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하려던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에 마산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날 최루탄을 눈에 맞은 김주열의 시신이 4월 11일에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되며 4.19 시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빨갱이 타령을 하며 경찰과 깡패를 동원해 무력으로 탄압했지만 화난 시민들은 이승만 동상을 끌어내렸다.

그로 인해 결국 이승만이 하야했다. 이기붕은 자살했다. 이제는 노인이 다 된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피로 쟁취한 승리였다. 멋있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대통령과 각계 우두머리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떠난 자리엔 떠난자들과 다를바 없는 2인자들이 1인자로 들어앉았다. 일본의 식민 통치가 끝난 자리를 친일파들이 꿰어찬 데자뷰가 반복된 것이다. 그리고는 곧 혼란을 틈타 박정희의 쿠데타가 일어난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내용이다. 만화라 술술 읽힌다.

혁명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긴 했지만, 과거 친일청산을 깨끗이 못한 것처럼 썩은 윗물을 제대로 갈아내지 못했다. 결국 또 다른 독재자를 맞이하게 되어 더 큰 구렁텅이로 빠지는 모습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최근엔 이라크가 그랬다.

이런 한계 때문에 좌절할 것인가? 그럴 필요는 없다. 혁명은 원래 한번에 깨끗이 승리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혁명으로 왕의 목을 자른 적이 있는 영국이나 프랑스도 혼란을 겪고 다시 왕정으로 돌아가거나 독재자를 맞이한 경험이 있다.
경찰과 군대를 가진 적은 수의 기득권보다 서로 알지도 못하는 전국 수많은 군중이 뜻을 하나로 모으기란 힘든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목숨걸고 일어나 대통령을 바꾸고, 정당을 교체하고, 많은 법을 고쳐냈다. 그래서 지금은 살기가 그때보다는 낫다.

이 책은 옛 시절을 그려 놓은 것 같지만 언뜻 지금과 닮은 모습이 많다. 어쩌면 작가는 국가와 반대된 의견을 내면 빨갱이나 ˝외부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이나, 시위대에 무력 대응으로 목숨을 앗아가는 것, 언론 자유를 통제하고 민중을 개돼지 취급하는 현재를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국정화 역사 교과서까지 나오는 시국이므로, 그에 걸맞게 부록으로 꼭 읽어줘야 할 책이다. 그리고 스르자 포포비치의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도 덤으로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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