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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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고슴도치 이야기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웃음짓게 하는데, 심지어.. 

그 안에 철학이 있다!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 망설이기만 하는 고슴도치.

동물친구들을 초대할까, 말까, 부른다고 올까, 와도 나쁜 일만 일어날거야 생각만 거듭하고,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가을에 시작된 고민은 끝날 줄을 모르고.. 어느 날 다람쥐가 찾아온다.

다람쥐와 만난 후, 고슴도치는 행복한 겨울잠에 빠진다. 


사랑스럽고, 미소 짓게 하는 우화. 

상상 속에 너무나도 예쁘게 그리고 만 고슴도치와 그의 친구들, 

이미 웃고 있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전술했듯, 그 안에 담긴 철학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온다. 


"이런 일은 하루에도 백 번씩 일어났다. 내 생각은 자꾸 바뀌기만 해. 원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럼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아무말도 할 수 없어."

"하지만 난 정말 외롭지 않은데? 나에겐 내가 있잖아? 나 자신이랑 이야기 나눌 수도 있는데? 나 자신을 볼 수도 있잖아? 또 나는 언제나 존재하잖아?"

"나 자신...... 고슴도치는 생각했다. 나 자신. 그게 뭘까?"

"존재하지 않는 게 뭔지 알아? 잠시 후야. 잠시 후는 존재하지 않아. 오직 현재만 존재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데 '아무것도'가 뭔지도 모른다."

"마침내 뭔가 알게 된다 해도 다시 모르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사실만은 잘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사실은 아무도 오지 않길 바란다는 사실을 깨달으려고 누군갈 초대하려 했는지도 몰라. 고슴도치는 생각했다."

달팽이의 소중한 벗 거북이는 말한다. "나는 너무 빨랐어. 너무너무 빨랐지."


고슴도치는 제 가시를 약점으로 생각했으나, 폭풍에 가시로 대항하겠다 다짐하며 깨닫는다. 

"비록 고슴도치는 버팀목의 의미는 몰랐지만, 그의 가시는 그에게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었다."


책의 무게를 짐작하지 못한 초장에는, 으음, 이 귀여운 고슴도치는 인간은 어울려 함께 살아야만 한다고 말해주려나, 짐작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고, 그래서 반가웠다. 

무엇을 읽든 옳다. 우정이든, 행동이든.

얼마나 아름다운 우화인가. 다양한 것을 읽어낼 수 있는 이야기라니.

나는 자기를 찾아가는 법으로 받아들였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도 아니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도전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고. 

남들이 모두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할 필요는 없다. 싫어하면 그뿐. 

다만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게 진짜 감정인지 나를 탐구하는 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  


고슴도치가 너무 귀여워서 읽는 내내 살며시 미소를 짓고 봤는데, 

예상치 못한 큰 웃음을 터뜨린 건 이 대목이었다. 

"고슴도치는 방을 이리저리 걸으면서 그가 아는, 그리고 그를 찾아올 동물들을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가 모르는 동물도, 그리고 아마 아주 오래전에 멸종해서 올 수 없을 동물들도 생각했다."

아, 나를 보는 듯하다. 일어날지 모르는 일을 걱정하다가, 결국 일어나지 않을 일까지 걱정하는.

인간의 걱정은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법. 자학은 안하겠다. 다만, 적당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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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D 2017-09-1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고슴도치 이야기다! <--첫 문장부터 격하게 공감합니다^^
책의 내용보다 이 리뷰가 훨씬 좋은 것 같아요^^

brokenletter 2017-10-25 00:07   좋아요 0 | URL
아이고, 답이 늦었네요.
잘 읽어주셔서 정말 영광이고, 감사드립니다!
일부러 달아주신 댓글도 정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