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인 책이지만 좋았다.
잘 아는 사람에겐 의미없을테지만,
대강은 알지만 정확히 모르거나, 알고 싶은데 복잡해서 미뤄뒀던 사람에겐 충분히 도움이 될 듯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되었던 곳이 좋아지면서 중상류층이 유입되고, 상승한 임대료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이 그곳에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선진국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베트남·인도네시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도 정부 주도 개발정책의 여파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3차 산업혁명 이후 새로 생긴 신중산층과 그들의 삶의 양상 때문이라는 시각과
지대 격차(토지와 건축물에서 얻는 이윤 사이의 격차)가 그 원인이라는 시각이 둘 다 소개되고 있다.
책은 이들 모두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주거/상업/문화·예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나뉘는데,
인간적 요소(낡은 동네를 예쁘게 꾸밀 수 있는 예술가의 재능)와 구조적 요소(지대격차)가 만나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를 일으키는 주체로서 구분하면 개척자/개발자/신축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나뉘어지며,
속도와 과정으로 구분하면 점진적/급진적/포용적 모델로 구분된다.
점진적/급진적 모델이 각각 개척자/개발자에 의한 것이라면,
마지막 포용적 모델은 실제 있는 현상이라기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바람직한 유형을 연구하며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곧 젠트리피케이션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거나, 혹은 무조건 배척할 필요없이 잘 관리하면 된다는 생각이 숨어있는 것으로 책은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시각으로, 긍정론도, 부정론도 있지만,
책은 균형론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예술가, 창의적 상인, 건물주가 함께 공생하는 관계를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이 합심해 대안을 마련하고 상생해야 한다는,
재개발이 아닌 인간 중심의 '재생'이 이뤄줘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며,
서울 성수동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미리 주목하고, 시민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니,
주목할 만하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에게도 넉넉히 도움이 되는 책이어 반갑다.
<젠트리피케이션 무엇이 문제일까?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50) - 정원오 지음/ 내인생의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