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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나르시시스트 - 집, 사무실, 침실,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괴물 이해하기
제프리 클루거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평점 :
첫장부터 도널드 트럼프를 까는데 장난아니다.
그의 사진 촬영 포즈를 빗대 "유인원이 건강함과 생식기를 자랑하는 모습이나 다를 바 없다"고 까지.
한국이라면 블랙리스트 맨 첫줄 당첨! 아니, 출판도 안되려나.
"모든 사람이 특별하다면 사실 아무도 특별하지 않은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특별하다 생각한다.
저자는 이것이 아이들의 선천적 성향이라고 말한다. 그 순진한 자신감이 엄청난 자만심으로 발전할 때가 문제.
미국인들이 자기애에 빠져들게 된 시점을 콕 짚을 순 없다고 말하면서도, 저자는 2006년쯤으로 추산한다.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당신"을 선택했던 그 때.
(당시 타임지 표지에는 반사되는 필름을 부착해 기사 취지에 맞게 손거울 역할을 하도록 했다는데, 이 책의 표지도 그걸 따라한 듯.)
진짜로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일반 대중의 1퍼센트에 불과하며, 정상적인 범위 내의 성격을 오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책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기애성 장애는 과장된 자의식, 충족시킬 수 없는 존경에 대한 갈증,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전면적일 정도의 무지라는 세 가지 증상이 위험하게 결합된 형태이며, 공감 능력의 결여도 그 특징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피해를 주고도 타인이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인정, 관심, 영광, 보상에 대한 채울 수 없는 욕구에 시달리고,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면 위축되고 분노를 느낀다.
성격장애(편집성, 경계선, 연극성, 반사회성, 의존성, 회피성, 강박성, 분열성, 분열형, 자기애성)는 다른 불안 증상과 다르다.
전자는 자아 친화적, 후자는 자아 비친화적이어서, 불안 증상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이 심리적 문제라고 생각하며 변화하고 싶은 마음으로 병원을 찾지만,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도, 고쳐야 할 필요성도 인지하지 못한다.
진화의 관점에서 아기들은 생존을 위하여 이기적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관건은, 성장하며 변하느냐, 변하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
유전적 요인에 대해선 이견이 많고, 다음으로 주목하는 것은 양육이다.
가면 모델에 의하면, 나르시시스트는 오히려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해서, 그 감정을 감추기 위해 자기애적인 행동을 취한다고 한다. 부서진 자부심은 선천적이라기보다 고통스럽게 학습한 것이며 영구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부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오히려 그들이 너무 많은 칭찬과 박수를 받으며 자라서, 그들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을 접하면 놀라게 되는 것이라고.
또한 부모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칭찬은 많이, 사랑은 적게) 때문에 특권의식과 가면 모델 보상 심리를 모두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양육방식은 이전부터 쭉 있어왔으나, 더해가는 아동 보호 및 개인에게 보다 집중하는 문화 확산으로 나르시시스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관계의 초기 영역에서 그들은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그들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유머 감각, 활기.
효과적인 인상 관리에 필요한 네 가지 자질(자기 홍보, 아첨, 애원, 위협)은 그들의 기본 보유 능력.
그러나 이기주의, 자기중심주의, 무신경함이 드러나는 인내 영역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직장에서 그들은 포기보다 속임수를 택하고, 요란한 성공만큼이나 요란한 몰락을 맞이하기도 한다.
나르시시스트의 오만함, 속임수, 과시욕, 다른 사람의 공로 부정, 자기 고양적 편향(책임 회피) 등은 몰락으로 가는 요소가 된다.
이 성향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기까지 하므로 집단에서 더 위험하다.
이들을 잘 활용할 수도 있다. 적당한 칭찬과 새로운 업무 부여로, 그들은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거짓 인상은 들통나고, 상사들도 그들의 성향을 배려하는데 진절머리를 낸다고. 안타깝다.
나르시시스트의 탐욕, 쾌락주의, 자존감, 공감 능력 부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연애의 세계다.
매력적인 첫인상을 주는 나르시시스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본색을 드러낸다. 연인의 감정을 인지하지 못한다. 관심도 없다.
자신을 추켜세우기 위한 거짓말을 하고, 늘 더 나은 짝을 찾고 싶어 한다.
그들의 짝이 되려면, 경제력, 외모, 권력 등 즉시 눈에 띄거나 수치로 산정할 수 있는 가치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가면 모델은 그들의 강박적 유혹이 오히려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의한 것이며, 자기 혐오적 행동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타인에게 거부당하면 누구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나르시시스트의 경우는 정도가 심하다. 그것이 부당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들이 갈망하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경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고, 극히 일부지만 스스로 행동을 바꾸고자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체로는 파국이라고.
나르시시스트를 통렬하게 분석해 야박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긍정적 요소를 찾을 수 있기도 하다.
그 성향 덕분에 대통령과 같은 무시무시한 권력도 탐할 수 있게 된달까.
나르시시스트의 범주를 확대해 적용하면, "집단의 자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의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형태는 홀로코스트나 전쟁 시 민간인 학살 등.
집단학살을 할 정도의 상태에 도달하려면 다른 집단에 대한 비인간화, 혐오감 형성, 극도의 공포나 분노 형성이라는 3단계를 거친다.
그 외 "사형수와 할리우드 스타" 꼭지도 있다.
저자가 후기에서 주는 "유용한 교훈"은 이렇다.
주변의 나르시시스트건, 자기 안의 나르시시스트건, "두 경우 모두 징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 큰 도움이 된다."
나이든, 남이든, 나르시시스트를 발견한다면,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경계하며 통제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은, 살아가는 지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