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서울, 같은 ˝도시˝인데 전혀 다른 이유가 뭘까.

작가가 지적한 것은 일단 ˝거리˝다. 압구정 로데오거리같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거리가 아닌, 신사동 가로수길같이 살아있는 거리다. 그리고 거리에 중요한 것은 ˝상점˝이다. 차도는 좁지만 길가로 죽 들어선 다양한 가게들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밤에는 불을 밝힌 쇼윈도들이 방범 역할까지 한다. 이태원, 홍대, 가로수길이 사랑받는 것은 이때문이다.

이런 몇몇 곳을 제외한 서울은 자동차에 압살당한 도시다. 건물 앞 공공 공간은 시민들을 위한 곳임에도 건물을 이용하는 차들의 주차공간으로 불법점거되고 있다. 광화문 광장은 도로를 메워 만들었지만 여유롭게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기보단 자동차 굉음에 둘러싸인 인위적 공간이다.

˝나는 인도에 주차를 하는 야만적인 행위부터 규제하는 것이 디자인 거리 조성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 그 후 자문회의에서는 나를 더 이상 부르지 않았다.(79p)˝
건축학 교수인 작가는 이 외에도 도시 미관을 해치는 방음벽과 서울을 점차 메워가는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아파트에 관해서는 <아파트 한국사회>와 맥락을 같이 한다.

서울이 이 지경이 되도록 건축학자들은 무얼했나 하는 생각이 머쓱해졌다. 그들 탓이 아니다. 사람보다 차가 먼저라는 생각, 아파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들이 차도가 너무 넓은 도시, 걷는 재미가 없는 도시, 틀에 박힌 아파트만 즐비한 도시를 만든 것이다.
도시미관은 소수만 노력해서 좋아지진 않는다. 큰 방향으로 모두가 움직여야 바뀐다. 하지만 바뀌고 나면 그 아름다움과 걷는 행복을 누리는 것 또한 우리 모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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