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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을 위하여
정진주 외 지음, 사회건강연구소 기획 / 소이연 / 2017년 11월
평점 :
노동안전건강 분야에서 애써온 활동가 네 명의 삶을 담았다.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활동가들의 생애사'가 부제이고,
책 표지엔 '역사와 전기의 교차점 찾기'라는 글귀도 적혀 있다.
그 말 그대로, 그들의 삶을 돌아보며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을 돌아본다.
많은 지표가 과거보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드러내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건강과 안전이 성장과 이윤의 가치 아래 묵살당하고 있는 현실.
경제 성장만이 유일한 목표였던 때는 핑계라도 있었지, 이제는 또 무슨 핑계를 댈텐가.
다행인 것은, 분명 나아지고 있다는 것.
그 방향성에 의의를 두고 싶다.
정부의 발암물질 관리체계를 바꾸게 되기까지, 팔다리가 잘리거나 피가 튀어야만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던 현실에서 근골격계질환 등을 산업 재해로 인정받기까지 등등, 그 과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피자배달 30분제나 마트 직원에게 의자를 놓기까지 등도.
이미 죽은 사람을 어쩌겠냐며, 세상을 떠난 사람을 두고 투쟁하는 것을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그렇기에) 산재 판결과 보상은 고인의 유언처럼 "돈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어떤 노동을 했는지 그래서 그 결과 어떤 병에 걸렸는지 인정받는", 즉 자신의 존재와 삶을 인정받는 문제이다."
또한, 노동은 곧 삶과 직결되어 있고, 설령 노동과 무관한 사람이 있다 해도 그 누구의 삶도 완벽하게 독자적인 것은 없기에, 우리 모두를 위하여 모든 노동현장과 그곳의 생명들은 그 존엄이 지켜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생명까지도.
"(그럼에도) 우리가 하는 운동은 노동자가 자기 몸과 생명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자기결정권은 인간과 인간관계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인간과 관계 맺는 모든 생명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누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 관계 맺음이 되어야 한다."
특별한 보상 없이 활동가로 살아온 분들에 대한 존중이자 지지로서 기획된 책이라고 머리글로서 밝히고 있으나, 낯간지러운 내용은 없었다.
김신범 활동가가 자신의 "타협과 실패, 무지와 실수, 혼란, 무능 등 남에게 털어놓기 부끄러운 일들에 대해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과오를 인정하는 말이자, 그것을 승화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동이 전해졌다.
행여, 머리에 띠를 두르거나 핏대 높여가며 소리지르는 활동가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에 등장하는 활동가들 또한 처음엔 집회나 시위를 거부하던 사람들이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어떨지.
나는 이들을 시위 현장으로 뛰어들게 한 것이 참을 수 없는 '연민'과 '정의'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결국, 이들의 생애를 통해 노동현장에서, 아니, 우리 모두의 삶에서 정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노동자 자신이 직접 투쟁할 줄도 알아야 하며,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의 운동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어떤 사람도 예외없이 한 배를 탄 사람이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결국, 연대다.
"자기 일터만 알았던 사람들이 다른 공장에 조사도 함께 하며, 연대의 폭이 넓어졌다. 사고의 폭도 넓어졌다. 더 중요한 깨달음이 퍼져 나갔다. 바로 노동건강권 문제는 더 이상 전문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가 자신의 노동과정에 대한 전문가라는 인식 말이다."
나는 아래의 '연구소'라는 단어를, 나도 모르게 '나'와 '우리'로 대체해서 읽고 있었다.
"운동성이라는 것은 우리 내부에서 생기는 것만이 아니라 관계하는 대상들과 여러 주체들과 우리 속에서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그러니 앞으로 우리 연구소의 생존은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이냐에 달린 것 같아요. 더 건강한 세력들, 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그들을 찾아가고 그들 속에 있으려고 하고 그런 식으로 가다보면 우리 연구소가 좀 오래 갈 수도 있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지요."
<결국 사람을 위하여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활동가들의 생애사) - 사회건강연구소 기획, 정진주, 김향수, 박정희, 정영훈, 진현주 지음/ 소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