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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용감한 기록
봄날 지음 / 반비 / 2019년 11월
평점 :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가 여러 사람들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라 호흡이 짤막하다면,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은 한 사람만의 에세이로, 쉽게 쓰여진데다 에피소드가 다양해 빠짐없이 읽게 되지만 작가의 20년 세월을 담은 만큼 비교적 호흡이 길다. 그러나 그만큼 성매매 피해자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0년 세월의 일들이 최근 20일간의 일처럼 작가는 상세히 기억하고 기록했다. 선불금에 지각비가 30분에 2만원, 결근비가 50만원, 그리고 외모를 비하하며 비싸게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홀복값 구두값, 택시비, 화장품비, 밥값, 사우나비 떼니 일을 아무리 열심히 그곳을 벗어날 수 없는게 당연했다. 업주나 마담을 엄마 아빠로 부르며 폭력이 폭력인지도, 부조리가 부조리인지도 모르고 살았던 그녀의 젊은 날들을 누구에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
길 하나 건너면, 푸른 잔디가 반겨줄 수도 있는데, 그 밖에서 사는 방법을 잘 몰라 벗어나지 못하고, 나왔다가도 되돌아가곤 하던 그녀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다가도, 내가 처한 부조리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