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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평점 :
맺힌다는 게 어떤건지 아십니까? 자, 여기 술잔을 잡아봅니다.
규호가 헛손질을 하다가 겨우 술잔을 잡았다.
여기에 왜 맺히는지 압니까? 이것은 온도 차이 때문입니다. 나는 차가운데, 바깥은 차갑지 않아서, 나는 아픈데, 바깥은 하나도 아프질 않아서, 그래서 이렇게 맺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요, 술을 마십니다. (김중혁 단편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중에서)
오늘, 여기 대한민국에는 아파서 맺힌 사람들이, 진짜 찐한 포옹이 필요한 사람들이 한 가득 있다. 작가의 시선은 어느 한 사람도 놓치고 싶지 않은 듯 예리하여 따가우면서도 지나고 나면 그 주변을 따뜻하게 감싼다.
포르노 배우도 외롭고, 포르노 기획자도 외롭고, 그녀의 벗은 모습을 바라보고 엄지 척을 눌러주는 남자들도 외롭다.(‘상황과 비율’)
한물 갔지만, 반물은 켤 수 있는 아이돌 가수도, 그녀를 뒤따르는 고등학생들도(단편 '픽포켓'), 알콜중독자도 모두('가짜 팔로 하는 포옹').... 진짜 포옹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을 아무리 따라다녀도 그 곳에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를 외롭게 하고, 희망 없는 상황 속에 내던져 버린 것은 누구인가?
‘보트가 가는 곳’에는 어느 날 정체모를 비행접시들이 땅에 구멍을 뚫고 사람들은 그 구멍 속에 빨려 들어가버린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구멍을 피해 줄지어 한 방향으로 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데. 아무도 모른다. 이것들이 무엇인지, 이것들이 요구하는 대로 걷는다고 그 길의 끝에는 안식처가 있을지 없을지도... 구멍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뒷사람의 발뒷꿈치를 보며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발길을 내딛을 밖에.
현재 대한민국 상황에 대한 함의가 아닐는지.. 제 역할을 못하는 언론, 국민들을 사지로 모는 듯한 정부... 어쩔 수 없이 하루 하루 힘들게 사람들 가는대로 같은 길을 걸어야만하는 국민들은, 이 길 끝에 행복이, 안식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하지만, 작가가 절망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가까워지는 건지, 멀어지는 건지 애매한 느낌이지만, 끈질기게 내 손안에 착 감기듯 들어와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꿈꾸는 따뜻함, 행복이라 부르고 싶은 그런 것들이...(요요)
김중혁 단편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상황과 비율/픽포켓/가짜 팔로 하는 포옹/ 뱀들이 있어/ 종이 위의 욕조/ 보트가 가는 곳/ 힘과 가속도의 법칙/요요’ 수록.
맺힌다는 게 어떤건지 아십니까? 자, 여기 술잔을 잡아봅니다.
규호가 헛손질을 하다가 겨우 술잔을 잡았다.
여기에 왜 맺히는지 압니까? 이것은 온다 차이 때문입니다. 나는 차가운데, 바깥은 차갑지 않아서, 나는 아픈데, 바깥은 하나도 아프질 않아서, 그래서 이렇게 맺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요, 술을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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