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임승수의 마르크스 자본론 강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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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마르크스, 너무 유명해서 한번 읽고는 싶었는데 뭘로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쉬운 마르크스’ 라고 검색했던가, 아무튼 그렇게 접하게 되었는데 과연 난이도도 괜찮아서 하루 이틀 정도면 다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지도 않다. 자본론에서 말하려던 것들을 충실히 알려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끊임없는 경쟁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우리가 속해 돌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이해하고 산다면 그래도 삶에서 어떤 방향을 추구해야 하는지 감을 잡으며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고되지만 연봉은 안 올려주는 회사에 신물이 났다면. 그래도 좋은 학교 가서 대기업 들어가라는 친척말이 지긋지긋하다면. 돈 보고 결혼을 결정하려 한다면. 이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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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안 하는 궂은 일 해줘서 고맙다, 이런 것까지 필요없어요. 그냥 돈 받으니깐 하는 거예요. 그냥 다른 직업처럼 그렇게 생각해 주는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청소부든 그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필요한 태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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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30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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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하지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읽은 후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도 잘 모르지만 일단 기록을 남겨본다.

소설 속 문지혁은 미국에서 석사를 마친 후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가 된다. 한국어를 처음 배운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는 너무도 서툴어 웃음이 터져나온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긴 하지만 어디 붙은지도 모를 나라에서 온 문지혁의 외국인 노동자 신분과 “끔찍한 실수 투성이”인 한국어를 구사하지만 시민권자인 학생들, 먼저 어학연수를 떠나 문지혁의 질투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지혁이 강사를 한다는 말에 어색해진 친구 W, 군대에선 반말했던 2살 위 형에게 사회에서는 존대하는 관계 등,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엎치락 뒷치락하는 관계 속에서 겉으론 “선비”같지만 속으론 치열하게 제 갈길을 찾아가고 있다.

소설이란 무얼까, 또 왜 쓰는 것일까.

제임스 설터의 말처럼 ‘남들에게 존경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칭찬받기 위해, 널리 알려지기 위해 101p. -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소설을 쓴다는 건 일종의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버튼을 누르는 행위이며 그 순간주터 우리의 삶과 소설은 둘로 갈라져 다른 이름으로 저장된다. 184.- 고 말한다.

소설을 쓰는 상상을 해봤다. 다 읽은 책을 어떻게 덮었고, 어디에 두었으며 어떻게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먹으러 부엌으로 향했는지 알알이 머릿속으로 더듬었다. 그리고 하나하나를 살피게 되었다. 일어나는 동작, 머리속으로 떠오르는 생각들, 그릇을 챙기는 행위 따위가 모두 의미를 갖게 되는 것 같다. 그 전까진 별 생각없이 수동적이고 무관심하고 무의미한 시간- 크로노스 127p. 이 지나갔다면,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카이로스-질적이고 특별한 시간, 구별되고 이질적이며 의미를 지닌 시간 이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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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의 배신 - 왜 가전제품은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키지 못했는가
김덕호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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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의 배신- 왜 가전제품은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키지 못했는가.

도서관에서 그냥 손이 가는 바람에 집어왔다가, 대충 훑어보니 생각보다 학술적인 느낌이어서 쉬이 펼쳐지진 않았다. 그러다 한번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게 잘 읽었다.

가정일에 매이게 되면 될수록, 이 일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졌다. 다른 이들은 척척 잘만 해내는 청소 밥 설거지 육아를 왜 나는 이렇게 못하고, 그게 싫을까 하는데서 이쪽으로의 독서가 출발한 것 같다. 게다가 점점 내 위치를 기존의 ‘하녀’ 에 비춰보면서 ‘여성’ 이란 개념을 사회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하녀’와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되면 될수록 참담했다.
전통적으로 성별분업을 하며 살아온 줄 알았고, 이런 상황들이 그저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런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성별 분업이 명확히 이뤄진 게 고작 산업화 이후라는 얘길 듣고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알고 싶던 참이었다.

