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아파트, 집 짓기의 정석 - 국민 건축가 이현욱 소장이 알려 주는
이현욱 지음 / 이집소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땅콩집 이현욱 소장의 책이 또 나왔다.

이번 책은 땅콩집 뿐 아니라 그냥 자기 집을 지을 사람이 참고하기 좋다.

적은 비용, 작은 집을 강조한다. 되도록 많은 이들이 자기만의 단독주택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대신 작지만 큰 집을 짓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소개한다. 서까래를 없애 옆집과의 불필요한 거리를 최소화한 것, 욕실과 계단, 문 크기, 가구를 작게 맞추는 것, 다락을 넓게 이용하는 것 등이다. 바뀐 생활 방식에 맞춰 부엌을 남쪽에, 거실은 작게 북쪽에 배치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같다.

건폐율, 용적율 제한이 옛날과 달라서, 신경쓰지 않으면 아주 작은 집을 짓거나 못 지을 수 있다는 점, 옛날에 지은 헌 집은 리모델링하면 요즘의 건폐율, 용적률 제한을 받지 않아 보물집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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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서울, 같은 ˝도시˝인데 전혀 다른 이유가 뭘까.

작가가 지적한 것은 일단 ˝거리˝다. 압구정 로데오거리같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거리가 아닌, 신사동 가로수길같이 살아있는 거리다. 그리고 거리에 중요한 것은 ˝상점˝이다. 차도는 좁지만 길가로 죽 들어선 다양한 가게들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밤에는 불을 밝힌 쇼윈도들이 방범 역할까지 한다. 이태원, 홍대, 가로수길이 사랑받는 것은 이때문이다.

이런 몇몇 곳을 제외한 서울은 자동차에 압살당한 도시다. 건물 앞 공공 공간은 시민들을 위한 곳임에도 건물을 이용하는 차들의 주차공간으로 불법점거되고 있다. 광화문 광장은 도로를 메워 만들었지만 여유롭게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기보단 자동차 굉음에 둘러싸인 인위적 공간이다.

˝나는 인도에 주차를 하는 야만적인 행위부터 규제하는 것이 디자인 거리 조성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 그 후 자문회의에서는 나를 더 이상 부르지 않았다.(79p)˝
건축학 교수인 작가는 이 외에도 도시 미관을 해치는 방음벽과 서울을 점차 메워가는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아파트에 관해서는 <아파트 한국사회>와 맥락을 같이 한다.

서울이 이 지경이 되도록 건축학자들은 무얼했나 하는 생각이 머쓱해졌다. 그들 탓이 아니다. 사람보다 차가 먼저라는 생각, 아파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들이 차도가 너무 넓은 도시, 걷는 재미가 없는 도시, 틀에 박힌 아파트만 즐비한 도시를 만든 것이다.
도시미관은 소수만 노력해서 좋아지진 않는다. 큰 방향으로 모두가 움직여야 바뀐다. 하지만 바뀌고 나면 그 아름다움과 걷는 행복을 누리는 것 또한 우리 모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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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서민의 <집 나간 책> 추천으로 읽었다.

<불황 10년>이란 제목만 보고 기대한 내용은, 박근혜 정부인 이 시점에 경제학자가 예측한 앞으로의 우리나라 10년 경제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그 불황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 지에 대한 내용의 비중이 높다. 자세히 보면 자그맣게 보이는 ˝생활경제 안내서˝라는 부제가 이 책을 정확히 표현한다.

특히 ˝30대, 기혼, 아이 있음.˝ 의 시기에 사람들이 고민하는 ˝저축, 주택마련, 퇴직준비, 아이교육˝ 문제에 동료나 선배로서 좀 더 많이 고민하고 알아본 바를 조언하는 느낌이다. 나는 딱 그 세대이고, 나열된 고민거리를 모두 가지고 있었으므로 흥미롭게 읽었다.

경제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전철을 밟은 일본과 비교하면 정부 대응은 매우 흡사하지만, 우리나라가 상황이 더 나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는 일본에 비해 개인 저축이 적고 부채는 많기 때문이다. 일본을 ˝가난한 나라, 부자 국민˝이라 하는 반면 우리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국민˝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런 암울한 미래를 견뎌내려면 장기 저축이나 보험, 개인연금보다는 1년 만기 저축을 하고, 쓸모없는 지출을 줄이라고 조언한다. 집은 투자 목적으로 살 시기가 못되며, 주택연금에 생각이 있다면 알아보는 것이 좋다. 비싼 집값의 대안으로 땅콩집이나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등을 제시한다.

퇴직 후 보통 생각하는 통닭집이나, 귀촌 이슈도 다루었다. 굽네치킨을 소개한 건 의외였다. 선거철 생닭 기부로 조사를 받은 새누리당 홍철호가 굽네치킨 사장 홍경호의 형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도 이런 사실을 알긴 하지만 굽네치킨이 가맹점과의 상생에 힘쓰고 복지가 무척 좋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아이 교육에 대해선 선행학습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한국의 교육계가 느리지만 천천히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 송인수와의 인터뷰도 흥미롭다.

