로 하고 있으니까요.

사장: 그럼, 어디서 줄일 있나?

담당: 그게, 글쎄요. 홍보비용은 워낙 쓰지 않으니까요. 줄인다면 되지는 않지만 한글 번역 값을 줄여볼까요?

사장: 그러지, . 요새 취직은 안되고 딴에 영어깨나 한다고 설치는 놈들 많잖아? 절반쯤 줄여보지. 어차피, 지들 이름도 나올 거잖아? 그렇다고 그거 알아듣고 따질 놈도 없고, 따져봤자지, 그래?

담당: 역시, 사장님 혜안은 따라갈 사람이 없습니다. 지당하신 말씀, 존명(尊命)!

 

 

씁쓸한 이야기지만, 이보다 한심한 것은 이런 고급 외화를 보고도 정신은 외면하고 따라 한다는 짓이바틀렛 대통령이 재선도전을 발표하는 TV 회견 장면을 흉내내어, 연설할 때 주머니에 넣고 잡은 것밖에 없는 이도 있어 더욱 나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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