세탁기 밥솥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이 나오면서 여자들 살기 좋아졌다는 말은 살면서 몇번 들은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음식 장만을 위해 남성들이 하던 고기 다듬던 일은 정육점에 완전히 넘어갔고, 나무 하기, 장작패기, 물 길어오기 등의 일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반면 기타 허드렛일이라 여겨지던 나머지 집안일들은 고스란히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 중산층 이상의 집안에서 가내하인이 처리하거나 외주를 주던 세탁, 요리, 청소, 설거지 육아 등은 가내하인에 대한 인식이나 처우가 나빠지면서 하인을 하려는 사람이 점차 줄어 사라져버렸고 그 남은 일은 온전히 주부가 떠안게 되었다. 그에 상응하는 월급이나 인정은 없는 채로.


그렇다면 세탁기는 정말 배신을 한 것일까.
세탁은 집안일 중에서도 가장 고된 일에 속했다고 한다. 온가족의 빨래를 쭈그려 앉아 비비고 빨면 하루가 꼬박 걸렸고, 종일 그 자세로 하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는 증언이 많다. 예전엔 옷이 많지도 않았고 그리 자주 빨지도 않은 반면, 위생 개념이 바뀌면서 요즘은 매일 입었던 옷을 빤다. 세탁 빈도는 그에 따라 늘어났기 때문에 세탁에 들이는 시간은 결국 연간으로 계산해보면 전혀 줄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세탁기는 빨래를 분리하거나, 자동으로 널고, 마르면 다림질을 하거나 개어 옷장 속에 넣는 일까지 해주진 않는다. ‘전기하인’으로 인정하기엔 상당히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나, 가정과학 연구자들은 하인을 쓰지 못하는 환경을 대신하고 여성들도 맞벌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집안일의 외주화를 생각해 내기도 했다. 이를테면 요리는 ‘배달음식’이나 공공주택의 공유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다. 당시로선 너무 파격적 주장이어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지금 둘러보면 어느정도 우리 생활에 많이 녹아있는 모습이긴 한 것 같다. 하지만 배달 음식으로 매 끼니를 먹는 것은 여전히 파격적이다. 하지만 상상해볼 순 있을 것 같다. 매끼니 배달음식을 먹고, 모든 빨래는 세탁소에 맡긴다면, 장보기 노동, 재료 소분 및 정리, 요리, 설거지, 세탁(분류, 넣기, 널기, 거두기) 노동이 사라진다. 그에 따라 집에 냉장고, 식기세척기, 세탁기, 건조기가 필요 없어진다. 그리고 해당 노동에 대한 댓가를 무료 노동에 의지하지 않고 전문가(요리사, 세탁소)에게 정당히 지불하게 될 것이다. 요즘엔 청소나 정리정돈까지도 외주를 줄 수 있다. 육아도 어린이집이 잘 되어 있어 외주가 가능하다. 완전히는 불가능하겠지만.


아무튼 집안일은 산업화 이후 여성의 그림자노동에 기대어 왔으나, 부부간의 평등한 업무 분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들로 인해 부부간의 갈등, 젠더 갈등이 첨예해지는 것 같다. 가전제품이 진정한 전기하인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엔 아직 요원해보인다. 그렇다면 부부간 싸우지 말고 모든 것을 외주화 시키면 어떨까.
그러면 어느정도 해결이 될 것 같다. (육아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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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용감한 기록
봄날 지음 / 반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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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가 여러 사람들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라 호흡이 짤막하다면,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은 한 사람만의 에세이로, 쉽게 쓰여진데다 에피소드가 다양해 빠짐없이 읽게 되지만 작가의 20년 세월을 담은 만큼 비교적 호흡이 길다. 그러나 그만큼 성매매 피해자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0년 세월의 일들이 최근 20일간의 일처럼 작가는 상세히 기억하고 기록했다. 선불금에 지각비가 30분에 2만원, 결근비가 50만원, 그리고 외모를 비하하며 비싸게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홀복값 구두값, 택시비, 화장품비, 밥값, 사우나비 떼니 일을 아무리 열심히 그곳을 벗어날 수 없는게 당연했다. 업주나 마담을 엄마 아빠로 부르며 폭력이 폭력인지도, 부조리가 부조리인지도 모르고 살았던 그녀의 젊은 날들을 누구에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

길 하나 건너면, 푸른 잔디가 반겨줄 수도 있는데, 그 밖에서 사는 방법을 잘 몰라 벗어나지 못하고, 나왔다가도 되돌아가곤 하던 그녀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다가도, 내가 처한 부조리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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