지은이 우석훈은 프랑스에서 공부한 경제학 박사다. 그리고 그 유명한 <88만원 세대>를 썼다. 그리고 알라딘의 유명한 다독가 로쟈에 의하면 그가 ˝왕성한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불황 10년>이 재밌게 읽혀, 그의 다른 책들도 더 읽어보고 싶다.

덧붙여 우리나라 경제 관련 서적으론 역시 굵어서 몇번 읽기를 포기한 장하성의 <한국 자본주의>나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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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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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알게 된 건 ˝인물과 사상˝이라는 월간지를 통해서다. 그 달의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쟁쟁한 글들 가운데 유독 쉽고 재미가 있어 웃음 터지는 글이 있는데 누가 썼나 보면 서민 교수다.

서민의 서평을 모은 ˝집 나간 책˝ 역시 첫머리부터 유쾌하기 짝이 없다.
서평을 쓰는 이유가 ˝와, 그 바쁜 와중에 또 책을 읽으시다니!˝ 하는 댓글이 달리면 기분이 좋아서란다. 물론 글쓰기 향상에 도움된다, 써 놔야 인용하거나 기억하기 쉽다는 이유에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책의 홍수 속에서 고민하는 분에게 읽을만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으로 미리 안내해주는 봉사적 의미도 있다는 데에서는 무릎을 탁 쳤다. 나 스스로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하려고 쓴 서평이 그런 좋은 일도 하고 있었다니.

서민의 글은 솔직함이 매력이다. 본인이 얼마나 못생겼는지, 예전에 얼마나 글을 못 썼는지 틈만 나면 알린다. 부끄럽다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그래서 재밌다. 교수라는 소위 있어 보이는 직업에도 권위는 쌀 한톨만큼도 내세우지 않는다. 어려운 글 싫어하는 딱 내 스타일이다.

˝하석아, 미안하다˝에서는 코믹의 진수를 보여준다. 캠브리지대 교수를 지내고 있는 그야말로 엄친아, 장하석과의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며 그와의 인연을 은근히 뽐낸다. 왜 제목이 ˝하석아, 미안하다˝인지 밝히는 마지막 주석은 재밌는 글이 끝나는 아쉬움마저 날려버린다.

서평을 책으로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책 내용도 모르고 서평만 보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한걸 이틀만에 홀딱 읽었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 책들은 ˝읽고 싶어요˝ 목록에 담았다. 혼자 표지나 제목, 글머리를 보고 고른 책보다는 다독가가 다 읽은 후에 쓴 서평을 참고하면 훨씬 책 고르기에 실패할 확률이 적다.
가득 담긴 책 목록을 보니 당분간 심심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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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집권하려던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에 마산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날 최루탄을 눈에 맞은 김주열의 시신이 4월 11일에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되며 4.19 시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빨갱이 타령을 하며 경찰과 깡패를 동원해 무력으로 탄압했지만 화난 시민들은 이승만 동상을 끌어내렸다.

그로 인해 결국 이승만이 하야했다. 이기붕은 자살했다. 이제는 노인이 다 된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피로 쟁취한 승리였다. 멋있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대통령과 각계 우두머리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떠난 자리엔 떠난자들과 다를바 없는 2인자들이 1인자로 들어앉았다. 일본의 식민 통치가 끝난 자리를 친일파들이 꿰어찬 데자뷰가 반복된 것이다. 그리고는 곧 혼란을 틈타 박정희의 쿠데타가 일어난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내용이다. 만화라 술술 읽힌다.

혁명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긴 했지만, 과거 친일청산을 깨끗이 못한 것처럼 썩은 윗물을 제대로 갈아내지 못했다. 결국 또 다른 독재자를 맞이하게 되어 더 큰 구렁텅이로 빠지는 모습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최근엔 이라크가 그랬다.

이런 한계 때문에 좌절할 것인가? 그럴 필요는 없다. 혁명은 원래 한번에 깨끗이 승리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혁명으로 왕의 목을 자른 적이 있는 영국이나 프랑스도 혼란을 겪고 다시 왕정으로 돌아가거나 독재자를 맞이한 경험이 있다.
경찰과 군대를 가진 적은 수의 기득권보다 서로 알지도 못하는 전국 수많은 군중이 뜻을 하나로 모으기란 힘든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목숨걸고 일어나 대통령을 바꾸고, 정당을 교체하고, 많은 법을 고쳐냈다. 그래서 지금은 살기가 그때보다는 낫다.

이 책은 옛 시절을 그려 놓은 것 같지만 언뜻 지금과 닮은 모습이 많다. 어쩌면 작가는 국가와 반대된 의견을 내면 빨갱이나 ˝외부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이나, 시위대에 무력 대응으로 목숨을 앗아가는 것, 언론 자유를 통제하고 민중을 개돼지 취급하는 현재를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국정화 역사 교과서까지 나오는 시국이므로, 그에 걸맞게 부록으로 꼭 읽어줘야 할 책이다. 그리고 스르자 포포비치의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도 덤으로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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